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인미술계의 수확이라면 전시회가 예년에 비해 훨씬 늘어났고 신인들의 진출이 눈에띄게 많아졌다는 점이다. 수년전만해도 한국서 교육받은 1세중심의 미술가들이 대부분이었던 한인미술계는 3~4년전부터 이곳에서 자라고 배운 2세 젊은이들의 등장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이들은 경쟁이 심한 미술계에 발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최근 미술계에서는 이들을 수용하고 후원해주며 주류사회 진출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남가주한인미술가협회는 협회를 이끌어갈 회장단을 1.5세로 대폭 교체하는등 2세 한인들의 영입과 후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오기도 했으나 계획만큼 성과가 좋지는 않다. 1세와 1.5세 미술가들의 좌담회를 통해 한인 미술계의 활동과 당면 과제등을 짚어본다.
▲참석자:양민숙(남가주한인미술가협회장), 김휘부(홍익대학교 미대동문회장), 김소문(1세 미술가), 현혜명(1세 미술가), 오지영(1.5세 미술가), 헬레나 진아 민(1.5세 미술가).
▲일시: 2000년 12월21일
▲장소: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국 회의실
▲사회 및 정리: 김정섭기자
△사회-최근 한인미술가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타운 화랑가에서만도 매달 2~3차례는 전시회가 열렸고 주류 화단에 진출하는 한인 미술가들도 많아졌다.
▲현혜명: 한인 미술가들이 작품에 몰두한 한 해였다. 전시는 누가 어디서 볼지 모른다. 열심히 하면 작품 전시 기회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요즘 한인 미술가들의 활발한 전시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소문: 나 역시 작품생활을 열심히 했다. 요즘 1.5세 작가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많았다. 그러다보니 1세 작가들도 그속에 들어가 함께 가는 것 같다.
▲김휘부: 한인타운에 어느 인종 사회보다도 화랑이 많은 것도 미술가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활동하지 않던 1세 작가들의 등장도 타운내 화랑이 전시 기회를 잡기가 그만큼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대학을 갓 졸업한 2세들이 전시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다.
▲오지영: 개인전과 그룹전을 합해 8건의 전시회를 가졌을 만큼 바쁜 한해였다. 요즘 전시회가 많은 이유중의 하나는 주류 화단에서 인정받는 화가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헬레나 민: 앞서 선배들이 말한대로 열심히 하는 화가들이 많아졌다. 열심히 하다보면 전시기회도 많아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신문을 보면 1.5세 2세 작가들의 전시도 많다. 이들이 남가주 한인 미술가협회로 들어와 활동했으면 좋겠다.
△사회-전에는 사진을 들고와 보도를 의뢰하는 작가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슬라이드등 자신을 소개하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미술가들이 많다. 준비된 작가라는 느낌을 주는데....
▲김휘부: 협회나 모임등이 강해져 슬라이드등 포트폴리오를 갖춘 작가들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전문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소문: 1세는 주먹구구식이 많았다. 2세들은 정확하다.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한다. 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양민숙: 협회차원의 포트폴리오 작성 요령등을 알려주는 웍샵도 준비중이다.
▲현혜명: 자신의 작품을 CD에 담아 소개하는 한국작가들이 많다. 요즘은 이곳 한인들도 CD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포트폴리오는 자신을 보여주는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헬레나 민: 최첨단화 현상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강애자씨나 김진씨등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하는 작가들도 있다.
△사회-올해 연말을 기준으로 활동하는 한인 미술가수는 얼마나 되나. 또 2세 작가수는.
▲양민숙: 모두 합해 150여명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헬레나 민: 2세의 경우 클레어몬트대를 졸업한 한인 미술가만도 엄청나게 많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졸업생의 5분의1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오지영: 미대를 졸업해 쏟아져 나오는 젊은 작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를 정도로 많다.
△사회-이들은 어떻게 활동하나.
▲김휘부: 사실 이것이 문제다. 젊은 사람들이 활동하고 싶어도 기회를 잡지 못하는 훌륭한 미술가가 많다. 미술가협회가 이들을 끌어들여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오지영: 갓 졸업한 작가들의 활동은 쉽지 않다. 열심히 한다고 모두 전시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선후배가 서로 끌고 밀어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헬레나 민: 올해 타운에서 전시회를 갖는 2세들은 많았지만 한인 미술계로 흡수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회-이들의 활동을 지원해줄 방법이 있는가. 또 1세들이 이들을 협회로 끌어들여 지원하겠다는 노력은 했는가.
▲양민숙: 그런 노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미술가협회전때 첫 1주는 2세 작가들의 작품만 전시할 계획도 세웠으나 문화원의 거절로 무산됐었다. 내년 봄께 2세 작가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1세와 2세와의 작품 비교 기회도 될 것이다. 얼마전 한국 대전에서 열렸던 대전 작가와 미국(1.5세 2세) 작가전이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이름을 보지 않고서도 재미작가를 금방 알아볼 정도로 작품세계가 달랐다. 협회가 할 일은 대학을 졸업하는 2세 작가들에게 ‘그룹’이란 의미의 둥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김휘부: 동감한다. 이들이 협회라는 둥지에 들어와 활동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세와 2세를 모두 이해하는 1.5세의 역할이 기대된다. 나이 드는 것은 잠깐이다. 곧 2세들의 세계가 올 것이다. 협회도 이에 대비해야 될 때다.
▲현혜명: 같은 생각이다. 그들이 앞으로 한인 미술계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사람들이다.
▲오지영: 90년에 협회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당시 후배로는 독보적인 존재로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아직도 막내 대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헬레나 민: 내년 2세 전시회 때는 작품 공모를 통해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인 신문과 아울러 아트 매거진에 공모를 발표해 광범위한 2세 작가들의 참여를 유도해 보자. 93년 협회에 가입했지만 소속감을 찾는데 5년이나 걸렸다. 외곽에서 겉돌며 협회 활동에 참여하지를 못했던 것이다. 다른 2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협회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생각한다.
△사회-한인화랑들이 많아졌다. 재정난으로 문을 닫는 곳도 있었지만. 어떻게 생각하나.
▲김소문: 미술계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화랑다운 화랑이 많아야 한다. 전문가가 운영하는 화랑을 말한다.
▲현혜명: 화랑이 많을수록 전시기회가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타인종 커뮤니티에서는 좀처럼 볼수 없는 한인타운만의 장점이다.
▲양민숙: 개성이 없는 갤러리도 있다. 하지만 전시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는 좋은 현상이다. 앞으로 2곳 정도 더 생긴다는 소문도 있다.
▲헬레나 민: 롱비치 교수들도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를 안다. 전시 공간이 많아지면 자연 작품을 보여줄수 있는 기회도 늘 것이고 이로 인해 주류 화단과의 연결도 자연스러워 질 것이다. 한인 미술계의 잇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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