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개봉된 임권택의 ‘춘향뎐’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려고 15일 저녁 이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웨스트 LA의 뉴아트 극장엘 들렀다. 안으로 들어서니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극장 매니저 짐 니콜라가 대뜸 “야 이 영화 대성공이야. 이번 주말 내내 매회마다 장내가 꽉 찰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라며 인사를 건넸다.
캄캄한 장내로 들어가 대충 훑어보니 객석(총 460석)의 4분의3 정도가 찼는데 어두운 데서도 많은 관객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가려낼 수 있었다. 짐에 따르면 관객의 85% 정도가 한국인인데 대부분 나이 먹은 사람들이라고.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는 한 매점 직원도 “상영중 단 한명도 극장을 떠나지 않는 것만 봐서라도 관객들의 호응을 짐작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영화가 끝나면서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중년부부와 아들 딸 등 많은 한국인 관객 틈에 미국인 관객들도 상당히 섞여 있었다. 샌퍼낸도 밸리에서 부인과 함께 온 이수영씨(LA카운티 공무원)는 “원래 창을 좋아해 보러 왔다”면서 “아주 즐거웠는데 우리 문화와 여인의 절개를 외국에 이렇게 잘 소개한 영화가 또 어디 있겠는가”고 흐뭇해했다.
뉴아트의 평소 주 총수입은 1만2,000~1만5,000달러. 그런데 ‘춘향뎐’ 경우 지난 금요일~월요일의 수입이 약 1만7,300달러라는 것만 봐도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잘 알 수 있다. 짐은 “‘춘향뎐’은 우리극장의 연 탑텐 최고흥행 영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앞으로 보다 많은 한국 영화의 LA 상영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춘향뎐’은 LA 상영에 앞서 뉴욕서 지난달 29일 개봉됐는데 현재 맨해턴과 롱아일랜드의 3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이 영화를 수입한 LOT47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뉴욕 총수입은 4만달러로 이같은 액수는 미국인들에게 생소한 판소리 한국 영화로서는 고무적이라고.
LOT47의 홍보담당 메리 앤 헐트는 “‘춘향뎐’은 이곳 비평가와 관객들로부터 모두 호평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 영화로 미언론의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뉴욕 경우 한국인 대 미국인 관객의 비율은 절반씩.
‘춘향뎐’은 미배급사가 수입해 일반극장에서 상영된 최초의 영화라는데 큰 뜻이 있다. 임감독도 그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바 있는데 과거에도 한국 영화가 미국서 상영되긴 했으나 그것은 한국인들이 급조한 수입사에 의한 것이거나 또는 미국 배급사가 수입했더라도 ‘거짓말’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처럼 LA와 뉴욕 등지의 아트하우스에서 단 1주일 상영하는 것으로 그쳤다.
‘춘향뎐’은 특히 미비평가들로부터 거의 전적인 호응을 받았는데 그것은 임권택이라는 감독의 인지도와 그가 늘 하듯 이번에도 한국적인 것을 영상 위에 아름답고 유려하게 펼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춘향뎐’은 임감독의 말대로 한국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로 할리웃에서 한국 영화가 비평가와 관객 모두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할리웃 아류의 영화로서는 힘들다는 사실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춘향뎐’은 높았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작품이지만(지난해 9월 토론토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섭섭했던 마음이 지금까지 내내 남아 있다) 어쨌든 이 영화가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참 잘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권택은 야구의 박찬호와 함께 미국에 한국의 국위를 선양시킨 일등공신이라고 하겠다.
임권택은 세계적인 감독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만 해도 영화제에서나 유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LA 영화비평가협회의 동료회원인 월스트릿 저널의 조 모건스턴도 ‘춘향뎐’을 호평하면서 이것이 자기가 본 임감독의 첫 영화라고 고백한 바 있다.
‘춘향뎐’의 미국에서의 성공은 임감독이 말한 대로 후배들을 위한 한국 영화의 미시장 진출의 길잡이 노릇을 하게 됐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그런 뜻에서 임감독은 개척자이다. ‘춘향뎐’의 흥행호조로 이 영화는 19일부터 LA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과 어바인 유니버시티 극장으로 이동돼 상영된다.
오는 2월2일부터는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보스턴, 호놀룰루, 시애틀, 필라델피아 및 애리조나 등지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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