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몬트대 아이스하키팀, 스캔들 딛고 새분위기
지난해 봄, 버몬트대학 남자 아이스하키팀 캐터마운츠의 주장 제리 저맨더는 사물함 앞에 설 때마다 주춤거리곤 했다. 유니폼을 대하기가 쑥쓰러웠기 때문이다.
버몬트 아이스하키팀 유니폼은 오랫동안 버몬트주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프로그램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 유니폼이 어느새 수치스러운 것으로 전락해 있었다.
사연인즉, 1999년 가을학기 버몬트대학 아이스하키팀 고참들이 추잡한 신입생 신고식을 강요했고, 학교측이 이를 은폐하려 했던 사실이 탄로났던 것이다.
이로 인해, 버몬트 대학측은 지난 해 1월 시즌 잔여경기를 모두 취소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 결정은 팀은 물론이고, 버몬트 대학 및 지역사회에까지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문제의 발단이 된 신고식의 경위는 이러했다.
1999년 10월 1일, 아이스하키팀 고참선수들은 신고식에서 신입생들이 토할 때까지 데운 맥주를 마시도록 강요했다. 또, 한 사람이 씹은 빵을 계속 옆사람 입으로 전달토록 했으며, 심지어는 발가벗은채 서로의 성기를 잡고 길거리를 행진하는 소위 "코끼리 걸음"을 걷도록 했었다.
사건이 불거지자, 주검찰이 조사에 착수했으며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그 때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으나, 아직도 마음 속의 깊은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시, 신고식 실상을 고발했던 신입생 골잡이 코리 라튤립은 아이스하키를 그만두고 인근지역 커뮤니티 대학으로 전학했다. 그는 오는 가을학기에 타주에 있는 대학으로 전학할 예정이다.
이제 버몬트 대학의 캐터마운트들은 다시 얼음판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지난해 겨울에 있었던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코치들이 큰 피해를 당했으며 학교의 명예가 손상됐다는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학측은 그때 이후 캠퍼스 내에서 신입생 신고식에 관한 교육을 강화했으며, 신고식 비행에 대한 불관용 원칙을 강력히 천명하고 있다.
버몬트 대학측이 신입생 신고식과 관련, 처음부터 이처럼 적극적인 자세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겨울 처음 신입생 신고식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대학측은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측은 결국 금전적으로나 여론의 법정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버몬트 주에서 대학 남자 아이스하키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의 농구와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시즌의 경우, 1,200명 이상이 벌써 티켓구입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으며, 4,000석 규모의 거터슨 필드 하우스는 버몬트 주민들이 겨울철 주말을 보내는 장소다.
버몬트 캐터마운트 팀은 1996년 시즌 NCAA 준결승에 진출했으며, 승패에 관계없이 항상 커뮤니티의 중심 이벤트가 되어왔다. 따라서, 지난해 겨울 버몬트 대학이 잔여시즌을 취소한 결정은 버링턴 시의 삶의 패턴에 커다란 공백을 초래했다. 그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은 후, 버몬트 대학당국은 신고식 예방을 위한 53점 플랜을 골자로 한 리포트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버몬트대학의 주디스 라말리 총장은 말한다.
"우리는 그동안 실수를 했다. 그동안 무조건 선수들을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선의를 갖고 몇 가지 지침만 제시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강력한 정책만이 실효를 거둔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들 조치 중에는 신입생 신고식에 대한 학교측의 정의를 재규정하고 명료화하는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대학측은 그런 지침들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의무적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특히 운동선수들에게는 매년 ‘반신고식 서약’에 서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학교측은 운동선수들의 카운슬링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인간관계 코디네이터 직책을 새로 도입했다. 현 코디네이터인 조 저발스는 전 버몬트 대학 아이스하키팀 선수이자 보조코치 출신으로서, 버몬트 대학내 모든 스포츠 팀들을 위한 정신교육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라말리 총장은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 조직체 내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단시간 내에 치유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로 인해 경각심을 일깨우게 되었고, 서서히 그 결실을 얻고 있다"
팀의 고참이자 주장인 저맨더는 요즘, 새로 아이스하키팀에 가입한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지난 실수를 돌이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동일한 실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 가을학기에 팀에 합류했던 후배선수들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팀분위기를 감지했다.
"주장과 선배선수들이 모두 후배선수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팀내 위화감이 사라졌고, 모두가 팀의 일원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온 신입생 선수 패트릭 시프의 말이다.
이번 겨울시즌, 버몬트 캐터마운츠는 동부지구 컨퍼런스 프리시즌에서 9위를 차지하여 정규리그에 진출했다. 정규리그에서도 초반 5연승을 달성하며 기세를 올렸으며, 이번시즌 플레이프오프 진출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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