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설레는 스키시즌이 시작되었다. 여행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올시즌이 해외 스키여행의 적기라고 권장하고 있다.
최근, 피닉스 거주 기계공 스테판 래들로프는 스위스로 스키휴가를 다녀왔다. 하루 호텔요금이 70달러, 리프트 비용이 30달러였다.
"미국내 작은 스키장도 리프트 비용으로 30달러는 더 받는다"
래들로프는 말한다.
원래, 유럽 스키장들은 미국 스키장들보다 값이 더 비싼 것이 관례다.
그런데, 이번 겨울들어 가격이 뚝 떨어졌고, 때로는 로키산맥의 스키장들보다 더 싸기까지 하다. 나아가서, 캐나다의 스키장들은 거저먹기라고 할 만큼 값이 저렴하다.
이처럼, 해외 스키장들의 경비가 저렴해 진 직접적 요인은 미국 달러화의 강세다.
수년째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세계의 유명 스키장들이 미국인들을 유치하게 위해 대대적인 선전공세를 펼치고 있다.
"알프스 스키원정을 꿈꿔 왔다면 올 겨울을 놓치지 말라."고 모굴 스키여행사 대표 브루스 로자드의 말이다.
모굴여행사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7박 8일 스키여행 비용으로 1인당 745달러를 받는다. 여기에는 호텔숙박비, 리프트 사용비, 그리고 뉴욕발 비행기 티켓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같은 황금찬스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로자드는 덧붙인다.
올들어 유럽에서의 달러화 강세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지난 해 데뷔 당시, 1유로당 1.17달러로 시작한 유로화 가치는 현재 유로당 85센트까지 떨어졌다. 1년새 달러의 구매력이 38%나 상승했다는 예기가 된다. 이는 유럽에서의 리프트 사용비, 호텔숙박비, 그리고 식당비용 등이 그 만큼 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 쪽 사정도 대동소이하다.
미국 달러화는 캐나다 달러화에 대해, 1990년대 초반이후 40%가량 절상되었다. 따라서, 이번시즌 미국 대신 캐나다 스키장을 찾으면, 경비를 40% 절약할 수 있다는 간단한 계산이 나온다.
캐나다 스키장이라고 해서 전부 다 싼 것은 아니다.
캐나다 최고의 스키장으로 꼽히는 브리티스 콜롬비아의 위슬러/블랙콤 스키장의 경우는 할인폭이 그리 크지 않다.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보다는 20% 가량 저렴하다. 반면, 알버타의 벤프 스키장 같은 곳은 거저먹기라 할 만큼 경비가 저렴하다.
이에, 비상이 걸린 미국내 스키장들은 다각적인 자구책을 강구 중이다.
예를 들면, 콜로라도주의 베일 스키장은 이번 겨울 ‘10회 스키 패키지’를 2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매회 29달러씩인 셈인데, 이것은 정규가격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단, 패키지 티켓은 1월 31일 안에 구입하고, 그중 일부는 반드시 동기간 내에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 전문들은 가격만 보고 스키장을 선택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고 조언한다. 스키장의 질과 편의성을 동시에 고려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스키장 선정시 도움이 될만한 몇몇 참고사항들이다.
첫째, 스키장에서의 체류기간이다.
유럽이나 캐나다 스키여행은 미국내보다 기간이 훨씬 더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단기 스키여행을 원한다면 해외원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단기유럽 스키여행은 경비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미국과 캐나다와 달리, 대부분의 유럽국에서는 최소 7일간 호텔체류를 기본으로 하는 관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간차 적응에 자신이 없으면 알프스 스키여행은 피하는 편이 좋겠다.
특히, 미국서부에서 스위스를 가려면 시간대가 아홉 번이나 바뀐다. 반면, 캐나다쪽 스키장은 시간차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다.
셋째, 모험정신이 없는 사람은 알프스를 피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미국 스키장들은 안전장치들이 잘 설치되어 있다. 각종 안내판도 상세하고 트레일 구분 또한 확실하다. 반면, 유럽의 스키장들은 훨씬 더 자연상태에 가깝다. 안내판 이래봐야 ‘프랑스는 이 쪽, 스위스는 저 쪽’하는 식이다. 따라서, 스키를 타다가 길을 잃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유럽의 스키장들에는 곳곳에 크레바스들이 암초처럼 숨어 있다. 그러므로, 스키 관광지도를 잘 숙지하고, 필요하다면 스키 가이드를 대동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알프스에서의 스키는 위험성이 많은 만큼, 스릴도 배가되는 장점이 있다.
네째, 유럽의 스키장들은 눈 상태가 미국 스키장들보다 떨어진다.
미국의 스키장들은 초보자나 중급자들도 부담없이 스키를 탈 수 있도록 스키장의 기반을 잘 조성해 놓았다. 반면, 알프스에서는 거의 야생상태의 경사면에서 스키를 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초보자들에게 위험부담이 크다.
다섯째, 스키의 개념 자체가 판이하다.
미국에서의 스키는 동일한 짧은 트레일을 반복해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다. 알프스에서 타는 스키도 그와 같을 것으로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친다. 알프스에서는 스키를 타고 내려 가다가, 중간기착지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다시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코스가 보통이다. 미국의 스키문화는 스키장에 가서 스키만 타는 것으로 끝난다. 반면, 유럽의 스키문화는 스키를 타고 하강하는 도중, 중간중간 음식도 먹고 술도 한잔 마시는 것이 관례다.
여섯째, 유럽에는 미국처럼 집중적인 스키 타운이 없다. 따라서, 잘 대비하지 않으면 불편을 겪기 쉽상이다.
마지막으로, 유럽 스키장들은 숙박시설이 미국에 비해 불편하고, 아동들을 위한 탁아시설이 미비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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