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간 주요 첩보전 현장 살피는 ‘스파이드라이브’
평소 스파이 소설이나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가 볼만한 관광코스가 있다. ‘스파이드라이브(SpyDrive)’란 이름으로 미국의 수도이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들이 모여있는 워싱턴에서 지난 50년간 일어난 주요 스파이 사건 관련 현장 30여곳을 둘러보는 코스인데 금상첨화로 FBI에서 외국 스파이 잡는 일을 하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방첩자문을 지낸 데이빗 메이저와 KGB 사상 최연소 장군으로 워싱턴에서 구 소련의 스파이로 활동한 전력을 가진 올레그 칼루긴 같은 전문가가 안내까지 한다.
"우리가 보여드리는 것은 건물과 기념비 뿐입니다만 정보를 캐려는 사람과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의 눈으로 궤뚫어 보아야 합니다"고 말하는 메이저는 몇년전부터 연방정부의 고관 및 대기업 중역들을 상대로 워싱턴은 오래전부터 온갖 종류의 외국 첩자들의 주요 각축장이 되어 왔으며 현재도 그러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투어를 운영해오다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파이드라이브’라는 가지를 치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이다보니 언제나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일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미래에 직면할 일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는 메이저는 워싱턴에서 공연히 누군가에게 뒤를 밟히는 기분이 든다면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장담한다.
현재는 미국 영주권자로 메이저가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첩 및 안보연구소에서 강사로 일하는 칼루긴은 "현재 러시아의 첩보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제1 적국이었지만 요즘은 제1 우선국가죠"라고 말한다.
워싱턴의 첩보 기념물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16가에 있는 현재는 러시아 대사관저가 된 구 러시아 대사관일 것이다. 칼루긴이 ‘대미 첩보활동의 중심지’라고 말하는 이 건물의 정문은 미국에 가장 커다란 피해를 준 스파이들인 CIA 직원 올드릭 에임즈, 해군장교 존 워커, 국가안보청 직원 로널드 펠튼이 드나들던 곳이다. 소련인들은 FBI 탐지 팀에 들키지 않기 위해 이 건물의 북쪽에 난 뒷문으로 통하는 골목에서 워커와 펠튼을 선동했었다고 메이저는 덧붙인다.
조지타운의 K 스트릿은 그야말로 첩보지대. 에임스가 7파운드가 넘는 최고기밀 자료들을 KGB측에 넘겨줘 그 속에 든 동구권내에 CIA가 심어놓은 20명중 10명을 처형당하게 한 술집 ‘채드윅’도 있고 명문 여대 바사 졸업생으로 1930년대와 40년대에 러시아 첨자 노릇을 한 엘리자베스 벤틀리가 운영하던 ‘마틴스 테이번’은 위스컨신 애브뉴에 있다.
위스컨신에서 한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프랑스식 비스트로 ‘오 피에 드 코숑’은 1985년에 KGB를 배반하고 망명했던 비탈리 유르첸코가 CIA 담당자를 버리고 새 러시아 대사관으로 도망쳐버린 곳으로 ‘스파이드라이브’ 버스가 그 코스를 답사한다. 유르첸코가 처음에 진짜 망명을 했던 것인지, KGB가 심어놓은 이중첩자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유르첸코가 모스크바로 되돌아온 후 그를 심문했던 칼루긴은 KGB는 그가 정말로 망명했으나 CIA의 과잉보호에 넌덜머리를 낸 것으로 믿었다고 말한다.
칼루긴은 워싱턴에서 12년동안 스파이로 일하고 귀환하여 KGB의 대외 방첩업무를 관장했다. 구 소련 몰락이후 1990년에 러시아 의회 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지만 AT&T와의 공동투자사업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미국에 와서 "다시 옛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웃는다.
R 스트릿도 첩보활동이라면 뒤지지 않는 거리. CIA의 전신인 2차대전 시절 OSS 국장 ‘와일드 빌’ 도노반이 살던 집도 있고 바로 위 덤바튼 옥스에 있는 19세기풍 저택은 비잔틴 및 중세기에 관한 중요한 연구를 하는 도서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파이드라이브에서는 해군 분석관으로 유죄가 확정된 스파이 조나단 폴라드가 자신의 이스라엘측 핸들러와 만나던 곳이다.
좀 더 내려가서 37가와 R 스트릿이 만나는 곳에는 유명한 파란 우체통이 있다. 1985년부터 CIA 정보를 빼돌리기 시작한 에임스가 분필로 표시해 KGB와 의사소통을 하던 것으로 지금은 그냥 평범한 파란 우체통이다.
이밖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의 첩보대가 자동차에 폭탄을 장치해서 1976년에 칠레 외교관 올란도 레텔리에와 그의 미국인 동료 로니 마핏을 죽인 셰리던 서클, 1983년 10월에 CIA에서 해고당한 에드워드 리 하워드가 인근 소련무역관으로 제발로 걸어들어가 공식 스파이가 되기 전에 조국을 배반할지를 곰곰 생각하던 미첼 공원등도 있다.
투어가 계속되는 동안 전 동구권 첩보기관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동독, 가장 순종적인 것은 불가리아, 가장 뒤지던 것이 헝가리라고 경험자만이 아는 이야기를 곁들이는 칼루긴은 마지막으로 "냉전을 끝났습니다. 냉전 종식과 함께 과거 관행들도 일부가 사라졌습니다만 그렇다고 소련의 첩보활동마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첩보란 국가 이익이 존재하는한 영원히 계속됩니다. 오늘 여러분이 들으신 것은 그중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는 말로 투어를 마친다.
스파이드라이브는 한달에 두 번씩 운영된다. 1-866-SPYDRIVE, 또는 www.spydrive.com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50명까지 단체 예약도 가능하다. 참가비는 1인당 3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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