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우리아이들... 어떻게 기를까
▶ 전정재 박사
지난번 사례중 12학년 경진이를 기억하실 것이다. 머리는 똑똑하지만 공부를 늘 뒷전으로 미루었다. 부모님은 컴퓨터나 전화에 매달리고 공부는 막판으로 당일치기를 하니 공부가 잘 되겠느냐?라는 하소연을 했다. 우리 클리닉에서 테스트한 결과를 보면 경진이는 어려운 것이건 쉬운 것이건 똑같은 속도로 읽었다. 스키밍을 해도 되는 정도의 쉬운 것을 빨리 읽었을 때는 별일이 아니지만, 어려운 것도 같은 속도로 빨리 읽었다. 빨리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도만 빨랐을 때 경진이의 문제는 늦게 읽는 학생과 마찬가지로 심각했다.
1. 읽은 내용을 잘 모르면서도 자기 자신은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즉 false confidence, 헛된 자부심).
2. 시험에서 틀린 것을 더 공부하려 들지 않고 순간적인 실수라고 그냥 웃어 넘겼다.
3. 공부를 했건 안 했건 시험 성적이 비슷하니까,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모르고(어린 나이에 알 리가 없다) 공부는 하라니까, 또 자신도 해야 된다고 믿고 하기는 하겠지만 수박 겉 핥기 식이었다.
4. 학습 방법(study skills) 발달이 못 되고, 부모와 공부를 놓고 싸우는(?) 연습만 계속하고 있었다.
■ 해결책-경진이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1. 책을 읽을 때 항상 그 글의 목적(방향)이 있다는 것을 미리 가르친다. 경진이가 지금까지 자신이 갖고 있었던, 책읽기의 목적은 시험 공부, 숙제의 답 찾기 정도였다. 처음에는 경진이 자신의 능력으로 책읽기의 목적을 혼자 만들어 내지를 못 했다. 그래서 클리닉에서 만들어 주었다. 예: (1)이 글의 핵심은 무엇인가? (2)작가가 이 글을 쓴 목적은? (3)예를 들어 John Steinbecks의 Grapes of Wrath에서 예수님과 비슷한 형상은 누구를 통해 말해주려 고 하나? (4)역사책에서 전쟁의 원인이 자세히 설명되었다고 하자! 경진이는 그 원인의 결과나 여파를 알아내는 것이 글 읽는 것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5)과학계통의 책을 읽을 때 어떤 일의 현상(증세)을 읽었으면, 거기에 따르는 경과, 원인, 결과 등을 찾으며 읽는 것이 목적(방향)이어야 한다. 책을 읽을 때의 읽는 학생의 목적(방향)은 책마다 읽을 때 다르므로 여기서 다 나열할 수는 없으나 읽을 만한 책은 항상 그 읽는데 목적(방향)이 있다.
2. 읽은 내용을 요약(outline)하게 했다. 매 장(chapter)마다 요약을 하면, 글 쓴 사람이 그 내용을 어떻게 정리 정돈(organize)을 했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다. 주요점이 무엇이며, 또 그 중점을 이어나가거나 뒷받침해 주는 개념은 어떤 것인지를 잘 알 수가 있게 된다. 처음에는 서론이 무엇이며, 본론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더라도, 자꾸 해보면, 알게 될 뿐만 아이라, 그런 과정에서 역시 자신이 책 읽는 목적(방향)도 잡을 수가 있다.
3. 읽는 도중에 지금까지 읽은 것을 마음의 눈으로 그리게 한다. 이것을 영상화(visualization)라고 한다. 경진이는 영상화를 잘했다. 그 원인은 경진이의 적성검사의 결과로 보니 경진이는 눈으로 배우는 것(visual learner)이 귀로 배우는 것(auditory learner)보다 강했다. Visual learner라는 말은 눈으로 하는 것, 즉 책 읽은 것, 그림 그리는 것 등(그림의 소질이 있거나 손재주가 있는 것과는 다르다) 눈을 이용하여 배우는 것이 더 월등한 학생이다. 반면에 auditory learner라는 말은 눈으로 배우는 것보다는 듣고 말하는데 더 월등한 경우다. 경진이가 아니고 다른 학생이 만일 auditory learner였다면, visualization 대신에 auditorization, 즉 지금껏 읽은 것을 소리내어 말해 보라고 했을 것이다. 가끔 자기가 소리내어 말하는 것을 녹음해 놓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4. 읽는 도중에 중요한 부분은 반드시 필기(note-taking)를 하게 한다. 경진이의 경우는 너무 빨리 읽어서 어떤 것이 중요하고, 또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판단이 설 때는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 부분을 필기하게 했다. 설사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한 것을 잘 알고 있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이 필기가 중요하다. 누구나 쓰는 과정에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부분도 생각이 나고 선명하지 않았던 것도 더 분명히 알게 된다.
5. 다 읽은 후에, 비록 읽은 것을 다 잘 이해하고 알았다 하더라도 요약(summarize)을 시킨다. 요약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에 쓰여진 같은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이 것은 베끼는 것과 별 다른 점이 없다) 자기 자신이 구상한 자기 말로 요약을 해야 한다. 여기서 요약을 할 때, 책에서 그 말, 그 문장을 그대로 베껴 요약했다 하면, 주입식 공부에 불과하다. 자기가 이해하여 자신의 말로 풀이하여 다시 요약을 하면 그것은 절대로 주입식인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해에 따라 요약하여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있고, 이해를 했다는 뜻이다.
6. 읽으면서 쓰는 버릇은 학습 방법에 아주 필수적인 과정이다. 여기에서 쓴다는 것은 여러 가지 종류의 쓰기를 의미한다. 중요한 단어를 적기 시작하는 일부터 요약하는 일, 혹은 가끔은 생각난 개념을 스스로 확장시켜 써 보는 creative writing까지 모두 다 포함되는 일이다. 그 작문이 길건 짧건, 그렇게 쓰는 도중에 자세한 것까지 알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읽는 학생이 스스로 느낄 수 있다(즉 attend details를 할 수 있다).
7. 경진이를 이렇게 읽히기 시작하고서는 아주 희귀한 현상이 저절로 일어났고, 경진이는 책을 읽으면서 아직 읽지도 않은 글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즉 앞을 내다보면서 읽기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guessing)이 아니고 예측(predicting the outcome)이다. 독서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는 보통 ‘educated guess’란 말을 많이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장래를 알 수는 없으나, critical thinking을 많이 한 사람은 보통 예측을 할 수 있다. 경진이가 예측하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하고부터는 책을 건성 읽지 않고 깊이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고, 동시에 정신집중력도 많이 향상하였다.
■결론:
무조건 빨리만 읽는 경진이에게 덮어놓고 천천히 읽으라고 해 읽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진이는 (1)읽는 방향(목적)이 확실해 지니까, 책 읽는 것에 적극성을 보였고, (2)outline을 시키니까 그 책 자체가 어떻게 구성이 됐고 정리 정돈(organize)이 된 것을 알게 됐다. (3) 자연히 어떤 면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덜 중요한 것을 알게 되니 자연히 중요한데 더 정신을 썼다. (4)가끔 쓰면서 쓰는 버릇을 가르치니 자연히 읽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늦어지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곳은 자세히 늦게 읽기,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옛날 같이 빨리 읽었다. 즉 속도 조절이 요점이 아니고 효과적으로 읽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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