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요즘 대중문화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부모들은 의례 TV를 끄고 랩을 듣지 못하게 하며 영화도 골라서 보여주는 대신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요즘 책방이나 도서관의 청소년용(Young Adult) 서가에 꽂혀 있는 하드카버 책을 한권 꺼내 읽어보면 대부분 기절초풍하게 되어 있다. 육욕, 증오, 공포, 마약, 질병, 죽음등 성인도서 뺨치는 이야기와 묘사들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미넴이나 ‘아메리칸 파이’ 같은 것은 섹스와 폭력 정도에 따라 등급이라도 매겨지지만 책에는 그런 것도 없다. 이제까지 책이란 문명의 기본이요, 영혼의 양식이라고 믿어 아이들에게 독서를 장려하며 무슨 책이건 읽기만 하면 아이를 칭찬하던 부모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셈이다.
그러나 청소년 소설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이 이러한 추세가 어제 오늘 사이에 시작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대형출판사마다 10대 독자들을 위한 부서를 따로 마련하고 있을 정도인데 사이몬 & 슈스터 출판사의 ‘청소년 도서(Books for Young Readers)’ 시리즈의 최근간으로 12세이상용으로 표시되어 있는 제임스 베넷 작 ‘레지 잭슨 솎아내기’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연습을 마치고 집이 비자 그의 침대에서 사랑을 나눴다. 브리의 야윈 몸은 아직 아이 같았지만 적극적인 성행위 태도로 보아서는 전혀 소녀다운 데가 없었다. 집중해서 겁도 없이, 여늬 성인 여성과 다름없이 자신의 정염을 불태우는 것이었다. 아직 15세밖에 안됐으므로 코울리는 그녀의 순진성을 믿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너무 열중하다보니 콘돔을 쓰는 일조차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고교 스포츠를 배경으로 베넷이 엮고 있는 이야기는 근친상간과 학대, 속임수에 신문에 쓸 수 없는 백인들의 욕설 투성이인데 작년에 나온 로리 오렐리아 윌리암스의 ‘캠비아 일레인이 해왕성에서 날아왔을 때’의 한 장면을 보자면 아래와 같다. "티아와 엄마는 오늘 아침에도 대판 싸웠다. 엄마가 티아의 설합 속에서 빨간 콘돔상자를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콘돔을 집어 들고 길건너편 묘지에 누워있는 죽은 사람들이 일어날 정도로 고래고래 티아에게 고함을 질렀다"
청소년 도서란 미명 아래 이런 책들이 나온 데는 미국 문화와 시장의 변화가 한몫을 했다.
우선 부모들은 아이들이 12~13세가 되면 직접 책 사주기를 그친다. 아이들이 책 읽는 걸 보기는 즐기지만 아이들이 무엇을 읽는지 들여다 볼 시간은 없는 것이다.
그저 스포츠나 학교 이야기를 다룬 10대 도서들은 대부분 페이퍼백으로 출판되지만 진지한 작가들이 진지한 청소년 주제를 다뤄 상도 받는 진지한 책들은 대부분 하드카버로 출판된다. 그리고 성인물 같은 내용이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이 하드카버 10대 소설들이다.
전통적으로 10대들은 보통 15달러 이상하는 하드카버 책을 사지 않는다. 대부분은 동네 도서관의 ‘청소년 도서’ 서가에 꽂히고 도서관용 책이므로 서평도 도서관 사서들이 한다. 사서들은 물론 10대 도서에서 좋은 주제와 메시지를 찾아내려 하지만 본래 성향이 표현의 자유라는 기치 아래 자유를 추구하고 모험을 감수하려는 사람들이다보니 문제작가를 감싸거나 금서 반대 같은 일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태도를 예의주시해 온 출판사들은 판매부수 확장을 위해 10대용 책들을 점점 더 나이 어린 독자들에게 마케팅해왔다. 부모들이 12~13세 아이들에게는 책을 사주지 않으므로 성인들이나 볼 내용을 담은 책을 더 어린 아이들이 보게 된 것이다. 이들의 전략은 들어맞아 우선 판매고가 올라가고 있다. 미국출판사협회에 따르면 판매고가 전체적으로 하향세고 성인 하드카버는 11.6%, 페이퍼백은 7.2%나 줄었는데도 ‘해리 포터’ 시리즈에 힘입어 청소년도서 시장만은 활황인 가운데 하드카버는 13.2%, 페이퍼백은 16.4%가 향상됐다.
그런데 아이들은 책을 신봉한다. 전국교육협회가 1주일전 발표한 최신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교생의 49%정도, 중학생은 70% 이상이 연간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으며 10대의 40% 이상은 주로 재미로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청소년용(Young Adult)’ 이란 장르는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베이비붐 세대가 10대를 맞았던 60년대에 책을 살 돈도, 읽을 아이들도 많아지자 도서관 사서들이 1965년경에 ‘청소년’이란 섹션을 새로 만들고 공상과학 및 기타 10대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책들을 따로 모아놓기 시작했던 것. 이어 출판업자들이 이 따로 마련된 서가를 채울 성장소설류의 작품들을 내기 시작한 것인데 그중 "시빌 데이비슨은 천재의 지능지수를 가졌고 벌써 최소한 6명의 남자와 함께 잤다"로 시작되는 저명 청소년 작가 주디 블룸의 1975년작 ‘영원히(Forever)’는 1990년부터 1999년 사이에 가장 자주 도전받은 100권의 책중 7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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