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에서 동성애 문제는 첨예한 핫이슈다. 이미, 미국 정가와 군대가 이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고, 종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동부 뉴저지주 교외지역인 메이플우드가 새로운 동성애자들의 보금자리로 각광받고 있어 화제다.
이곳에 가면, 주택가에 나부끼는 무지개 깃발들을 심심챦게 볼 수 있다.
무지개 깃발은 다름아닌 동성애자의 상징이다. 이 타운의 메이플 리프 다이너에서는 아빠만 두 명, 또는 엄마만 두 명인 아이들이 자주 눈에 뛴다.
타운의 데이케어 센터나 교회 주일학교에도 동성애자 부모를 둔 아동들이 거의 포함되어 있다. 기차역에 가면 동성애자 커플들이 손을 잡고 서 있다. 또, 게이 가족들도 이웃집 파티에 스스럼없이 초청된다. 타운 풀장에서는 동성애 커플의 한쪽 파트너가 당당히 배우자 자격으로 무료입장할 수 있다.
미전역을 놓고 보면 동성애 커플들의 집단 거주지가 몇 군데 있다.
뉴저지주만 해도 메이플우드 외에 몬클레어, 플레인필드, 에즈버리 파크 등이 알려져 있다. 이밖에, 메릴랜드 주의 타코마, 위스콘신 주의 메디슨 등도 동성애촌으로 유명하다. 또, LA와 샌프란시스코에도 동성애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도시 인근 교외주택가에서 동성애자들이 환영받으며 사는 곳은 뉴저지주 메이플우드와 인접지역이 유일한 케이스다.
게이 커플인 치과의사 마크 베샤와 병원 코디네이터 찰스 래스칼은 5년전 맨해턴에서 메이플우드의 고급주택으로 이주했다.
얼마 후, 두 사람은 인근의 세인트 조지 성공회 교회의 예배초청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가톨릭 출신이었으나 나중에 기성종교를 버린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새로 입양할 자녀만큼은 신앙 안에서 양육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교회를 찾았다.
두 사람은 이 교회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회중 앞에 정식 커플로서 소개된 것이다.
"그 때까지 비-게이 집단에서 정상커플로 소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샤는 당시 받은 감회를 술회한다.
시간이 흘러가도 주민들의 환대에는 변함이 없었다.
메이플우드와 인근지역인 사우스 오렌지에 얼마나 많은 동성애자 가족이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길거리를 산책하는 동성애자 커플이 많은 것으로 보아 그 수가 상당한 것은 분명하다. 다른 게이촌과 차이가 있다면 이곳은 게이 게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성적 성향이 삶의 패턴을 규정하는 지역이 아닌 것이다.
또 다른 게이 커플인 제리 클리포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이웃들 속에 섞여 사는 것이다"
클리포드는 페어레이 딕킨슨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고, 그의 게이 파트너인 비제이 팬은 과학자다.
메이플우드에서는 나이많은 주민들도 동성애 커플들에 대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는다. 마음에 내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무시하고 살면 된다는 태도다.
"저 사람들은 여기에 살려고 온 것이지, 동성애 데모를 하거나 싸우자고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68세의 찰리 비빈스는 말한다.
심지어, 주민들 중에는 동성애자 가정들에 대해 감사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곳의 동성애 커플들이 대부분 고학력,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들인 관계로 부동산 가격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63세의 돈 아우캄프는 이렇게 기뻐한다.
"하마터면, 우리 타운도 쇠락의 길을 걸었을지 모른다. 저 사람들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곳 동성애 커플들 중 레즈비언 커플들이 대개 평지의 근로계층 주거지에 사는 반면, 게이 커플들은 언덕위 고급주택가에 산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은 이런 차이가 남성과 여성의 소득격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흔히, 일반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한 우려 때문에 동성애자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메이플우드에서는 일반인들 가운데 동성애자 이웃이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곳의 동성애자 커플들은 대개 타인종 자녀들을 입양해서 기른다.
따라서, 타운이 백인 일색이 아닌 여러 인종이 뒤섞인 다인종 커뮤니티가 되었다.
이와 관련, 세인트 조지교회 교인인 마타 가드너는 말한다.
"우리 딸이 바샤의 입양자녀들을 사귄 후부터, 인종 및 동성애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게 됐다"
동성애자 커플들도 타인종 입양자녀들의 양육문제를 주거지 선정의 최우선 조건으로 삼는다.
이와 관련, 한 게이 가정의 유모인 페트린 탐슨은 설명한다.
"모국인 트리니다드에 있을 때, 게이들은 비정상적이고 아동을 학대하는 천하에 몹쓸 것들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편견이다"
메이플우드가 동성애 커플들의 안식처로 자리잡기 까지는 세인트 조지교회가 중심역활을 했다.
특히, 90년대에 이 교회에서 목회했던 베리 스토펠 목사는 게이 목사였다. 또, 현 담임목사인 타드 스멜서도 공개적인 게이 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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