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채연(24)이 지난 9일 새벽 자신의 집 앞에서 납치를 당했다 풀려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채연은 MBC FM <김채연의 뮤직토크>(자정~새벽 2시) 심야 생방송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새벽 2시 15분께 자신의 대방동 아파트 앞에서 30대 중반의 남자에게 납치됐다가 1시간 30분만에 풀려났다고 한다.
’보복이 두려워 지금껏 말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연예인 납치사건치고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또 사건 발생 날짜를 애초에는 10일이라고 했다가 "요일을 착각했다"며 뒤늦게 9일이라고 정정하는 등 몇가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점들이 있다.
14일 KBS 1TV 일일극 <우리가 남인가요?> 촬영장에서 만난 김채연은 "아파트 앞에서 매니저와 헤어진 후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했다. 주차장까지 따라나가 얘기를 해보라고 했더니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해 그 때부터 의심이 들었다. 따라가지 않겠다고 하자 남자가 내 팔을 붙들며 강제로 차에 태워 경기 분당, 용인과 일산 지구를 1시간 30분동안 시속 160km가 넘는 속도로 달렸다. 울며 불며 애원하자 집에 다시 데려다 줬다. 보복이 두려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사건개요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번듯한 차림이어서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인적도 없는 밤 늦은 시각 여자 연예인이 반듯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모르는 남자를 선뜻 아파트 현관에서 주차장까지 따라갔으며, 납치된 동안 휴대폰을 몰래 켜놓아 매니저가 둘의 대화를 들을 수 있게 했다고 하는데 매니저가 소속사에 보고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던 점도 의문점으로 꼽힌다.
이런 질문에 대한 김채연의 답변을 들어본다.
▲과연 처음 보는 남자였을까. 김채연은 "양복을 점잖게 차려입었고 생긴 것도 멀쩡한 사람이 진지하게 말을 거니까 별 의심을 하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하니까 정말 중요한 얘기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밤 늦은 시각 모르는 남자가 말을 걸면 우선 겁부터 내는 것이 여자의 심리다.
특히 여성 연예인이 생긴 게 멀쩡해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주차장까지 따라 나선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더욱이 그 남자는 흉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차에서 내릴 수는 없었을까. 김채연은 차에 강제로 태워진 후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바람에 곧바로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범인이 김채연을 조수석에 태우고 차 앞을 돌아 운전석에 오르는 동안 내리려는 마음이 있었으면 잠금키를 풀고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새벽에 소리를 지르면 오히려 더 크게 들리는데 아무리 시민의식이 실종됐다고 해도 여자의 다급한 비명에 이 장면을 목격했다는 편의점 직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매니저와 소속사는 뭘 했나. 보통 여자 연예인의 로드매니저들은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다. 특히 김채연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경비원도 없다고 한다. 소속사인 에이스타스측은 "무거운 짐이 있으면 같이 들고 가지만 평소에는 그냥 아파트 입구에서 내려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영애 김정은 김선아 이나영 등 여자 연예인이 많이 소속돼 있어 어느 매니지먼트사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한다는 에이스타스가 새벽 2시에 일이 끝나는 여자 연예인이 집에 들어가는 장면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또한 김채연은 납치 도중 휴대폰을 켜놓아 납치범과 자신의 통화를 매니저가 들을 수 있게 했다는데, 그런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으면 매니저가 즉시 윗선에 보고를 하든지 경찰에 신고했어야 옳은 일이었다.
소속사측에서는 14일 아침에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했는데 명쾌한 답변이 나오지 않는 부분이다.
▲경찰에는 왜 신고를 하지 않았나. 김채연과 그의 가족은 일이 커지는 것이 싫었고 보복당할 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조용히 무마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납치 사건, 특히 연예인 납치사건은 쉬쉬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김채연측은 차량번호 조차 소속사에 이야기해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걱정이 돼 집 앞에 나와있던 김채연의 어머니와 사촌 오빠, 매니저에게 그 남자가 "매너있게 대했고 (김채연이) 좋아서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잘못한 게 없다"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납치범은 납치범이다.
▲아파트 현관에서 차에 타기까지 30분? 김채연은 주차장에서 차에 오르기까지 족히 30분은 납치범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말했다. 30분이면 꽤 긴 시간. 그 때 소리를 질렀다면 아무리 밤중이라 할 지라도 사람들이 뛰쳐나오기 충분했을 시간이다.
모르는 남자와 30분이란 긴 시간을 보낸다는 것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그 남자가 입을 틀어 막았다는 말이 없었던 것을 보아 비명을 계속 질렀는데도 아무도 그의 비명을 듣고 뛰어나온 사람이 없었다는 것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김가희 기자 kahee@dailysports.co.kr
윤고은기자pretty@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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