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흥분속에 맞았던 새천년 첫해가 저물고 있다. 문화계의 2000년은 어느때보다 활기를 띤 해로 정리된다. 문학 인구가 많아지고 주류 미술계로 진출하는 미술가들이 눈에 띠게 늘어났다. 또 매달 2~3차례는 꼭 연주회가 열릴 정도로 음악인들의 활동이 활발했고 한동안 침체됐던 연극계도 올한해 3편의 연극을 올리는 큰 수확을 거뒀다. 밀레니엄 첫해 문화계의 활동을 각분야 인사들의 좌담회를 통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문학계의 양적 팽창은 괄목할만하다. 본보 보도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한국 진출 문인들이 크게 늘었고 작품집을 낸 문인들도 전년보다 2배이상 늘었다. 또 시조 활성화를 위한 시조인들의 노력이 두드러진 한해이기도 했다. 해외시조(발행인 김호길)가 발행됐고 인터넷 웹페이지가 개설됐다. 미주기독교문인협회(회장 홍인숙)와 한국 아동문학 및 크리스찬문학 지부인 미주 아크작가협회(회장 백지영), 미주시사랑동백회(회장 박송희)의 활동도 활발했고 달무리시낭송회(공동회장 이준구, 이동진)가 발족됐다. 특히 LA에서 300여 한민족 문학인들이 참석한 해외 문학인대회가 열려 LA한국어 문단의 위상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한해였다.
▲일시:2000년 12월19일 오전 10시30분
▲장소: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국 회의실
▲참석자:송상옥 미주한국문인협회장, 이언호 미주크리스찬문인협회장, 김문희 재미시인협회장, 김영중 미주수필문학가협회장.
▲정리:김정섭
-사회: 문학 단체와 문인들의 활동이 활발한 한해였다. 각단체별 한해를 정리해 달라.
▲송상옥: 문학계가 양적으로 눈에띠게 팽창했던 한해였다. 각 문학단체가 월례회등을 정례화해 나름대로의 창작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단체(미주한국문인협회)만해도 2년전부터 시작된 문학월보가 26호째 발행됐고 매월 열리는 문학토방을 통해 회원 자질 향상을 위한 창작 교실로 연결될 정도로 발전했다. 또 올가을부터 시, 소설, 수필등 문학 분과를 두고 장르별 연구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희곡분야까지 확대할 생각이다.
▲이언호: 우리 협회는 기독교 문인들의 친목단체로 타 문학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회원들이 많다. 따라서 종교라는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는 광범위한 문학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문학 강좌를 통한 문학 수업에 중점을 두어왔고 2년전부터 등단 신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신인상 상금제도를 도입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김문희: 한국문단에 등단한 기성 문인들만 회원 자격이 있을 만큼 회원 관리에 신경을 쓴다. 올해는 다양한 문학 행사가 두드러진다. 4월 1박2일 일정의 봄철 문학캠프를 마련해 많은 문인들이 참여했고 한민족 작가대회가 LA에서 열리는 큰 성과를 거뒀다. ‘해외한국어 문단=LA’라는 등식을 만든 한해였다. 또 한국 문예지 ‘심상’과 시인협회가 공동으로 LA에서 개최한 문학대회도 LA가 한국어 문단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입증한 행사였다.
▲김영중: 닻을 올린지 불과 2년뿐인 단체이지만 수필 장르 활성을 위한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그결과 지난해에 이어 2번째 문집이 얼마전 발행됐다. 신생 단체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수필은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때문에 회원층이 상당히 넓다. 한국 문예지의 작품 발표기회등 회원 활동 후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한해였다.
-사회: 문학인구가 상당히 늘어난 것 같다. 한국문단에 등단한 문인들도 많았고 미주에서 발행되는 문예지등을 통해 문단에 합류하는 이들도 많았다. 남가주서 활동하는 문인들은 얼마나 되나.
