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우리아이들... 어떻게 기를까
▶ 전정재 박사
"우리 유진이는 지금 8학년입니다. 7학년 때까지만 해도 모두 A학점을 유지했었는데, 요즘에는 B가 종종 보입니다. 저는 B에 조금 걱정이 안 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냥 ‘너의 최선을 다 했으면 됐다’라고 말은 합니다. B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유진이의 태도입니다. B를 받은 과목은 자연히 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로는 자기가 최선을 다 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유진이가 공부하는 것을 별로 못 봅니다. 무엇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는 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7학년까지 열심히 공부한 아이도 아닙니다. 7학년까지는 공부를 별로 안 해도 성적을 모두 잘 받아 오니 제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옛날 같이 성적도 잘 받아오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할텐데 어찌 했으면 좋을까요?" -8학년 유진 어머니
우리 클리닉에서 테스팅을 해 본 결과 유진이는 기억력이 놀랍게도 우수한 학생이었다. 특히 단기 기억력(short term memory)이 비상할 정도였다. 그 결과 읽기를 하면 ‘무엇을?’ ‘누가?’ ‘어디서?’ ‘언제?’로 시작하는 질문은 모두 100점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무슨 이유로?’ ‘그 여파는?’으로 시작하는 질문은 도무지 가려내지를 못했다. 다시 말해서 유진이는 간단한 단기 기억력으로 하는 암기 문제는 잘 했으나 깊이 생각하고 생각의 정립 정돈을 하여 복잡한 문제의 해결은 잘 못 했다.
미국의 교육은 저학년에는 학과목이 아주 쉽다. 이 때는 읽는 것을 배운다. 즉, ‘learn to read’이다. 알파벳을 배우고 포닉스(phonics)를 배운다. 그러니 한국에 비해 공부가 너무나 쉽다. 공부의 양이나, 범위도 그리 많지 않고 깊지도 않다. 그러나 3학년부터는 읽기의 역할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읽기를 배우던 학생들이 배우기를 위하여 읽는다, ‘read to learn’ 즉, 다른 과목을 위해 ‘읽기는 수단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역사를 못 하거나 싫어서가 아니고 그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 즉 읽기의 실력이 떨어지면 역사가 싫다는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과제의 이해력(comprehension)이 모든 공부를 좌우한다.
클리닉에 와서 테스팅 받았던 유진이도 3학년부터 읽기 이해(comprehension)에 문제가 약간 있었으나 이 이해력에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의 질문은 엄밀하게 따지면 즉각적인 단기 기억력(immediate recall)에 그치지 읽기의 이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3~7학년까지는 그런 질문이 그래도 많이 나오니까 유진이는 눈에 띄게 읽기 이해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고 본인 자신도 별로 모르고 지나간 것이다. 유진이의 문제 해결에는 다음과 같이 했다.
<해결책> 유진이에게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이 생각의 정리 정돈하는 방법(organizational skills)이었다. 이 정리 정돈하는 능력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1. 윤곽 잡기(outlining)
2. 요약하기(summarizing)
3. 필기하기(note-taking)
이 3가지는 읽은 것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기억(기억력 증가)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피어슨과 샌타(Pearson & Santa, 1995)의 연구에 따르면 잘 정리된 내용은 적당히 정리된 것보다 그 내용을 훨씬 기억하기(retention ability)가 쉽다고 했다.
1. 윤곽 잡기(outlining)
읽기의 윤곽을 잡으려면 우선 갖추어야 할 능력이 어느 것이 요점이고 어느 것이 그 요점을 밑받침해주는 부수적인 점인 것을 알아야 한다. 처음부터 제대로 이 outline을 못하는 학생에게는 우선 다음과 같은 것을 그 준비과정으로 시킴이 바람직하다.
A. 중요한 단어 골라내기-예: The doctor is exploring the operation he has to perform.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수술(operation)이다. 처음에는 문장 문장마다 시작하고 다음에는 문단, 문단마다 다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단어, 즉 위의 문장에서 operation의 뜻을 몰랐다면 이 학생은 자연히 중요한 단어를 등한시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단어를 골랐을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중요한 단어 고르기도 학생의 읽기 수준이 적어도 자기 학년 수준이라야 한다. 즉, 유진이가 8학년이었는데 시험은 3월에 봤다 그의 독서 수준은 8.7 이상이 되어야 한다.
B. 단어를 다 골라낸 뒤 이것을 정리 정돈시켜야 한다. 이 정리 정돈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줄은 물론 모른다. 시작으로 하는 outlining을 arrays(아레이스)라고 한다.
유진이가 처음 해 본 아레이스다. 이 아레이스에서 볼 수 있는 것같이 유진이의 생각의 정리 정돈이 안 돼 있었다. 사실은 ‘자니 애플씨드(Johnny Appleseeds)’ ‘여행’ ‘어디로?’ ‘왜?’ 등으로 끝이 나 있어야 했다. ‘Johnny Appleseeds’ ‘혼자’ ‘외양’ ‘이상한 의상’이 사실 안 들어가도 되는 일이었다. 이 글의 주제는 미국의 서부에 왜 사과밭이 그리 많은가?가 그 책의 제목이다. 그 요점만 잡아내면 그 것으로 끝이 난다. 그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주제가 물론 아니고 소제도 아니고 저자가 그 글을 재미있게 쓰느라고 삽입한 것에 불과했다. 이렇게 outline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만 든다면,
(1)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I, II, III… A, B, C… 1, 2, 3,… a, b, c 등으로 나열을 하여야 한다. 즉 I이 있으면 반드시 II, III이 있어야 하고 sub-group A가 시작하면 B, C… 등이 있다.
(2) Outline에는 필요 없는 자세한 일이나, 중점을 떠 받들어주는 연결된 사실 이외는 들어와서는 안 된다. 예: Appleseeds의 외양은 outline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
(3) Outline의 종류-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다.
a. 문장 윤곽(sentence outline)-이것은 글로 일일이 쓰는 것인데 처음 시작하는 학생은 이것이 훨씬 쉬우므로 허용하여도 된다. 그러나 문장을 일일이 다 쓰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
b. Topic outline-중요한 단어나 간단한 문단으로 요점만 쓰는 것이다. 어느 정도 연습이 된 학생은 쉽게 할 수 있다.
다음에는 II. 요약하기(summarizing)와 III. 필기하기(note-taking)를 다루겠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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