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뉴욕타임스가 마녀사냥식 저널리즘으로 시작한 웬호 리 스파이소동에서 우리 한인들은 무슨 교훈을 얻은게 있는가. 천사의 도시에서 5억달러에 상당하는 2,000여 한인이민 비즈니스를 파괴시킨, 언론이 선동한 사건에서 우리는 무엇이라도 배운게 있는가.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해서 반 거짓말, 악의없는 거짓말, 어리석은 거짓말들로 한국인들의 지성을 모독한, 10년 넘게 방영된 TV쇼 ‘매쉬’에서 우리는 한가지라도 깨달은 바가 있는가. 수없이 여러 편에서 한국인이 왜곡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될 때마다 한인들이 당혹감과 무기력한 분노로 움츠렸던 것을 나는 너무도 잘 기억하고 있다. 한인커뮤니티에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프로그램은 1983년 2월에 막을 내렸다.
나는 당시 그러한 문화적 학살에 우리 한인커뮤니티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자에게 말한 바 있다. 나와 같은 이민 1세대 한인들은 공손을 첫째로 여기는 억압적 관습의 포로들이다. 내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 한인들이다.
우리 한인들은 유태인들의 명예훼손 저항단체로부터 배울게 많다.
몇달 후 타임지는 LA의 한인 이민자들을 조롱하는 글을 실었다. 영어를 배울줄도 모르고 흑인과 라티노들을 깔보며, 아시안들중 가장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종족이라는 내용이었다. 한인들은 충격파가 휩쓸듯 분노와 단합으로 반응했고 막 태어난 단체인 한미연합회가 선봉을 맡았다. ‘우리는 분열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거짓을 말하지 말라,’ ‘언론의 인종차별주의를 중단하라’라는 구호문의 피켓을 흔들면서 베벌리힐스에 있던 타임지 LA지국앞에서 적어도 두번은 시위를 했다.
그 당시 UCLA법대 학생이었던 KAC회장 정동수가 이끄는 6명의 KAC 사절단이 타임지 지국으로 가서 다섯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사절들 중 나머지 다섯명은 서동성변호사, 민병수변호사, 수지 오 3가초등학교장, 청소년 지도자 제인 김, 그리고 KAC이사장이었던 데이빗 현이었다. 항의 편지쓰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던 한인 이민자들 사이에 산불처럼 급속히 번져나갔다.
그러나 막강한 잡지는 한인들의 저항을 비웃었다. 분노한 한인들이 보낸 편지중 짧은 편지 두 개만 다음 호에 실렸다. 사과 사설은 없었다. 정정기사도 없었다.
오늘날 20대, 30대의 한인들은 당시 어린아이들이었으므로 그 전 세대가 수십년 동안 침묵속에 겪었던 언론 수난을 기억하지 못한다.
70년대 코리안 아메리칸은 미국 의회를 선물과 뇌물로 망가뜨리려는 사악한 이방인으로 주류 언론에 묘사됐다. 무시무시한 한국 중앙정보부, 학생에서 로비스트로 전향한 박동선, 둥근 얼굴의 통일교 문선명이 헤드라인으로 등장했고 의회조사와 미디어의 타겟이 되었다.
미디어가 부풀려낸 히스테리의 그림자 속에서 운나쁜 한국 이민자들은 영향력 매수 스캔들과 아무 관련이 없으면서도 심리적으로 ‘집단수용’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우리는 거의 모두 이같은 한국인 때리기를 목격했고 그로인한 상처를 안고 있다.
정치인들 그리고 지방, 주·연방의 정부관리들이 우리를 황색 전염병인양 피했던 그 황량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분노가 인다. 우리 자녀들은 생각없는 주변 아이들로부터 잔인한 농담과 조롱을 받고 살았다. 코리아게이트의 수년간 도심에 있던 우리 이민자 상인들은 악의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조각조각 갈라지고 분열되기 잘하는 한국인과 코리안 아메리칸이 아시안 아메리칸들중에서 가장 집적대기 쉬운 대상이 됐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한편, 한인들을 비하시키는 ‘M*A*S*H’는 TV스크린에 다시 등장해 지속적인 인기속에 수년간 방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지긋지긋한 시트콤이 재방영되어도 LA한인커뮤니티에서는 한마디 불평도 들리지 않는다.
전국의 중국계 커뮤니티를 정치력으로 뭉치게 한 웬호 리 마녀사냥에 대해서도 우리 안으로만 파고드는 한인사회는 겨우 희미한 저항의 소리를 냈을 뿐이다.
웬호 리 기금(P.O. Box 120. Fremont, CA 94537;www.wenholee.org)이 UCLA출신인 그의 딸 앨버타에 의해 설립됐는데 전국에서 작은 액수의 기부금들이 모여져 벌써 수십만달러가 된다. 이 기금은 전국적 주목을 받으며 지원금이 쌓여가고 있다.
우리는 중국인이 아닌데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일찍부터 이 기금을 후원해왔던 UC버클리 다인종학과의 링-치 왕교수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중국인과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당면하고 있는 민권 문제중 웬호 리/칵스 보고서로 제기된 인종 이슈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 한국인은 중국계 웬호 리가 겪은 체험에서 한 두가지 배운 바가 없을까. 그리고 코리언 아메리칸 명예훼손저항단체를 결성해 LA한인타운이 또 다시 공략당하는 것을 예방하자던 제안은 어디로 갔는가. 대의 추구를 위한 그러한 씨앗이 우리의 유전인자 속에는 존재하지를 않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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