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앳킨슨 UC계열 총장이 SAT I 시험을 UC입학사정에서 제외할 것을 UC평의회에 제의, 교육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립대학 시스템중 하나이자 가장 권위있는 UC계열이 앳킨슨 총장의 제안을 입학정책으로 받아들일 경우, 그 여파는 UC를 넘어 다른 대학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교육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앳킨슨 총장이 이같은 제안을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미국 1,800개 대학의 총장 및 지도자들이 모인 연례 미교육협회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이유도 다른 대학들도 UC계열의 본을 따를 것을 제의한 것이다. 앳킨슨이 연설을 마쳤을 때에는 대학총장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으나 회의적인 의견을 보인 총장들도 있어 SAT I 시험을 둘러싼 논란을 보여줬다.
SAT I 시험은 도대체 어떤 시험인데 이같은 논쟁이 일고 있는가? UC평의회가 앳킨슨 총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그 배경과 의미를 살펴본다.
SAT시험의 유래
현재 미국 90%의 대학에서 입학사정 기준으로 사용되는 SAT 시험의 시작은 1900년 당시 12개 주요 대학의 총장들이 입학절차를 표준화하기 위해 칼리지보드(College Board)를 설립한데부터 유래된다. 1901년에 칼리지보드가 출제한 에세이 형식의 시험이 처음 실시된 이후 여러 종류의 표준시험이 고안되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중 하나가 프린스턴의 심리학교수인 칼 브리검이 1926년 다지선택형 문제의 IQ테스트로 고안한 SAT였다.
그러나 SAT가 대입시험으로 채택된 계기는 1933년 하버드대학의 총장이 된 브라이언트 코넌트가 새로 시작한 장학금 프로그램의 장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으로 SAT를 채택한데 있다. 하버드는 2년후부터 SAT를 모든 지원생들이 치러야 하는 시험으로 채택했고 30년대말까지 나머지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장학생 선발기준으로 SAT를 채택하게 됐다. 1948년 SAT를 출제하는 기관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설립되고 60년 UC계열이 SAT를 모든 지원생들이 치러야 하는 시험으로 채택, ETS의 가장 큰 고객이 되었다.
SAT시험의 논란
이같이 동부의 기숙사립학교의 혜택을 받지못한 시골 우등생들을 장학생으로 선발,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SAT I 시험은 그러나 IQ시험에 뿌리가 있다는 것이 이후 여러 교육자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타고난 적성(aptitude)을 평가하는 시험이 당시에는 엘리트계급이 받는 기숙사립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SAT I 시험을 반대하는 교육자들은 현재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IQ테스트를 토대로 대학생을 선발하는 국가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칼리지보드는 SAT시험이 더 이상 지능이나 타고난 적성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SAT 시험의 이름도 학력적성시험(Scholastic Aptitude Test)에서 학력평가시험(Scholastic Assessment Test)로 개명한 칼리지보드는 SAT가 성공적인 대학생활에 필요한 ‘추리력 성장(developed reasoning)’을 평가, 수험생이 대학에서 얼마나 잘 적응할지 예견하는데 목적이 있는 시험으로 많은 독서와 철저한 학업이 SAT시험을 잘 치는 비결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SAT I 시험이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닌 만큼 무엇을 측정하고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 애매하다고 지적한다. 앳킨슨 총장도 18일 연설에서 학생들이 교과내용을 공부하지 못하고 시험치르는 요령에 치중, 값비싼 SAT학원에 의존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SAT시험이 히스패닉, 흑인등 소수계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의 경우도 흑인학생의 SAT평균이 백인학생의 평균보다 198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SAT시험의 인종과의 관계는 SAT의 시초로 되돌아 갈 수 있다.
