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동 뒤에는 그 행동을 일으킨 동기 요인이 있게 마련이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아는 사람도 간혹 있으나 대부분은 깨닫지 못하고 지나친다. 20세기의 위대한 정신분석 학자 프로이드가 말한 것처럼“동기가 무의식 속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혼란과 갈등으로 촉발된 행동을 하고서도 그 감정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 무의식 속에 묻어버린다. 그러나 행동 동기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알면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뿐 만 아니라 현재의 헤쳐나가기 힘든 삶과 인간관계에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미래에 부딪치게 될 지도 모르는 여러 가지 장애를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보이기도 한다.
사람은 자라면서 자신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를 부지부식간에 의식하고 그것을 토대로 나름대로 살아가는 전략을 세운다. 성장기에 익혀 온 그 생존전략이 어른이 된 지금도 자신 안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현재의 생활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워 삶을 훼방 놓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기도 한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복종하고 순응하며 헌신하는 태도를 지닌, 가정적으로 매우 안정된 여성을 만난 일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사를 무시하거나 감정을 감추고 주위 사람들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사람들은 그녀의 겉만 보기 때문에 감추어진 진면목을 알 수 없으며 설사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해도 그녀의 바보 같고 비논리적인 행동 동기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옛날 그녀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현상은 쉽게 이해된다.
그녀는 부모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셋째 딸로 태어났으며 곧 바로 남동생을 맞았다. 가족의 관심이 온통 새로 태어난 남동생에게 쏠리자 그녀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얻고자 나름대로 투쟁을 했다. 엄마의 치맛자락에 매달려 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는 매정하게 꾸짖기 일쑤였다. 그녀는 전략을 바꾸어 자주 아픈 척 해봤지만 부모는 오히려 그녀의 문제를 언니들에게 떠 맡겨 버리는 계기로 삼았다. 할 수 없이 그녀는 착한 딸로 지내기로 전략을 다시 바꾸고 자진해서 엄마 아빠의 잔심부름을 도맡아하는 등 부지런히 집안을 돌아다니며 가족의 작은 내조자가 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있어서 온 식구가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녀는 점점 착하고 순종하는 딸자식이 돼갔다. 사춘기를 거쳐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그녀는 이러한 행동양식을 유지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조차도 언제나 봉사자의 태도를 취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전전긍긍한 그녀는 결국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무조건 복종하거나 순응하는 태도를 택한 것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거절이나 버림받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어른이 돼서도 다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버림받을 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된다. 그 상대가 남편이든 부인이든 친구이든 직장 상사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음속에 바보처럼 각인돼 있는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그 동기를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 즉 자신이 원래 못난 사람이 아니라 그러한 내면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근원이 어린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깨닫고 자기를 치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지워버릴 수 없듯이 어린 시절에 유발된 감정들도 자신의 상흔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어린 시절의 감정이 현재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거나 능력발휘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몇 가지 제약을 가해야 한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르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한다거나, 하고 싶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먼저 말하는 태도를 갖추려는 노력이 그 속에 포함된다. 처음에 잘 되지 않더라도 한탄하거나 자책을 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힘겹고 인내를 요하는 일이어서 새로운 습관이 자리잡을 때까지 반복돼야 한다. 자신의 새로운 길이 보일 때까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