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고석화(윌셔은행 이사장)
육증훈(한미은행장)
이종열(뉴욕페이스대 석좌교수)
임철호(헐리트론 대표)
▲사회:안상호 경제부장
▲기록·정리:김상경 기자
-커뮤니티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올해의 경기전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진다고 걱정들이 대단합니다만-.
▲이종열교수-경제가 좋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GDP(국내총생산고) 2.2% 성장을 나쁘다고 할 수가 없지요. 그간 경제가 워낙 좋다 보니까 경기가 상대적으로 둔화되는 것도 안 좋은 것 처럼 보일 뿐입니다. 패닉할 이유가 없어요. 미경제는 펀더멘털이 좋은데다 재고관리, 원가절감등이 워낙 잘돼 있어요. 다만 신경제가 너무 야단을 치고, 잔치집같은 분위기만 계속되다 보니 이런 우려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기둔화는 있어도 올해 불경기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기업은 그새 기초체력이 엄청나게 강화됐습니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지역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시고, 언론에서도 ‘불경기, 불경기’할 일이 아닙니다.
▲육증훈행장-고무적인 말씀이시네요. 지표상으로는 미경제는 지난 91년 2·4분기 이후 계속 활황국면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경기가 상대적인 하강곡선을 보이자 불안해 하는 거지요. 10년만에 처음 닥치는 일이니까요. 지수 보다는 심리적 영향이 더 크다고 봐야겠지요. 그새 경기가 너무 좋다 보니 소비자 부채가 늘고, 순저축은 마이너스 상태입니다. 증권의 경우 10·11월에는 불 마켓이었다 12월에는 베어스 마켓을 기대했으나 기대에 어긋났습니다. 미경제에서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지 않습니까.
▲이종열-미증시는 이미 미국만의 시장이 아닙니다. 홍콩, 상해, 타이완등 온세계의 돈이 다 몰려 들어와 있습니다. 특히 채권은 대부분 일본 자본이 들어와 있는 형편입니다.
▲고석화이사장-불경기(Recession)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경기침체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는 것은 절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업체는 일일계획, 주간·월간·연간계획을 세워야 하리라고 봅니다. 정신적인 준비가 최우선이며 이제는 셀러 보다는 바이어, 즉 고객위주의 판매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입니다. “Have a good day”라는 인사대신 “Make a good day”라는 인사를 해야하리라고 봅니다.
-‘커뮤니티 실물경제’에 밝으신 고 이사장께서는 한인들의 증권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석화-90년대 초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한인커뮤니티의 부가 유출됐다면 10년만에 이번에는 증시를 통해 한인들의 엄청난 여유자금이 증발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지난해 주식투자로 날린 커뮤니티의 부가 몇 천만달러가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기관투자가들이 팔 때 우리는 사고, 그들이 살 때 우리는 파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임철호사장-증시폭락은 우리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요즘 가전제품(appliance) 유통업계에는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대형 전자판매체인인 서킷시티의 경우 주가가 60달러에서 10달러선으로 떨어지자 경영분석 결과 마진이 없는 가전제품은 포기를 했어요. 생산업체인 GE가 직접 홈 딜리버리를 하겠다고 나선 판국입니다. 월마트에도 견본만 전시해 두는 것이지요. 그런데 고객의 필요와 요구는 그게 아닙니다. 구입에서 배달, 설치에 이르는 토탈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것이 우리에게는 기회지요. 얼마전 한 서킷시티 매장에서 홈 인스톨레이션 부서를 폐쇄했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증시 폭락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 이같은 변화에 적응하고, 잘 이용하면 오히려 호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종열-대형회사들은 수익마진을 중시하므로 생산라인별로 숫자상 마진이 남지 않으면 없애버리지만 한인업체들은 그런 점을 역이용해서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파고 들어가 서비스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점이 있는 것이지요.
▲임철호-미대형업소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고객을 확보하면 한인시장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봅니다. 폭동이 한인사회로서는 도약의 계기가 됐듯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변화가 생기는 이번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경제나 그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유통과정도 그렇지만 MP3니 뭐니 하며 신제품도 줄을 이어 쏟아져 나와 따라가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이종열-소크라테스때도 세상은 빨리 변한다고 했었다지요. 변화의 템포가 더 빨라지긴 했지만 변화가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봐야지요.
▲육증훈-한인들은 변화에 적응이 느립니다. 미국은 그새 물가상승없이 경제성장을 해 왔습니다. 원가절감등을 통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기업수익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인프라가 튼튼한데다 오퍼레이팅 시스템도 뛰어나서 전세계적으로 미기업을 따라올 데가 없습니다. 한인커뮤니티로 눈을 돌리면 다운타운의 불경기를 크게 우려하지만 실상 한인의류업체들의 총수입은 줄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원가 컨트롤이 잘못된 게 고전의 제일 큰 원인이라고 봐야해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지, 과당경쟁등은 다음 문제로 보여집니다. 한인들이 전통적으로 많이 종사하고 있는 스몰 비즈니스, 소규모 소매상은 지난해에도 좋았어요. 이들 업체는 올해도 경기변동에 크게 민감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이종열-경제는 환경입니다. 판만 만들어 놓고, 사람을 그 속에 풀어 두기만 하면 아이디어도 만들고, 커가기 마련입니다. 재미동포들의 경제환경은 아주 좋습니다. 편법쓰지 않고 정상 루트만 통해도 급성장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중국을 무대로 해상을 주름잡던 장보고도 신라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 재중교포의 자제라고 합니다. 우수한 교육·사회·경제환경속에서 자라나는 2,3세들을 보면 앞으로 세계속의 파워로 자리잡는 한인은 미주 한인사회에서 탄생하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저는 갖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비전을 정립해야 겠지요. 한인기업인들이 넓은 시야를 가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탈세와 같은 한인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정리해야 합니다.
▲임철호-이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해에는 우리의 활동반경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들이 너무 한인타운에만 묶여 있는 것 같습니다. 미주류사회의 시스템을 받아 들일 마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육증훈-종전에 비해 경기가 하향세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UCLA 경기전망 보고서는 2·4분기와 3·4분기에 네가티브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4·4분기에는 다시 파지티브로 돌아설 것이라고 합니다. 하향국면으로 접어들어도 오래가지는 않으리라는 것이지요. 미경제의 기본이 워낙 튼튼해 생산력이 향상됨으로써 저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고석화-비즈니스는 결국‘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90년대초 부동산가 하락등에다 폭동까지 덮친 어려움속에서도 굳건하게 자기 자리를 지킨 분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전체나 일부의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입각해서 정성들여‘생각하는 비즈니스’를 해왔던 분들이 결국 승리했다는 것을 새해에는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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