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소재 톰슨 초등학교에서는 과학박람회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1세 학생 어네스트 플로레스는 "연료"를 만들기 위해 물과 알카-셀처 혼합물이 든 양철통을 발사대에 설치하고 로켓처럼 복도를 날아 떨어지는 것을 바라봤다.
버지니아 페어펙스 카운티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 과학박람회 출품작들은 훨씬 세련됐다.
두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17세의 아킨티아 마두리는 칠판의 그래프를 가리키며 자신의 프로젝트 "고체 분자에 있어서의 압력 유도 변환: N2O와 CO2"를 설명했다. "놀랍게도 공유결합에서 이온결합으로 변화됐다"는 마무리의 설명은 보통 사람은 알아듣기 힘든 것이었지만 심사위원들은 마두리를 1등으로 뽑았다. 사실 마두리는 유명한 ‘인텔과학경시대회’에서 뽑은 40명의 최종 결선자중 한명으로 그의 연구는 출판될 예정이다.
작고 간단한 것부터 방대하고 복잡한 것까지 전국의 각급 학교마다 과학 박람회가 한창이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의 과학적 관심을 북돋우기 위해 이 방법을 이용하는 교육가나 기업들이 증가해 전례없이 많은 박람회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상사가 언제나 기대대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 문제다.
성공적인 과학 박람회와 프로젝트 개발에 기여하는 서적이나 웹사이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불충분한 지도를 받거나 규칙상 인공적인 과학적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에는 이같은 행사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교육가들과 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박람회의 경쟁적 본질 및 그것말고도 이미 스트레스가 많은 어린이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웨스트필드 고등학교의 과학부 주임교사인 짐 자비스는 "올바로 진행되면 과학 박람회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잘못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유치원 입학전부터 12학년까지의 학생들은 많은 과학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 학교, 도시, 주, 지역 주최는 물론 전국, 국제규모의 박람회도 있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도 있고 특정 대상에 국한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핏츠버그에 있는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는 전통적으로 과학분야 진출이 부진한 소수계 학생들만이 참여하는 ‘찰스 드류 과학박람회’를 주최한다.
캘리포니아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일하며 ‘트라이-밸리 과학과 공학 박람회’를 관장하는 캐런 커난은 박람회가 최선으로 운영될 경우 학생들에게 주제를 깊이 공부하고 연구기술을 실습하며 시간을 관리하는 방식을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결과를 발표하는 경험을 획득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람회가 모든 프로젝트에 똑같은 방식을 주장할 때 학생들은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버지니아 대학 과학교육과 교수 랜디 벨은 "과학박람회의 큰 문제중 하나는 학생들을 억지로 ‘과학적 방법’이라는 틀에 맞춰 넣으려 한다는 점"이라며 "학생들은 모든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가설-실험-결론을 내는, 과학적 단계를 따르도록 강요되지만 실제 실험실 상황은 틀리다. 소위 과학적 방법은 과학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보다는 학회 간행물에 과학이 기록되는 방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스웨스턴 대 기계공학과 조교수이며 과학박람회를 심사해 온 마이클 페시킨도 이같은 고집이 프로젝트의 영역을 제한한다고 말한다. 페시킨은 새 둥지를 분류하고 연구하는 것은 좋은 프로젝트가 될 수 있지만 "가설이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억지로 하나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면 인공적으로 보일 뿐 아니라 아이들은 과학을 너무 형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평했다.
반면 전직 우주비행사로 미국과학진보협회가 K-12 과학, 수학, 기술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 2061’의 디렉터인 조지 D. "핑키" 넬슨은 과학 박람회에 대해 양분된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넬슨은 열의 넘치는 학생들에게 실험실에서 전문적인 스승과 일할 기회를 주는 최고 수준의 박람회를 지지한다. 이것이 바로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의 마두리가 한 일이다. 마두리는 워싱턴 카네기 인스티튜션내 지구물리학 실험실에서 일하면서 아산화질소에 수정과 같은 단계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이제껏 한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이 발견은 화학, 고압 물리학, 행성과학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넬슨은 "그러나 전형적인 초등학교나 중학교 과학 박람회는 이와 매우 다르다. 과학박람회를 통해 아이들에게 과학에 관한 사고를 배우고 열심히 연구하는 결과를 창출하는 경험을 시키려면 학교내 교사의 노력이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 위한 자원은 일반적으로 없다"고 덧붙였다.
넬슨은 아이들이 잘못 착상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마지막에 조잡하게 짜 맞추다보면 과학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인데 교사들은 충분히 지도하지 않거나 전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오로지 수상을 목표로 박람회에 참여해 소수에게만 혜택이 가게하는 것 또한 해롭다는 지적이다. 좋은 프로그램은 모두에게 창조적 기회를 제공하지만 일부 학교는 극소수를 위한 전국 컨테스트에만 집중하고 학교 박람회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매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처칠 고등학교의 과학교사인 케빈 머피는 "전국 대회에서의 표창이나 수상은 이력서에 매우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관여도 문제다. 부모들은 많은 학교가 장려하는 대로 종종 자녀를 돕지만 어떤 경우에는 프로젝트를 아예 다 해준다. 그러나 일 때문에 참여가 불가능한 부모들도 많다. 따라서 박람회의 경쟁적 성질이 특히 저학년에게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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