▶ 73회 아카데미상 부문별 수상후보
▶ 25일 하오 5시부터 ABC-TV 생중계
25일에 거행될 제73회 아카데미상(통칭 오스카상) 시상식을 이틀 앞둔 금요일 현재 할리웃은 근래 보기 드물게 조용한 분위기다. 다른 때 같았으면 자사영화가 수상후보에 오른 영화사들이 연일 자축파티를 베풀며 흥청망청 할 때이건만 올해는 분위기가 썰렁하다는 것이 영화계 관측통들의 얘기다.
이같은 울적한 분위기 조성의 원인은 곧 있을지도 모르는 영화계 파업. 제작사측과 각본가 노조간의 계약은 4월말로 그리고 배우노조와의 계약은 6월말로 끝나 지금 양측은 재계약 문제를 놓고 협상중이다. 그러나 제작진과 각본가 노조의 협상은 난항에 봉착, 5월초부터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각본가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 배우노조도 7월초부터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LA가 매주 직접적으로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은 2억5,000만 달러에 이르고 부수 산업까지 따지면 매주 5억달러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런 판에 아카데미상인들 잔치 분위기가 날리 없다.
게다가 올해는 어떤 한 영화가 상을 독식할 것 같지도 않은 것도 아카데미상 분위기를 시큰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작년의 ‘아메리칸 뷰티’나 97년의 ‘타이태닉’ 때와 달리 독주하는 영화가 몰아가는 열기가 부족한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제73회 아카데미상에서 딱 하나 확실한 것은 주연 여배우상이다.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 주요 부문별로 수상 가능성을 예측해 본다.
▲작품상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검투사’(Gladiator)가 선두주자. 상 받을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은 들쩍지근한 ‘초콜릿’(Chocolate). ‘검투사’에 대들고 있는 것이 대만영화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외국어 영화로서는 오스카 사상 최고로 많은 10개 부문 후보작인 데다 비평가와 관객의 뜨거운 호응(흥행수입 1억달러 돌파) 그리고 앙 리 감독이 계속해 주요 상을 휩쓸면서 강력한 수상 후보작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오스카 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이 없어 외국어 영화상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또 다른 후보작들로 젊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한 두 작품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와 ‘거래’(Traffic) 중 질적으로 보다 나은 것은 ‘거래’다. 그러나 ‘에린-’는 줄리아 로버츠의 연기 영화고 ‘거래’는 너무 복잡하고 냉정해 수상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국 감정적이요 대하 스타일의 영화를 선호하는 오스카 회원들이 ‘타이태닉’ 스타일의 ‘검투사’를 택할 것이다.
▲주연 남우상
’검투사’의 러셀 크로우와 ‘표류자’(Cast Away)의 탐 행크스가 선두주자들.
’밤이 오기 전에’(Before Night Falls)에서 뉴욕으로 망명한 쿠바 작가 레이날도 아레나스 역을 열연한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강력한 다크호스이나 그에게는 앞으로도 기회가 많다.
’폴락’(Pollack)에서 화가 잭슨 폴락 역을 맡은 에드 해리스와 ‘깃촉펜’(Quills)에서 사드 후작 역을 한 제프리 러시 등은 후보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폴락’은 영화를 본 사람이 너무 적고 ‘깃촉펜’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러시는 ‘샤인’(96)으로 이미 주연상을 받았다.
오스카상을 이미 두 번이나 받은 행크스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표류자’에게 상을 주는 대신 지난해 ‘인사이더’에서 뛰어난 연기로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고배를 마신 크로우에게 상이 돌아갈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사실 여기서 크로우 연기는 눈이 확 뜨이는 연기는 아니어서 그가 상을 받게 되면 그것은 작품상을 받게 될 영화 ‘검투사’의 부수입에 불과하다.
▲주연 여우상’에린 브로코비치’에서 원더브라에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그리고 상소리를 쓰며 스크린을 주름 잡은 줄리아 로버츠가 받는다. 로버츠는 골든 글로브, 배우노조상 등 여러 상을 이미 독식했다.
그에게 강력히 도전하는 것은 소품 ‘날 믿어도 돼’(You Can Count On Me)의 로라 린니. 나머지 ‘경쟁자’(The Contender), ‘꿈을 위한 진혼곡’(Requiem for a Dream)의 조운 앨런과 엘렌 버스틴 및 ‘초콜릿’의 쥘리엣 비노쉬는 한참 뒤.
