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저녁, 밥 골트(43) 는 미시간호 북단의 외딴섬 비버 아일랜드의 작은 공항에서 차가운 눈바람을 맞으며 가족들이 탄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아내 머스(43)와 에마(9), 애덤스(13), 알렉스(5)등 세 자녀를 실은 쌍발 터보프로펠러 경비행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비행기는 매우 낮은 고도로 접근 중이었다.
한순간 비행기가 좌우로 기우뚱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공항상공을 그대로 지나쳤다.
골트는 파일럿이 악천후 때문에 30마일 떨어진, 보다 큰 공항으로 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시카고의 한 증권회사에서 브로커로 일하고 있는 골트는 5년 전, 비버 아일랜드에 휴가용 별장을 구입했다.
대개는 온가족이 함께 별장으로 가는 것이 통례였으나, 이번에는 골트가 사전준비를 위해 먼저 도착했고, 나머지 가족은 다음 비행기로 오게 되어 있었다. 먼저 도착한 골트는 별장으로 통하는 길의 눈을 치운 후,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다른 공항으로 갔을거라는 골트의 추측은 빗나갔다.
가족이 탄 비행기가 공항에서 2마일 떨어진 수풀지역에 추락하여 세 동강 나고 만 것이다. 그 사고로 두 명의 파일럿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그러나, 골트의 아내와 딸, 그리고 두 아들은 모두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골트의 아내 머스는 처음부터 겨울 악천후 속에 소형비행기 여행을 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었다.
그녀의 걱정은 곧 사실로 판명되었다.
비행기 기장 커티스 로간은 7,000시간 비행경력을 가진 베테런이었으나, 악천후 속에서 관제탑도 없는 조그만 공항에 착륙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기내의 모든 조명이 꺼져서 주변은 암흑천지였다.
머스가 파일럿들을 불러 보았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더구나, 세 동강난 비행기 잔해 속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네 식구는 폭발 가능성에 대비, 신속히 비행기에서 탈출해야만 했다.
놀랍게도 골반 골절상을 입은 에마 외 나머지 세 식구는 모두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특히, 가벼운 찰과상만을 입은 큰아들 애덤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애덤은 시트벨트에 매달린 동생을 구출한 다음, 어머니를 도와서 동강난 비행기 틈바구니에 낀 여동생 에마를 구해냈다.
에마는 구겨진 비행기 동체 사이로 시트벨트에 휘감겨 있어서 구출하기가 좀처럼 힘들었다. 마침, 애덤이 집에서 가져온 여행용 칼을 사용, 시트벨트를 절단하고 에마를 구해낼 수 있었다. 애당초, 그 칼은 엄마가 가져오지 말라고 엄명했던 것인데 애덤이 몰래 숨겨온 것이었다.
그 때부터 가족들은 산속에서 15시간 동안 추위와 싸우며 생존투쟁을 벌였다.
당시 날씨는 화씨 34도였고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더구나, 겨울코트도 없었던 머스는 양쪽 어깨가 얼어붙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네 사람은 서로를 껴안은 채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때쯤, 머스는 자신이 체온저하 때문에 죽을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었다.
한편, 별장으로 돌아간 골트는 비행기가 실종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곧이어 구조대가 투입되었으나, 새벽 2시쯤 구조활동은 시계불량 때문에 중단되었다. 구조대원들은 골트에게 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골트의 네 가족은 쏟아지는 차가운 비를 피하기 위해 다시 비행기 잔해 속으로 들어갔다. 한번은 구조대 헬기가 인근상공을 지나갔으나, 헬기의 서치라이트는 사고지점을 불과 25피트 거리로 스쳐갔다.
그러나, 굴트 가족에게는 하나님이 보낸 수호천사 파일럿 폴 웰크가 있었다.
51세의 아마추어 파일럿인 웰크는 다음날 아침 재개된 연안경비대의 구조활동에 자원했다. 그는 전에도 여러번 실종항공기나 선박 구조활동에 자원한 경력이 있었다. 날씨가 여전히 악천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용감하게 구조활동에 자원했다.
웰크는 현장수색을 위해 활주로를 이륙한지 30분만에 조각난 사고기 동체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이윽고, 구조헬기가 사고지점에 도달하여 살아남은 가족들을 리프트로 끌어올렸다. 그들이 구조된지 얼마 안 되어 비버 아일랜드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30분만 늦었어도 내 가족들은 영원히 구조되지 못했을 것이다"
골트는 이렇게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골트 자신도 파일럿 면허소지자였으나 1999년 이후 비행을 그만두었다.
그해, 존 F. 케네디 주니어의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이후, 아내가 다시는 경비행기 조종을 하지 말도록 극구 만류했기 때문이다.
구조대원 중 한 명인 롭 맥케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이들 가족이 비행기 추락과 강추위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또, 골트 가족을 잘 아는 이웃들은 깊은 사랑으로 뭉친 가족적 연대가 그들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골트의 아내 머스는 구조를 기다리면서도 걱정하고 있을 남편 걱정을 했고, 자녀들에게도 "살아서 꼭 아빠한테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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