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방문한 전경남(60. 해외동포원호위원회 부위원장) 단장은 “오는 8.15 광복절을 기해 공화국에서 북남의 제정당, 사회단체를 포함한 큰 행사를 열고 우리 민족이 힘을 합쳐 통일의 문을 여는 해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 단장은 21일 저녁 강서면옥에서 개최된 수도권메릴랜드 한인회 주최 환영만찬에서 이같이 밝히고“미주동포들도 사상, 제도를 초월해 민족통일을 여는데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환영만찬에는 북한측에서 전 단장외에도 이형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자성남· 이남수 참사, 김배화 해외동포원호위 참사와 허광수, 전명희씨등 공연단원 전원이 참석했으며 수도권메릴랜드 한인회에서는 이숙원 회장과 이기연·성수동 부회장, 손순희 이사장, 황옥성, 최광수 전회장등 2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밖에도 이번 공연을 주최한 재미동포전국연합의 함성국 회장, 김봉호 사무차장, 주남훈 워싱턴 지부장과 최정열 범민련 고문, 정기열 전민특위 공동사무국 사무총장, 이재수 자주연합 워싱턴 지부장 그리고 송제경 전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김태환 북버지니아한인회장, 장원 수석부회장, 장석경 사무총장도참석했다.
예정시각보다 다소 늦은 7시30분경 시작된 이날 만찬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한 후 옆좌석의 인사들과 서로 궁금증을 묻는 등 담소를 나눴다. 공연단원들은 남자는 정장 차림이었으며 여성단원인 전명희, 석련희씨는 각각 흰색과 진달래색 한복을 입고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숙원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95년 자신이 방북했을 때 배웠다는 <반갑습니다>란 노래를 언급하며 북 예술단을 환영한 후 “자꾸 만나야 정이들고 가까워진다"고 강조했다.
김태환 북버지니아한인회장은“워싱턴 공연이 성공해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단장은 답사에서“85년 이래 워싱턴을 두차례 방문했지만 현직 한인회장과 인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돌아본 후“오늘 이 자리에서 세상은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며 특별한 감회를 피력했다. 그는 이어“이것은 북남 수뇌부의 상봉과 6.15공동선언의 열매라 생각한다"고 덧붙인 후 공연에 많은 동포들의 참석을 당부했다.
환영만찬은 개량악기인 장새납 연주에 이어 참석자들이 민요가수 석련희씨의 선창에 따라 <반갑습니다>를 부르며 끝을 맺었다.
북한 예술단 일행은 공연을 하루앞둔 이날 낮 덜레스 공항을 통해 워싱턴에 도착했으며 10일부터 뉴욕, 시카고, LA, 휴스턴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22일 조지워싱턴 강당에서 마지막 미주순회 공연을 마치고 다음날 뉴욕을 거쳐 25일 평양으로 떠난다. 한편 21일 오후 숙소인 타이슨스 코너의 힐튼호텔에는 이승만 목사(미 장로교 총회장)와 방북을 신청한 이항렬 국제한국학회 회장, 전영일 국제전략화해연구소 소장등이 전 단장등을 면담하기위해 찾아와 관심을 끌었다.
전경남 부위원장 인터뷰
“이산가족을 찾으려는 미국 시민권자 동포들의 방북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북한의 해외동포 업무를 총괄하는 해외동포원호위원회 전경남 부위원장은 21일 본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남북간 이산가족 상봉사업에서 소외되고 있는 미주동포들에게도 문호가 항상 개방돼 있다고 밝히고 방북 창구는 재미동포전국연합으로 일원화됐다고 덧붙였다.
전 부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이날밤 밤 맥클린의 힐튼호텔 숙소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최근 악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미관계에 대해서는“소관업무가 아니다"라고 언급을 피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등 남북문제에 있어서도“김정일 장군님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민족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남북문제는 외세의 간섭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점을 유달리 강조했다.
다음은 전 부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내용.
-워싱턴에 앞서 4개도시 공연의 반응과 성과는.
동포들의 열의가 대단했다. 시카고의 경우 공연장이 850석인데 1천명이 몰려 1백50여명이 되돌아갔다. LA, 휴스턴에서도 극장이 꽉찼다. 동포들이 조국의 예술인들과 박수치고 함께 노래하며 마음을 터놓고 하나로 합치는 한마당이었다.
-북한 노래가 동포들에겐 생소한데 어색한 분위기는 없었나.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해당화>등 동포들에친숙한 노래를 부를 때는 관객들의 눈시울이 젖어있음을 볼 수 있었다. <아리랑>을 연주할 때는 단원과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앵콜이)3창, 4창까지 나오기도 했다. 예술단원과 동포가 일치되어 있음을 느꼈다.
-공연에 부정적인 동포들도 있었을 텐데.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공화국(북한)에 대해 경직된 상태여서 식사약속이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일부 한인단체들이 다른 곳(한국 대사관이나 정부를 지칭하는 듯이 보임)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환영분위기였다.
-공연단 규모가 작은 이유는.
초청단위 문제 때문에 대규모로 할 수 없었다.
-미국이 처음으로 공식 공연 비자를 내줬는데 미측 인사들과 만났나.
딱히 미국인사들을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미국 주정부등에서도 우리 공연에 협조하는 분위기다. 휴스턴시의 경우 호텔로 꽃바구니까지 보내며 환영해줬다. 여러가지 편의를 도모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교예단같은 북한 예술단의 미주공연이 앞으로도 있나.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동포들이 있는 한 공연을 할 것이다. 이러한 공연은 6.15 공동선언으로 이루어진 해빙 무드에 도움이 되지않을까 한다.
-해외동포원호위원회는 어떤 단체인가.
해외동포의 권익을 옹호, 전담하는 기구로 해방직후 조직됐다. 내가 부위원장을 맡은지는 10년정도됐다.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미주동포들과 관련된 사업도 커지나.
그동안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재미동포와의 관계가 소원하게 된 점이 없지 않으나 2백10만동포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사업에서 해외동포들은 제외되고 있어 아쉬움이 큰데.
남한 정부에서 영주권자는 몰라도 미국 시민권자 동포까지 관할해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공화국(북한)은 미국 시민권자중 방문할 열의가 있을 경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초청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미주지역 창구는 어디인가.
동포들의 혼란을 막기위해 조국방문의 창구를 일원화했다. 재미동포전국연합을 통해 재미동포들의 방북을 추진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한국 답방 시기는.
김정일 장군님의 남한 방문은 내 소관이 아니며 이것은 장군님의 결심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북한 인민들은 김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어떻게 생각하나.
인민들은 정세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통일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
민족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외세의 간섭없이 해야한다.
전경남 단장은 누구인가 1941년생으로 함북 청진출신. 김일성 종합대학을 나온 후 무역관련 부서에서 근무했으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93년 해외동포원호위원회 부위원장에 발탁됐다. 몇해전에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순) 부위원장을 겸해 맡기도.
한동안 전영근이란 이름으로 대외에 알려졌으며 94년 북미간 제네바 핵 합의 이후 95년, 97년 세차례 미국을 방문하는 등 대미관계 업무의 중책을 맡아왔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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