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는 한인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업주와 종업원간의 마찰과 분규를 예방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식당, 식품점, 세탁소 등 한인운영 업소에 히스패닉들이 대거 진출하자 몇몇 한인단체들이 임금 및 인종차별, 노사 갈등 등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히스패닉들은 십수년전부터 건축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에 의해 주로 일용직 근로자로 고용돼 왔으나 3-4년전부터 노동력을 요하는 한인업체에 급격히 진출하고 있다.
한인업소가 밀집해 있는 훼어팩스 지역의 식당이나 식품점 등은 히스패닉 종업원이 없는 곳이 드물 정도고 워싱턴 일원의 한인운영 세탁소의 경우에는 80% 이상이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인업소에서 히스패닉들을 다수 채용하는 것은 저임금에 시간외 수당 및 베니핏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를 고용했을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고, 처음 계약시와는 달리 업소의 약점을 잡아 노동법 규약을 들어 시간외 수당을 요구하는 등 문제점도 발생한다.
이처럼 히스패닉들이 한인업소에 종업원으로 대거 진출하자 이에 따른 업주와 종업원간의 마찰도 점차 표면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의 한 한인운영 세탁소는 이러한 문제로 법정 소송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 주인 L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고용된 히스패닉 종업원이 10일을 일한 후 임금을 요구, 합법체류자 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고 오도록 했으나 불응하고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이 히스패닉은 히스패닉계 신문과 방송을 동원, 세탁소 앞에서 시위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워싱턴한인교회협의회(회장 최바울), 애난데일한인상인연합회(회장 김영근), 워싱턴한인세탁협회(회장대행 이필재)등 한인단체들은 히스패닉 커뮤니티와의 유대강화 및 회원업소들에 대한 교육, 한인업주에 대한 스패니쉬 강좌 마련 등 이러한 문제들을 막기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열린 인종화합을 위한 촛불예배에 히스패닉계 교회를 초청, 한-히스패닉 교계간 연결고리를 마련한 교협은 지난해 말 한-히스패닉 관계를 담당할 봉사위원회를 새로이 신설하기까지 했다.
남미에서 오랜기간 거주했던 조영길씨를 위원장에 임명한 교협은 조씨가 펴낸 스패니시 회화법 책자와 테이프를 히스패닉 종업원을 둔 한인업주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교협은 지난해 말 한인 세탁소에서 기증한 옷가지를 저소득층 히스패닉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최바울 교협 회장은 "이미 LA나 뉴욕 등지에서는 한인업주와 히스패닉 종업원과의 마찰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워싱턴지역도 조만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고 볼 수 있다"면서 "분규가 발생할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업주들의 노력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한인사회 차원에서의 대비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난데일한인상인연합회도 회원 업소들의 상당수가 히스패닉 종업원을 두고 있는 것과 관련, 이 지역 히스패닉 커뮤니티와의 관계 정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영근 회장은 "매달 1회씩 메이슨 디스트릭트의 페니 그로스 의장이 주최하는 소수민족회의에 참석하는 이들을 통해 히스패닉 대표단체 및 봉사단체들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히스패닉 종업원들도 수가 많아지고 발언권이 높아지면 갈등 요인이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금 및 인종차별 행위 등에 각별한 조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한인세탁협회는 최근가진 전직 회장과 임원 연석회의서 히스패닉 종업원 문제를 논의하고 회원업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나가기로 했다.
이필재 회장 대행은 "대부분의 한인 세탁소가 히스패닉을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한 문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회원들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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