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 시간 길어지고 좌석 간격 좁아져 세균 노출 증가
신시내티의 은퇴한 투자은행가 리처드 오스본은 항공여행에 대해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입맛에 맞지 않은 기내식과 좁은 좌석이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들어 불평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세균전염이다.
오스본은 올해 네 번 영국행 항공여행을 했는데, 네 번 다 병에 걸렸다.
"미국에서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떠난다. 그런데 목적지에 내릴 때 쯤이면, 어김없이 기관지염 및 편두통 증세가 생긴다"
오스본은 불평한다.
근래들어 비행기와 공항들은 사상 최고로 붐비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행기 연착이 일상화되면서, 승객들이 각종 세균에 노출될 확률이 그만큼 커졌다고 경고한다.
"하나도 새삼스러울게 없다. 항공기내에서 승객끼리 간격이 좁아질수록, 질병에 대한 노출도 그만큼 높아진다"
심장병 전문의 러처드 뮤엘러는 말한다.
뮤엘러는 뉴욕 맨해턴에서 여행자 의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항공여행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항공기내는 물론 공항대합실이 "단기 질병 인큐베이터화" 되었다고 진단한다. 뮤엘러의 클리닉을 찾는 고객들도 지난 1년 동안 25%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향후 수개월간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행 성수기인데다 독감시즌이 겹치기 때문이다.
항공운수협회(ATA)에 따르면, 이번 성탄시즌을 전후하여 미국내에서는 약 2,000만명 이상이 항공여행을 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독감방지 백신까지 부족하여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독감은 에어컨디션이 꺼진 상태에서 항공기가 장시간 연착할 때 전염될 확률이 매우 커지는 질병이다.
1979년,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알래스카의 한 공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시간 이상 연착한 항공기 승객들의 72%가 독감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같은 장시간 연착이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국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이후 게이트를 떠난 항공기가 1시간 이상 연착하는 비율은 130%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3시간 이상 연착하는 비율은 무려 3배나 증가했다.
항공기 기내에서 질병에 감염될 확률은 승객의 노출도에 정비례한다.
항공여행은 몇 가지 면에서 질병에 취약하다.
우선, 항공여행 자체가 높은 스트레스 요인이다. 그리고,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질병저항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항공기 기내의 더러운 공기도 질병유발 요인이다.
60년대의 구식 항공기들은 외부공기를 계속 기내로 흡입했다. 그러나, 요즘의 첨단제트기들은 외부공기 및 내부공기를 혼합하여 자체 필터로 정화한 재생공기를 순환시킨다.
그런데, 첨단 ‘터보팬’ 제트엔진은 공기에 의해 연료 효율성이 결정된다. 엔진은 대형 팬블레이드로 대량의 공기를 회전시킴으로써 추력을 얻는데, 이때 기내공기를 많이 순환시킬수록 엔진의 효율성은 감소된다.
그러나, 공기정화 및 재순환 시스템은 습도증가라는 측면에서 볼 때 유리하다. 항공기 기내의 건조한 공기는 핵심 질병유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부공기를 더 많이 흡입할수록 공기 건조도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부공기 흡입제한 표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항공기 기내의 외부공기 비율을 낮추기 보다는, 오히려 사무실 빌딩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항공기 기내에 장착된 공기정화필터의 기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최신식 항공기들은 매시간 20내지 30회씩 기내공기를 순환시킨다. 또, 강력한 필터는 기내를 떠도는 세균들을 신속히 포착한다.
"항공기 기내공기는 호텔 및 다른 공공장소의 공기보다 더 청결할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말한다.
이 전문가는 또, 가장 청결한 장소로 간주되는 병원의 공기도 필터로 정화된 것임을 상기시킨다.
항공기 여행자가 받는 또 다른 스트레스는 압력이다.
항공기 기내압은 대략 해발 7,000내지 8,000피트 산 정상의 압력과 비슷하다.
이런 고도에서는 산소가 지상의 4분의 3수준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이 정도의 산소농도는 별로 문제될게 없다. 하지만, 병약자에게는 저압력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도, 승객들은 항공기 진동 및 소음에 의해 쉽게 피로해진다.
의료전문가들은 국제선 항공여행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보다 심각한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뮤엘러 박사는 특히, 폐결핵의 전염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1996년, 의학권위지 ‘뉴잉글랜드 져널’은 항공승객들 사이에서 폐결핵이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는 1994년, 한 폐결핵균 보균자의 항공여행 사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32세의 이 여인은 시카고에서 호눌룰루까지 약 9시간 동안 비행기를 탔었다. 그런데, 그녀의 좌석에서 두 줄 이내의 좌석에 착석한 승객들의 3분의 1이 나중에 폐결핵 양성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 항공기 승객이 폐결핵균 보균자일 확률은 약 900만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몇몇 승객들은 항공기 여행시 자기방어 수단으로 환자용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한다.
62세의 셜리 미드라는 여인도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한다.
"남들 보기에 창피한 감도 있지만, 그래도 위생이 보장된다"
미드 여인은 말한다.
참고로, 전문가들이 권하는 항공여행 안전수칙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마스크를 착용하라, 2)기내의 물건들을 만지지 말라, 3)가능하면 건조한 상태를 피하라, 4)자주 움직이라, 5)심신을 편하게 유지하라, 6)가능하면 비행기를 타지 말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