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화제
▶ 콜츠 이전 18년 한풀이여서 감격 더 커
지난 주 벌어진 대망의 수퍼보울은 뉴욕 자이언츠를 34대 7이라는 일방적 스코어차로 꺾은 볼티모어 레이븐스즈에게 돌아갔다. 이번 수퍼보울 우승은 볼티모어 풋볼팬들에게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풋볼에 관한한, 볼티모어 팬들은 과거 18년간 배신감과 허탈감을 곱씹으며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연인즉, 지난 83년 볼티모어 연고팀이던 콜츠가 어느날 갑자기 볼티모어를 버리고 인디애나폴리스로 이적해 버렸던 것.
그후, 오랫동안 볼티모어 팬들은 새로운 팀을 간절히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NFL측은 팬들의 염원을 외면했다.
그러던차에 전 클리블랜드 브라운스가 볼티모어로 이적한 것이 불과 5년 전의 일.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운스는 오래전 볼티모어 팬들이 그랬던 것처럼, 클리브랜드 팬들의 큰 분노를 일으키며 연고지를 변경했다. 이후 브라운스는 팀명칭을 갈색 까마귀떼라는 뜻의 ‘레이븐스’로 바꿨다.
인구 70여만의 볼티모어는 전통적으로 노동자들의 도시로 알려져 있을 만큼 근로계층의 비중이 큰 산업도시다.
남쪽으로 40분 거리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자리하고 있어서, 시민들의 정서에는 암암리에 일종의 열등감 같은 것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레이븐스는 워싱턴 레드스킨스 팀과 항상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레이븐스즈의 수퍼보울 우승은 볼티모어 팬들에게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같은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수퍼보울 당일 철야로 벌어진 축제에서는 병원의사들부터 연로한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레이븐스의 수퍼보울 우승을 만끽했다. 콜츠에게 배신당한 이후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왔던 풋볼의 한을 털어내는 듯한 분위기였다.
게중에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끼리 부둥켜안고 즐거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저녁내내 광란의 축제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한 치안상태가 유지되었다는 것도 특기할만한 사실이었다. 철야축제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그 사람은 술에 만취한 채, 이너하버의 한 술집 바깥 가로등 옆에서 옷을 다 벗어 제꼈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번 수퍼보울에서는 레이븐스 함대의 라인백커 레이 루이스 선수가 시종 플레이를 압도하면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루이스는 불과 1년전만 해도 두 건의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선수생활이 의문시되던 선수였다.
비록 나중에 혐의를 벗긴 했지만, 루이스는 1년 전 악몽을 떨치고 수퍼보울에서 맹활약을 펼침으로써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볼티모어의 한 지역라디오 방송 아침토크쇼는 시리얼 회사인 휘티스 사가 시리얼 박스 선전시리즈에 루이스의 사진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며 성토하기도 했다.
이번 볼티모어 시민들의 한풀이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들도 섞여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수퍼보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건넨 사람이 다름아닌 NFL 커미셔너 폴 테글리아부였다는 사실이었다. 테글리아부는 볼티모어 풋볼팬들이 오랫동안 이를 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올 아메리칸’ 이라는 스포츠바를 운영하는 테리 니콜스는 이렇게 저간의 사정을 전한다.
"콜츠 팀이 볼티모어를 떠난 후, 볼티모어 시민들은 끊임없이 NFL 측에 새로운 팀을 연결시켜 달라고 탄원했다. 그런데, 테글리아부는 볼티모어는 풋볼팀 꿈을 깨고 박물관 빌딩관리나 잘하라며 빈정됐던 장본인이다"
볼티모어 시민들은 테글리아부가 자신의 손으로 수퍼보울 트로피를 레이븐스에게 전달하는 광경을 보면서 통쾌한 승리감을 맞보았다.
"테글리아부는 이제 까마귀 고기나 실컷 먹는게 좋겠다. 특히, 갈색까마귀 고기를 먹어야 할 것이다"
니콜스는 덧붙인다.
이번 수퍼보울이 볼티모어 풋볼 팬들에게 안겨준 또 한가지 통쾌함은 인접한 워싱턴 레드스킨스 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다는데 있었다. 특히, 돈 많은 레드스킨스의 신임 구단주 다니엘 스나이더는 막대한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레드스킨스의 수퍼보울 우승은 시간문제라고 큰소리 쳤었다.
"무엇보다 가장 기분 좋은 것은 레드스킨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제, 스나이더는 레이븐스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다"
한 풋볼팬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퍼보울 우승이 볼티모어 팬들의 오랜 한을 말끔히 씻어버렸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만큼 연고지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난 콜츠팀의 배신에 따른 마음의 상처가 깊었던 까닭이다.
이에 대해 한 볼티모어 주민은 이렇게 말한다.
"콜츠팀의 배신은 내 인생에서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다음가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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