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에세이
▶ 손영우 (스포츠 레저부 부장)
LA의 자랑 레이커스가 한 지붕아래 두 태양으로 고민이 크다.
NBA최고의 파워센터 ‘공룡’ 샤킬 오닐과 ‘농구천재’ 코비 브라이언트. 따로 놓고보면 NBA의 태양들이지만 올해는 웬일인지 둘이 합쳐 불협화음만 생산하고 있다. 올시즌들어 코비가 고감도의 슛을 맹렬하게 쏘고 샥이 공잡을 기회가 줄면서 이상하다 싶더니 결국 문제가 터졌다. 팀승률도 떨어졌다.
평소 젊쟎은 오닐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했다. "작년에는 잘 됐다. 모두가 좋아했는데 왜 멋대로 바꾸려고 하는가. 그것도 이기적 이유로 말이야."
공룡은 골밑에서 우악스럽게 골을 집어넣고, 코비는 공을 밀어넣어주거나 여의치 않으면 외곽에서 쏜다는 작년 ‘레이커스의 공식’이 코비의 돌출행동으로 허물어진다는 질타. 그러나 코비는 욕을 먹더라도 쏠 슛은 쏘겠다는 기세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지만 마구 슛을 쏴 게임당 29.6점으로 NBA득점왕을 달리고 있다. 공도 안주고 스팟라이트로 코비에게 옮겨가 작년 MVP의 자존심이 구겨져 버렸다. 둘 사이가 극도로 틀어져 지금은 한방에 둘이 있지도 못할 정도.
둘이 합쳐 3은 커녕 둘 이하가 되는 최근 레이커스의 심각한 전력차질에 대해 필 잭슨 감독이 내놓은 해결책은 오닐중심의 ‘트라이앵글 공격체제’ 유지. 코비와 개별면담을 이미 여러차례 갖고 이 점을 누차 강조했다. "원하면 딴 팀으로 트레이드 해줄 수도 있다"며 은근히 협박도 했으나 먹혀들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농구 전문가들도 해결을 위해 한마디씩 거들고 나섰다. ‘매직 잔슨도 레이커스생활 전반부는 카림 압둘 자바에 순종했다’, ‘오닐은 슛 성공률이 56%일 정도로 여전히 막강하다’, ‘ 오닐이 1쿼터부터 3쿼터를 책임지고, 4쿼터서는 프리드로가 약한 오닐을 보완하기 위해 코비가 주도한다’, ‘코비는 왕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조바심내는 라이언킹의 심바같다. 코비여 언젠가는 저 넓은 세상이 다 너의 것이 될 것이다’ 등. 코비 억제론이 대부분이다. 잭슨 감독의 현 대응책과 유사한 ‘오닐중심 트라이앵글’이란 현상유지론과 같은 맥락.
해결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잭슨감독은 자신의 작전을 따르지 않을 경우 자르겠다는 협박도 하며 ‘아무 문제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상 아무런 대응책도 나오지 않은 셈이며 문제를 방관하며 악화시키고 있을 뿐.
’레이커스 대부 제리 웨스트에게 둘의 우선순위를 물으러 가는 수밖에 없다’는 하명론 마저 나오고 있으나 답은 아닌 것 같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코비성장이란 큰 변화를 현실로 인정하는데서 찾아질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잭슨감독 자신의 문제인식의 틀, 해결의 틀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우선 코비는 엄청 성장했다. 지난 여름 오프시즌동안 하루 2,000개 이상의 점프슛 연습을 했던 이 조숙했던 천재는 맹연습덕분에 이번 시즌 마이클 조던에 버금갈만한 기량을 보이고 있다. 뛰어난 돌파력, 47%에 달하는 슛성공률, 어떤 상황에서도 슛을 만들어내는 창의력, 한층 나아진 슛찬스 선택능력 등. 반드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집중력만 보강된다면 과거 조단에 비견될 만큼 성장했다.
코비의 항변. "그린도 라이스도 떠났다. 팀이 작년과 다르고 올해는 작년이 아니다. 우리는 그 변화에 맞춰 성장해야 한다. (나의?) 성장은 뒤로 돌릴 수 없다." 코비의 말대로 이미 큰 선수를 눌러앉힐 수는 없다.
코비의 말대로 이제 잭슨 감독이 나의 지시를 따르라는 자세를 거두고 좀 더 허리를 낮추고 귀를 열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과거 ‘조던과 시카고 불스팀’이란 난제를 깊은 명상 끝에 풀어냈던 것처럼.
"팀(team)에는 I가 없다’며 팀 플레이를 주문했을 때 "윈(win)에는 I가 있다."고 되받은 조던의 말에 대해 잭슨감독은 깊은 명상에 들어갔고 그 찾아낸 해답으로 불스 6회 우승의 위업을 만들어냈다. 소용이 닿지 않는 문제해결의 틀은 겸허히 버리고 미풍속에 전해져 오는 변화의 신호를 탐지해야 한다. 잭슨감독은 다시 명상에 들어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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