▲감독상작품상 후보에 오르고도 감독상 후보에 못 오른 것은 ‘초콜릿’의 라세 할스트롬(스웨덴 태생). 그 대신 영국 영화 ‘빌리 엘리옷’(Billy Elliot)의 스티븐 달드리가 올랐는데 달드리는 제일 먼저 최종 수상자 리스트서 빼도 된다.
보통 작품상을 받으면 감독상도 받는데 올해는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1938년 마이클 커티즈가 ‘더러운 얼굴의 천사들’과 ‘네 딸’로 이중 수상후보가 된 이래 처음 ‘에린 브로코비치’와 ‘거래’ 두 영화로 모두 후보에 올랐다. 1938년에 상은 프랭크 캐프라가 ‘너 그것 못 가져 가’로 받았다.
지난 달 골든 글로브상(앙 리 수상)에서도 나타났듯이 소더버그는 제가 제 자신과 싸우는 바람에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남은 것은 ‘검투사’의 리들리 스캇과 ‘와호장룡’의 앙 리.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질적인 면에서 ‘와호장룡’을 ‘검투사’보다 한 수 위로 평가한 데다 앙 리는 골든 글로브상과 감독 노조(DGA)상까지 받아 지금 가속도가 붙은 엔진처럼 잘 나가고 있다. 1949년이래 DGA상을 받고도 오스카상을 못 받은 경우는 단지 네 차례. 앙 리가 다소 우세.
▲조연 남우상비교적 신인으로 ‘검투사’에서 고약한 황제역을 한 호아킨 피닉스를 제일 먼저 탈락시키자. 다음으로 ‘경쟁자’에서 대통령 역을 한 제프 브리지스가 탈락될 것이고 그 뒤로 ‘에린-’의 변호사 알버트 피니와 ‘흡혈귀의 그림자’(Shadow of The Vampire)의 윌렘 다포도 분루를 삼킬 가능성이 크다.
’거래’에서 멕시칸 형사로 나와 골든 글로브(조연상)와 배우 노조상(주연상)을 휩쓴 베네치오 델 토로가 받게 될 것이다.
▲조연 여우상우선 ‘초콜릿’에서 고집 센 할머니로 나온 주디 덴치(’엘리자베스’로 조연상 수상)와 빌리 엘리옷의 입 건 춤선생 줄리 월터스를 탈락시키자. 둘 다 영국 배우다. 다음으로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틴에이저 록 잡지기자 어머니로 나온 프랜시스 맥도만(’화고’로 오스카 주연상 수상)을 빼고 나면 마르시아 게이 하든과 케이트 허드슨이 남는다.
’폴락’에서 폴락의 아내 역을 진실되게 해낸 게이 하든이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록그룹 그루피 역을 민감하게 해낸 비교적 신인인 케이트 허드슨에게 양보해야 할 듯. 허드슨은 골든 글로브상을 받은 바 있다.
허드슨이 상을 받게 되면 그의 어머니 골디 혼이 1969년 ‘선인장’으로 조연상을 받은 이래 모녀가 모두 이 상을 받는 경우가 된다.
▲각본상’검투사’와 ‘나를 믿어도 돼’의 2자 대결이 될 듯. 글 실력은 기자가 속해있는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가 상을 준 ‘나를 믿어도 돼’가 훨씬 낫지만 영화가 원체 작은 게 핸디캡. ‘검투사’의 승리가 점쳐진다.
▲각색상’거래’와 ‘와호장룡’의 대결에서 ‘거래’측 승리.
오스카 투표는 어떻게 하나.먼저 5,700여명의 오스카 회원들은 작품상 부문에 한해 전원이 자기가 좋아하는 순서대로 5편의 작품을 후보로 추천한다. 그러나 작품상을 제외한 나머지 상들인 연기상 부문은 배우들만이 감독상 부문은 감독들만이 그리고 음악상 부문은 작곡가들만이 후보 선정을 할 수 있다. 이들 부문서도 각기 5개씩 추천하게 된다.
이것들은 오스카상 표를 관리하는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사에 보내지고 여기서 각 부문별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5개의 작품, 배우, 감독 및 각본상 후보들이 최종 집계 돼 발표된다.
이로부터 한달 뒤 최종 투표가 있는데 이 때 모든 오스카 회원들은 작품 등 각 부문에서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씩 선정해 다시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에 보낸다. 올해 접수마감은 지난 20일 하오 5시였다.
21일부터 23일까지 4명의 회계사가 일체 대화가 금지된 상태로 한 방에서 서로들 등을 돌리고 앉아 자기에게 주어진 투표용지를 센 뒤 그 결과를 2명의 최종 집계자에게 준다. 이 두 사람만이 최종 수상자와 또 그가 얻은 표수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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