SAT시험의 창시자인 칼 브리갬은 인종차별주의자로 IQ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천주교도, 남유럽계, 유태계, 동유럽계 사람들이 서유럽계 및 북유럽계 사람들보다 선천적으로 지능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고 특히 미국에서는 흑인들과 혈통이 섞이면서 미국인들의 지능이 유럽인들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여러 교육관계자들은 앳킨슨 총장의 제안이 소수계 우대정책 폐지로 크게 감소한 소수민족 학생들을 영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SAT시험을 요구하지 않는 펜실베니아의 물렌버그 칼리지와 메인주의 베이츠 칼리지는 이후 소수계 학생의 지원이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앳킨슨 총장의 제안
앳킨슨 총장은 천분이 지능 심리학자(cognitive psychologist)출신으로 표준시험 전문가였으며 한 때 SAT시험을 출제하는 ETS의 초빙연구원을 지낸바 있어 "SAT의 지나친 강조가 미국교육제도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앳킨슨 총장의 제안이 정책화되기 위해서는 UC대학 교수들의 의회인 학부 상원(Academic Senate)의 투표를 거쳐 UC평의회가 승인해야 한다.
일부 교육자들은 SAT I 시험을 제외할 경우, 신입생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밝힌 가운데 여러 UC평의원들는 학부상원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학부상원의 마이클 코원 위원장은 이미 앳킨슨의 제안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앳킨슨 총장이 UC평의회에 제안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3년 가을부터 UC대학 캠퍼스들이 입학사정에서 SAT I 시험을 요구하지 않도록 한다.
▲캘리포니아주 고등학교 교과과정, 특히 UC대입준비코스(college prep) 커리컬럼에 더 직접적으로 상응하는 표준시험이 개발되도록 노력한다.
▲보다 적절한 표준시험이 마련될 때까지 SAT II 시험을 ‘임시’(interim) 시험으로 계속 요구한다.
▲UC대학 캠퍼스들이 시험 및 학교성적을 토대로 계산한 공식적인 입학기준에서 벗어나 ‘총괄적인(holistic)’ 방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한다.
▲이에 앞서 앳킨슨 총장이 지난해 가을 UC평의회에 제안한 내용으로 고등학교에서 상위 4%이내에 드는 학생에게 입학을 보장하는 ELC 프로그램을 확대, 각 고등학교에서 4∼12.5%이내에 드는 학생들에게 커뮤니티 칼리지를 2년동안 다니는 조건으로 UC입학을 보장해준다. 아직 학부 상원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UCLA의 토마스 리프카 부 부총장(assistant vice chancellor)은 22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앳킨슨 총장의 제안이 SAT II 시험 등 표준시험을 계속 유지하므로 UC계열의 입학정책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UCLA의 입학사정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UCLA와 버클리는 이미 앳킨슨 총장의 제안대로 공식에 따른 입학사정에서 벗어나 지원생의 성적, 시험점수, 선택과목의 질 등 원서내용을 모두 검토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SAT II 시험이 SAT I 시험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프카 부 부총장은 또 "앳킨슨 총장의 제안이 SAT I 시험을 필수시험으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원하는 학생들은 계속 SAT I 시험점수를 제출, 입학사정에 고려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리프카 부 부총장에 따르면, SAT I 시험을 대체할만한 시험으로 ‘Golden State Exam’ 등의 표준시험이 고려되었으며 SAT I 보다 교과과정에 더 일치되는 ACT시험도 앞으로 대체 시험을 찾는 과정에서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ACT시험은 흔히 중부지역의 대학들이 SAT보다 선호하는 표준시험이다.) 리프카 부 부총장은 SAT I 시험폐지가 아시안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SAT I 시험을 잘보는 학생들은 SAT II 시험도 잘 보는 경향이 있으므로 앳킨슨 총장의 제안으로 영향을 받을 지원생들은 1만명중에 수백명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마이클 코원 UC학부상원 위원장은 앳킨슨 총장의 제안을 UC계열이 아이비리그 대학 스타일의 입학사정제도를 채택하자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어 앳킨슨 총장의 ‘총괄적인’ 입학사정이 어떤 모양을 취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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