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J 심슨, 플로리다 이주했지만 아직도 명사
멀리서 보면 그는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지는 마이애미의 보도를 관절염으로 절뚝이는 다리로 걸어가는 또 하나의 평범한 은퇴자다.
배는 올챙이처럼 볼록 튀어나왔지만 은퇴연금은 확실하게 보장돼 있다. 고민거리라고는 골프를 18홀을 칠까 아니면 9홀을 칠까 하는 망설임이 고작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보면 소리친다.
"주스!"
어떤 남자들은 그의 테이블로 맥주를 보낸다. 그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은밀하게 건네는 젊은 여자들도 한둘이 아니다. 그가 1970년대 버팔로 빌스의 스타 러닝백으로 활약할 때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들, 살인사건재판의 마라톤 TV중계 때문에 그를 알게된 사람들도 그와 사진찍기를 원한다.
고급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탄 그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이애미 남쪽의 교외지역 켄들의 거리를 지나갈 때 이웃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다.
하지만 O.J. 심슨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길 꺼린다.
사람들은 ‘O.J’를 코믹하게 ‘오렌지 주스’의 약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하튼 심슨의 명예와 악명은 플로리다 남부의 안개속에 혼합돼 있다.
심슨은 최근 운전도중 다른 운전자와의 언쟁 끝에 차량절도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9,0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데이드 카운티 구치소를 떠날 때 곁에 있던 교도관이 머리를 가로 저었다. 구치소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팬 한 사람이 심슨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심슨을 좋아한다"
보겐비야 올드 플로리다 태번이라는 술집의 주인 크리스티나 퍼티에라는 말한다.
이 술집은 사우스 마이애미의 고급 바 가운데 하나로 심슨이 가끔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곳이다.
심슨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재판을 받은 으시시한 과거가 있지만 이같은 전력이 사우스 플로리다에서는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망명한 라틴 아메리카의 독재자들, 마약 딜러들, 부패 공직자들도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돈만 있으면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
심슨의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사는 66세의 은퇴자 호르헤 바예스트로스는 말한다.
"심슨이 내 이웃이라는 것이 무섭지는 않다. 심슨이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마 그럴 것이다’라고 대답하겠다. 하지만 ‘그와 데이트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노’다"
퍼티에라는 말한다.
캘리포니아 법원은 전부인 니콜 브라운 심슨과 그녀의 친구 로널드 골드먼 살해혐의로 기소됐던 심슨을 무혐의로 풀어줬다. 하지만 심슨은 이어 열린 민사재판에서는 이들 두 사람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심슨이 유가족에게 3,350만달러를 보상해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그는 결코 이 명령에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심슨은 민사소송 판결의 집행을 위한 개인집의 압류 및 처분을 주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플로리다주로 작년에 이사했다.
심슨은 조용한 동네에 주택을 한 채 매입했다. 그리고 니콜 브라운 심슨과의 사이에서 낳은 남매를 데려왔다. 15세의 딸과 12세의 아들은 현재 고급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심슨이 받고 있는 풋볼연금은 한 달에 최고 2만 5,000달러나 되지만 주법은 민사소송의 패소에 따른 보상금으로 이 돈을 압류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올해 53세인 심슨은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는 골프장으로 향한다.
밤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친구가 없을때에도 쉽게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주위에서는 특히 젊은 여자들이 그에게 많이 접근한다고 말한다.
"여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만약 심슨이 살인을 했다면 전부인에 대한 질투심에서 격정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퍼티에라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편다.
마이애미주변 골프장에서는 그를 ‘좋은 사나이’라고 부른다.
심슨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심슨의 자녀에 대한 동정심이다. 아버지를 항상 따라 다니는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남매가 필요이상의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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