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릴 밀러, 생애최고의 농구경기 회상
▶ 고교신기록, NCAA 우승, 올림픽 금메달도
전반전이 끝나자 리버사이드(캘리포니아) 폴리 고등학교 체육관에 모인 관중들은 자신들이 역사의 목격자라는 사실을 서서히 감지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관중들의 100득점을 독려하는 "원 헌드렛"의 끊임없는 외침은 체육관의 벽을 타고 메아리졌다.
하지만 정작 관중들의 환호대상이 됐던 선수자신은 영문을 몰랐다.
셰릴 밀러는 경기종료 3분 전 벤치에 앉았을 때 비로소 관중들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를 알았다.
벤치에 몸을 깊숙이 기대는 밀러에게 한 팬이 뒤에서 등을 톡톡쳤다.
"그는 내게 ‘대단.하구만. 네가 105점을 넣었어!’라고 말했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뭐라고요?’라고 반문했다"
19년 전인 지난 1982년 2월 26일 노르테 비스타 고교와의 대전에서 자신이 세운 이 기록의 충격은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농구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밀러는 105점으로 미국고교농구 득점신기록을 수립했다.
2위 기록은 현재 WNBA의 LA 스팍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리사 레슬리가 새웠다. 레슬리는 잉글우드(캘리포니아) 모닝사이드 고교시절인 지난 1990년 2월 7일 경기에서 전반에 101점을 넣었다. 당시 상대팀이었던 사우스 토렌스는 후반경기를 포기했다.
밀러는 역사적인 경기를 앞두고 뭔가 엄청난 일이 발생할 것같은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예감은 경기초반 감지됐다.
"나는 첫 여섯 개의 점프슛을 모두 성공시켰다. 전에는 한 번도 넣지 못했던 왼손 레이업 슛도 적중했다. 내가 던지는 공은 모두 골인했다"
현재 케이블 방송 TNT 스포츠의 농구 리포터겸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밀러의 회상이다.
당시 리버사이드 폴리의 직원으로 관중관리를 책임지고 있었던 데일 로버츠도 경기를 보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여학생이 그렇게 공을 잡는 것을 보니 믿을 수가 없었다. 밀러는 소녀들속에 우뚝 선 여인같았다"
밀러는 경기에 몰두했기 때문에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소리등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몇 점을 넣었는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날 체육관에는 단지 밀러, 농구코트, 그리고 공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체육관의 배경음속에서 나는 내 심장의 박동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내게는 주위가 조용하게 느껴졌다. 농구공은 내 손의 한 부분같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경기는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나중에도 이같은 특이한 경험을 했지만 그날처럼 4쿼터 전경기를 느껴보지는 못했다"
전반이 끝났을 때 폴리 고교의 스코어는 84점이었다. 후반들어 밀러와 동료선수들은 95점을 더 보탰다.
폴리고교는 무려 164점의 점수차로 이겼다. 최종 스코어는 179대 15. 폴리고교의 점수는 여고 최고의 득점기록이 됐다.
1980년대 초 밀러가 이끈 리버사이드 폴리팀은 4년 연속으로 캘리포니아 고교연맹 남부지역 타이틀을 석권했다. 한때는 84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우리는 막강했었다. 팀구성이 진짜 조화를 잘 이뤘다"
당시 리버사이드 폴리는 밀러를 중심으로 1-2-2 하프코트 지역방어 전술을 폈는데 이 포메이션은 스틸기회를 많이 만들면서 상대팀의 공격에 거의 철벽이었다.
현재 노던 아리조나 대학 여자농구팀 코치 멕 샌더스는 밀러와 3년간 선수생활을 같이 했다. 밀러가 고교 2년생으로 77점을 득점했을 때 함께 경기를 했던 샌더스는 밀러가 기록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술회한다.
"밀러는 자신을 1등으로 만드는 일을 결코 하지 않았다. 그는 동료선수들과 똑같이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자신의 게임테크닉 향상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밀러는 항상 전력투구했다. 그의 성실한 연습태도와 뛰어난 집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고교졸업 후 밀러는 USC에 진학, 네 번이나 올아메리칸에 선정됐고 지난 1983년과 84년에는 연달아 소속팀 트로전스를 NCAA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84년에는 미국대표팀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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