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화제
▶ 엄격한 유타주 음주법 놓고 벌써 찬반양론 분분
요즘,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시티는 도시 전체를 재단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1년 안으로 이곳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도로확장, 고속도로 및 호텔신설, 완벽한 자원봉사 조직, 주민들의 친절, 그리고 세계 최상급의 겨울스포츠 시설 등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정작 엉뚱한데서 문제가 불거졌다.
유타주의 비잔틴식 음주법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유타주의 금욕적인 음주법이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 10월 로키 앤더슨 솔트레이크 시티 시장은 이런 여론을 감안, 주정부에 알콜규제법 완화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앤더슨 시장은 이 공문에서 "음주법 완화는 올림픽 손님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간단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의 청원은 각계로부터 날카로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몰몬교는 음주법 완화시도를 강력규탄하는 성명서를 즉각 발표했다. 공중파 방송들이 토크쇼를 통해 연일 이 문제를 다뤘고, 신문사설들도 음주법 문제를 핫이슈로 떠올렸다.
한 지역단체연맹은 몰몬교의 성명을 공개지원하는 한편, 올림픽조직위를 상대로 올림픽 맥주스폰서인 앤하우저부시 맥주회사의 마켓팅을 제한토록 하는 로비를 벌였다. 또, 몰몬교 소유언론 데저트 뉴스는 앤더슨의 청원을 규탄하는 독자들의 항의편지를 연일 독자투고란에 개제했다.
이 와중에서, 음주법 논쟁은 이번 올림픽이 과연 동계올림픽인가, 아니면 몰몬올림픽인가 하는 보다 근원적인 논쟁으로 비화되었다.
사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선, 솔트레이크 조직위 재단이사 대부분이 몰몬교도들로 포진되어 있다.
또, 몰몬교는 올림픽 유치과정에서 20만달러를 지원했으며, 수천명의 신도들에게 올림픽 자원봉사자가 되도록 유도했다. 뿐만 아니라, 다운타운 요지의 교회소유지를 메달 시상식장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시상대 뒷면에 위치한 몰몬교 본부의 장관이 TV 배경화면에 잡히도록 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한편, 많은 사람들은 이번 음주법 논쟁이 몰몬교가 지배하는 유타주의 한 단면이라고 보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몰몬교가 자신들의 종교홍보 수단으로 이번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고 믿고 있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세일즈맨으로 활동하는 디제이 브라운의 지적이다.
유타주의 200만 주민 중 적어도 3분의 2이상이 몰몬교도다. 특히, 솔트레이크 시티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몰몬교에 속해 있다. 또, 몰몬교도가 90% 이상을 장악한 유타주 의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몰몬교의 축복없는 음주완화법안을 통과시켜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앤더슨 시장은 현행 음주법이 올림픽을 제외하고라도, 유타주의 관광 및 지역경제에도 손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몇몇 전국적 규모의 식당체인들이 유타주 진입을 기피하고 있다. 까다로운 음주규정을 당해 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앤더슨 시장은 말한다.
유타 주에서의 음주는 매우 제한적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우선, 일반 선술집에서는 맥주판매만 허용된다. 주조양조의 알콜농도는 대부분 주들의 허용치 5%보다 훨씬 적은 3.2%를 초과할 수 없다. 또, 레스토랑의 알콜판매는 주정부 면허를 받은 488개의 식당에서만 가능하다.
식당에서는 웨이터가 손님에게 알콜을 권유할 수 없다. 그로서리나 편의점에서도 맥주를 팔 수 있지만, 와인 및 독주는 주립직영 리커 스토어서만 판매된다. 유타주에서는 주정부가 실질적인 알콜 도매업체인 셈이다.
음식과 무관하게 하드 리커를 원한다면 사설클럽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사설클럽에서 술을 마시려면 최소 12달러의 연회비가 부과되고, 심지어 여행자에게도 ‘2주간 여행자 회비로 5달러를 받는다. 회원권이 없다면, 멤버십을 가진 스폰서를 대동하고 클럽에 가야한다. 그것도 스폰서가 같이 있는 동안만 술을 마실 수 있다.
유타주의 음주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까다로와져 왔다.
주류판매가 허용된 레스토랑에서도 항공기 구내처럼 매우 작은 병의 알콜만 구입할 수 있다. 더 마시려면 주정부 직영 리커스토어로 가서 술을 사와야 한다. 비 몰몬교도들은 이 행차를 가리켜, ‘창피한 발걸음’이라고 부른다.
유타주의 음주제한 규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회 음주 기본량이 1온스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보통 2온스인 마티니 한 잔을 주문하면, 반으로 나누어 1온스만 마시고 나머지 1온스는 별도 보관해야 한다.
음주제한법이 유타 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텍사스, 켄터키, 일리노이의 몇몇 카운티들은 알콜판매를 전면금지하고 있다. 또, 수퍼마켓의 알콜판매를 금지하거나, 알콜의 우편배달을 금한 주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주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음주제한법을 시행하기로는 유타주가 유일하다.
유타주에는 해마다 600여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동계올림픽을 전후해서는 7만여명의 방문객이 추가로 몰려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들은 여전히 음주법 완화에 부정적이다.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타주 주민 중 37%가 음주법 완화에 찬성한 반면 59%는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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