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 실리콘밸리 주택난으로 개발물결 내륙행
샌프란시스코 인접 지역에서는 ‘또 다른 캘리포니아’에서 오리지널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는 통근자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그레이트 센트럴 밸리를 경계로 ‘또 다른 캘리포니아’와 구별된다. 그리고, 두 세계가 충돌하는 지점에 트레이시가 위치해 있다.
이 곳 주민들은 두 개의 서로다른 캘리포니아 사이를 왕복하는 장거리 통근자들을 배트(BAT)라고 부른다.
배트란 ‘샌프란시스코 베이 전입자’들이라는 뜻의 영어구절을 줄인 말이다. 이들 ‘배트’들은 지난 20년간, 평화로운 농촌지역이던 트레이시 일대를 장거리 통근자들의 천국으로 변모시켜 왔다.
샌프란시스코 동쪽 60마일 지점에 위치한 트레이시는 1878년, 센트럴 패시픽 철도회사에 의해 세워진 타운이다.
이 타운의 인구는 1980년 1만 8,000명에서 작년에는 5만 5,000명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이 곳에 새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의 90% 이상은 장거리 통근자들이다.
트레이시 거주 장거리 통근자 중 한 명인 욜리스마 가르시아의 경우를 보자.
4자녀를 두고 있는 44세의 이혼녀 가르시아는 자신이 프로그램 시스템 매니저로 일하는 선 마이크로시스템 사까지 매주 4일씩 장거리 통근을 한다. 다행히, 금요일에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르시아는 새벽 4시 54분에 알타몬트 통근자 급행열차에 몸을 싣고 실리콘 밸리의 산타 클라라까지 이동한다. 통근열차의 마지막 세 칸은 취침자들을 위해 조명을 희미하게 해놓았다. 승객 중 상당수는 아예 자명종을 품에 않고 잠에 빠져든다. 이 구간의 평균 통근거리는 58.3마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처럼 장거리 통근을 불사하게 만드는 것인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높은 주택가격이다.
예를 들어, 실리콘 밸리에 있는 샌 카를로스에서는 중간 주택가격이 68만달러 선이다. 최근에는 샌 카를로스 시장이 주택값을 감당치 못해, 이 지역을 떠난다고 발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인접지역은 외곽으로 1마일 멀어질 때 마다 평균 주택가격이 5,000달러씩 떨어진다. 그 결과, 트레이시의 중간 주택가격은 22만 5,000달러선, 그 보다 동쪽으로 15일가량 떨어진 맨테카의 평균 주택가격은 16만 1,000달러 선에 형성되어 있다.
또 다른 통근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의료장비 회사의 리서치 기술자인 앨리슨 홀츠클로는 새벽 5시 20분에 세 자녀를 미니밴에 싣고 데이케어 센터로 간다. 그 때 쯤, 남편 스티븐은 벌써 한 시간째 기차여행을 하고 있다. 스티븐은 멘로 파크까지 매일 편도 2시간 30분 거리를 통근해야 한다.
홀츠클로는 새벽 5시 55분 경, 수 천명의 다른 자가운전 출근자들과 조우한다.
이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언덕을 넘어 서남부 도시들을 향하여 하루 백 십수마일을 운전하는 장거리 통근자들이다. 홀츠클로는 트레이시의 일부 가정주부들과 마찬가지로 집안 일을 하며 푹 자보는 것이 소원이다.
트레이시가 장거리 통근자들에게 점령당하면서,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올드 타이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은 토마토, 건조콩, 사탕무, 호도 등의 주산지였다. 그리고 2년전 문을 닫기 전까지, 유명한 케찹 제조업체인 하인즈사가 이곳에서 연간 50만톤의 토마토를 처리했었다.
요즘, 트레이시 거주자들의 연평균 가계소득은 4만 5,000달러에서 4만 8,000달러에 이른다. 이는 인접한 샌 호아킨 카운티 거주자들의 연평균 가계소득 3만, 5000달러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트레이시에서는 지난 수년간 고급식당이나 쇼핑몰 등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었다.
건축회사 매니저인 데이빗 베포드는 최근, 실리콘 밸리내 포스터 시티에 있던 직장을 사직했다. 직장에 가기 위해 아침마다 새벽 4시에 집을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통근시간은 편도 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나는 지난 한해 2,048시간을 일에 소비했고, 통근길에 1,100시간을 쏟았다. 가족들과 보낸 시간은 608시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는 시간이 두 배나 늘어났다"
배포드는 말한다.
부모들이 새벽부터 장거리 출근길에 나서다 보니, 자녀들을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 데려다 놓는 일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새벽 5시 45분에 학교에 도착, 일출을 맞으며 다른 학생들을 기다린다.
어떤 학교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게중에는 새벽부터 학교에 나와 그럭저럭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은 그같은 생활패턴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옮기는 케이스도 발생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