▲송상옥: 협회 월보가 200여부 이상 발송된다. 문학계 진출은 크게 한국문단데뷔, 미주문단데뷔, 미국내 영문 작품 발표등으로 나눌수 있다. 신문이나 문예지를 통해 데뷔해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개별 활동하는 문인들도 적지 않다. 대략 200여명으로 보면 맞지 않겠는가.
▲이언호: 1년에 약 20명정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요즘은 남가주 문인단체에 가입하는 타주 문인들도 많아졌다.
▲김문희: 90년 당시 한국일보 문화부장으로 있던 송상옥 회장의 의뢰로 조사했을때는 113명으로 집계됐었. 지금은 배로 늘어난 것 같다. 시인협회 뉴스레터인 ‘외지’ 발송도 75부에 달한다.
▲김영중: 문단 등단후 활동하지 않는 문인들까지 합한다면 훨씬 많을 것이다.
-타주 문인들의 단체 가입도 많아졌는가. 타주 문학단체와의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의미인가.
▲송상옥: 대부분 문학단체에 가입된 회원중 절반정도는 타주 한인들일 것이다. 그러나 단체간의 교류는 아직 활발하지 않은 상태다.
▲김문희: 남가주 한국어 문단의 권위와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캐나다지역 문인들의 가입도 많아졌다.
-올여름 열린 한국문인협회 주최의 한민족문학대회를 빼놓을수 없는 성과중의 하나일 것 같다. 의미를 찾는다면.
▲김문희: 총 235명의 문인들이 참석했다. 이중 절반은 한국 문인협회 회원들이었다. 해외에서 이렇게 많은 전세계 한민족 문학인들이 참석한 행사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문협에서 LA를 개최지로 선택한 것은 LA문단을 해외의 중심지로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송상옥: 이민 문학이 틀을 잡아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만큼 이곳 문단을 인정하는 것이다.
▲김영중: 이민문학 발전의 계기가 됐다. 거의 모든 LA 문인들이 참석했다. 이곳 문인들의 사기를 올렺준 행사였다.
-송상옥 회장이 지난 9월 취임후 펴낸 문협회보에 ‘평론문화에 정착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글을 본 적있다. 평론이 있어야 문학이 발전하지 않는가. 이곳 실정을 말해달라.
▲송상옥: 요즘 많은 작품이 나오고 있다. 창작 활동이 활발하면 좋은 작품도 자연히 많아진다. 열성을 다한 작품이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남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자신의 작품 수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전반적인 작품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평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곳에는 평론가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곳 문학 환경이나 소재등에 낯설은 한국 평론가들을 도입하는 것은 위험 천만이다.
▲김문희: 수용자세가 필요하다. 평론을 부탁하면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문단 원로에게 평론을 부탁해도 마찬가지다. 인맥과 연결되어 올바른 평론이 어렵고 이곳 문학 환경을 이해하지 못해 한국의 작품과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언호: 많은 교류를 통해 한국 문단의 인정을 받고 있으나 아직 공부가 필요한 작품들이 많다. 성숙이 덜 된 상태다. 비평문화가 정착되면 옆사람도 공부가 된다. 10년이상 문학을 한 문인들이 남의 작품을 봐주며 가이드 역할이 필요하다.
▲김영중: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작품을 쓰고 이를 읽는 독자들이나 동료 문인들의 사심없는 지적을 받아들이는 성숙된 모습이 요구된다.
-한해를 정리해 달라
▲이언호:미국 나름대로 독특한 작품 성향을 개척해나간 한해였다.
▲김영중: 인간적인 조화 이루는 문학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더 좋은 풍토 조성을 기대해 본다.
▲송상옥: 문학적 창작 작품제작 움직임이 일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좋은 작품 쓰려는 자세가 서서히 보이고 있고 한국어 문단의 20년 역사를 봐서도 그럴때가 됐다.
▲김문희: 큰행사 많았다. 행사만큼 인정도 받았고 한국 문예지에 작품이 실리는 문인들도 많았다. 또 미주 특집을 준비하는 문예지도 있다. 좋은 작품 쓰는데 전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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