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정재 박사
▶ PSRT(준비-체계-읽기-생각)
지난주의 스키마(schema)의 연속으로 금주는 PSRT에 대해 알아본다.
●PSRT(Preparation-Structure-Read-Think) 방법이란 무엇인가?
필자가 처음으로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소설이란 원래 재미가 있어야 계속 읽을 수 있다. 이불 속에서 한창 책을 읽다보면 새벽 2시도되고, 3~4시를 넘기게 되는 것은 글읽기에 열심인 것이 아니고 너무 재미가 있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처음으로 전쟁과 평화를 읽었을 때는 혁명이 일어나는 장면을 요약해 가며 읽었고, 또 몇백 명의 등장 인물들을 모두 기억은 못 해도 중요 인물이라도 알아야 이야기 줄거리의 앞뒤를 이해할 것 같아 일일이 등장인물(characters)을 따로 써서 모를 때마다 그 차트를 가지고 보던 기억이 난다. 어떤 부분은 시험 공부하듯이 아주 외어버린 기억까지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책을 읽었던 것이 아니고 고생을 치르고 난 것 같다.
I. P(Preparation, 준비하기)
그 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서양 역사(Western Civilization)를 택하면서 우연히 나폴레옹 전쟁에 대해, 또 러시아 전쟁에 대해 자세히 공부를 했어야만 했다. 그것을 공부할 때 전쟁과 평화라는 말이 한 마디도 언급이 없었으나 같은 시대를 공부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 역사의 학점 따기가 끝난 후 나중에 전쟁과 평화를 다시 한번 읽어 봤다. 비로소 밤을 새우고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때 영어가 좀 더 익숙했던 것도 아니고 영어 단어실력이 더 나았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전쟁과 평화를 두 번째 읽었을 때는 P(Preparation), 즉 준비과정이 갖추어진 상태였다. P란 준비한다란 말에서 온 것이다. 지난주에 스키마(schema)에서 구두 만드는 사람의 친구가, 즉 돈으로 구두 한 켤레를 더 사서 넣을 때만이 친구의 유산 분배가 가능했듯이 전쟁과 평화를 읽을 때 유럽의 역사를 모르면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필자가 먼저 유럽 역사를 공부한 후에 그 전쟁의 배경을 알고 전쟁과 평화를 읽었었다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schema가 구두 유산에 쓰였듯이 그 소설에 투자를 했으면, 그 얼마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
* 준비는 어떻게 시키나?
1. 유아-책을 많이 읽어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산 경험을 많이 쌓아 주어야 한다.
*자녀들과 말을 많이 해야 한다(language experience).
2. 초등학교 학생- 째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리딩을 가르치는 한 방법을 간단하게 만이라도 소개해 보자. 우선 선생님들은 산 경험을 미리 학생들과 같이 한다. 예를 들어 동물원이나 박물관을 방문한다. 또는 학교 도서관을 갔다 온다. 그 후에 반 전체가 합심하여 그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이다. 선생님은 쓰는 것의 요약, 줄거리 잡기, outline 등을 배후에서 할 뿐 모든 것이 학생의 손에 의해 쓰여진다. 그 쓴 것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그 책이 그들의 읽는 자료(교과서)로 쓰인다. 한 학생이 혼자 쓴 것이 아니므로 거기에는 모르는 단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도 schema를 투자했기 때문에 아주 생소하지는 않다.
두 번째로 요사이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이 K-W-L이다. ‘배운다(learning)는 것의 근본은 알려고 하는 지식(knowledge)이고 다음은 그 지식을 알고 싶어하는(want to know) 욕구, 인간의 동기유발 E.Q.이다. 이 두 가지가 합해져야 배운다는 말이다. K, 즉 과거의 지식과, W, 즉 알고 싶은 동기유발이 없이는 무엇을 읽어도 L-Learn, 즉 배우지를 못 한다는 뜻이다. 요사이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이 K-W-L을 중심으로 많이 가르친다.
세 번째로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 주고 또 읽게 하여야 한다.
3. 중학교, 고등학교-책 읽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한다. 비록 낚시 갔던 산 경험이 없어도 물고기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또 낚시에 대한 책을 많이 읽으면 간접적인 경험(second hand experience)이 생겨서 직접 경험보다는 못하지만 많은 도움이 된다.
II. S(Structure, 체계 잡기)
서론의 예로써 필자가 이해가 힘들 때마다 outline을 했다고 했다. 이렇게 윤곽(structure)이 outlined이건, graphic organizer건, 혹은 그림 그리기이건 읽는 학생 자신이 어떤 윤곽을 잡으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이럴 때는 아직 자세히 읽기를 못 했던지, 읽었다 하더라도 이해가 아직 못 미쳤을 수 있으니 물론 완벽한 윤곽을 잡기는 못 했겠지만 어느 정도의 윤곽은 이해력에 큰 도움이 된다(여기에 자세한 것은 이미 윤곽 잡기, outline, 또 graphic organizer 등 과거 여러 번 이 지면에 썼으므로 그것을 참고하시기 바람).
III. R(Read, 읽기)
이 때야 비로소 읽기 시작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해를 해가며 읽기 다운 읽기를 할 수가 있다(처음의 P와 S가 결핍하거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읽기(R)부터 시작하면 수박 겉 핥기 식의 읽기 밖에는 못 된다. 읽어도 통 이해 없이 읽는다는 말이다. 이해가 없이 글자를 보고 그냥 읽는 것을 판독(word-caller)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자신의 경험과 과거의 지식을 투입하면서 읽으면 새 지식과 연결을 시켜 새로운 깨달음, 이해가 오기 시작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준비해 두었던 윤곽을 교정할 수도 있고, 또 더 자세하게 첨가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미완성이었던 이 윤곽을 완성할 수가 있다.
IV. T(Think, 생각하기)
독서의 정의를 내리라면,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생각하는 과정이라고 할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데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은, 다시 말해 생각을 못 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위의 3 단계에서 읽을 때 어떤 것은 읽으면서 생각을 하고 또 어떤 것은 읽은 후에 그 생각이 다져지기도 하고, 또 생각이 또다른 생각의 날개를 펼 수도 있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명작을 읽으라고 권하는 이유도 다 생각을 더 깊이 하라고 그러는 것이다.
집에서 생각을 더 깊이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자녀들에게 빈 테입(blank tape)을 주어서 자기가 생각한 것을 녹음하게 한다. 비록 정리가 안된 생각이라도 녹음을 하게 하면, 가끔 (1)녹음 도중에 생각의 정리정돈이 된다. (2)자기 음성을 들으면, 과거에는 생각 못했던 것이 생각이 날 수도 있다. (3)자신의 schema를 투입하여 생각하면, 읽은 내용보다 더 광범위하고 폭이 넓은 생각(creative thinking)도 할 수 있게 된다. (4)가끔 부모나 형제, 친척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으면, 각자의 schema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의 광장이 더 넓게 펼쳐질 수도 있다. 토론을 토론답게 할 수 있으면, 자신의 편견이 무엇이었나를 토론에서 느낄 수도 있다. 반(classroom)에서 토론에 참여를 못하는 학생들은 위에 말한 P(준비과정)가 부족한 학생, 토론이나 읽은 글의 윤곽도 못 잡은 학생들이다. 다시 말하면 책을 읽는데 이해를 못하는 학생들에게 준비과정을 충분히 시키고 난 다음 읽기의 윤곽을 잡게 하면, 이해는 자연히 따른다. 독서의 이해는 생각하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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