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화제
▶ 육사-해사 라이벌전, 팀전적 저조해도 인기 여전
스포츠 세계에서 대학팀간 라이벌전 만큼 흥미진진한 경기도 없을 것이다.
런던의 탬즈 강변에서 벌어지는 캠브리지와 옥스퍼드의 유서깊은 조정경기나 한국의 연고전 등이 그 좋은 예이다.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라이벌전이 있다.
얼핏, 하버드와 예일을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미국판 연고전은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사이에 벌어지는 풋볼 라이벌전이다. 두 사관학교의 풋볼팀은 정규대학 풋볼리그의 일원으로 시즌에 참가한다.
사실 성적으로 따진다면, 두 팀의 올시즌 성적은 언급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없다.
두 팀을 합친 시즌성적이라는 것이 2승 20패로서 역사상 최악의 기록이다.
그러나, 두 사관학교의 라이벌전 경기에는 승패를 초월한 그 무엇이 있다.
이같은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로 사상 101번째 벌어진 두 팀간 경기 역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올해 경기가 벌어진 볼티모어의 PSINet 스태디엄은 거의 7만여석에 달하는 좌석이 완전매진 되었다. 그리고, CBS가 중계환 이 경기의 시청율 또한, 대학풋볼리그 시즌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 시청율 전문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명의 시청자들이 이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렇다고, 이 육사와 해사간의 경기가 챔피언십 결정전에 전혀 변수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양 팀에 NFL에서 대성할 것 같은 미래의 스타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두 사관학교 풋볼팀간의 경기가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딱 부러지게 말할순 없으나, 이 경기는 미국적 삶의 순수한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마치, 하이테크 시대에 서커스 구경가는듯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한 대학스포츠 관계자는 분석한다.
육사와 해사간의 풋볼매치는 1890년에 시작되었는데, 원년경기는 해사가 24대 0으로 대승을 거뒀다.
그 후, 두 사관학교의 풋볼팀은 미대학풋볼 리그의 핵심변수로 자리잡았다. 두 팀에서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가 다섯 명이나 배출됐다. 또, 육사팀은 전국챔피언을 두 차례 차지했고, 해사팀도 한 차례 차지했다.
그렇지만 두 사관학교 풋볼팀들의 강세는 20세기 중반부터 극적인 퇴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1944년 이후부터는 사관학교 팀이 대학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1963년 이후에는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관학교 라이벌전의 인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사관학교 라이벌전은 승패를 초월한 미국의 보배와도 같은 것이다"
CBS의 마이크 아리스코 부사장은 말한다.
CBS는 1996년부터 사관학교 라이벌전을 방송한 이후, 곧 바로 원년계약을 2008년까지 연장했다.
그 이유는 사관학교 라이벌전이 CBS가 방송하는 정규시즌 풋볼스케쥴 시청율을 꾸준히 압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의 경우, 정규시즌 풋볼경기시청율이 3.1인데 비해, 사관학교 라이벌전 시청율은 5.1을 기록했다. 이는 시즌을 통틀어 플로리다 대 테네시 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청율이었다.
따라서 CBS 입장에서 볼 때, 지속적으로 시청율이 높은 경기에 대한 방영권을 연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관학교 라이벌전은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로는 최상의 카드다"
아리스코 부사장은 덧붙인다.
볼티모어가 사관학교 라이벌전을 처음 유치한 것은 1944년의 일이었다.
이때부터, 볼티모어시는 라이벌전 유치를 위해 시차원에서 최대한의 정성을 기울여왔다. 올해에도 시당국은 경기를 앞두고 시내 유명 관광명소인 이너하버에서 군함, 탱크,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관광투어를 선보였다.
또, 경기를 앞두고 볼티모어 시내의 각급 호텔들은 만원사례를 빚었고, 한장당 175달러에서 600달러를 호가한 경기티켓도 완전 매진되었다.
전문가들은 육사와 해사의 풋볼 라이벌전이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를 다음 몇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앞서 언급했듯이 두 팀간 라이벌전은 미국사회의 전통적 가치를 반영한다. 대학스포츠가 상업화 물결에 휩쓸린 요즘, 사관학교 라이벌전은 대학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의 원형을 보여준다.
또 경기 개막전에 펼쳐지는 독특한 양교의 응원전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게다가, 일반 대학팀들의 팬들은 해당 동문들과 연고지 팬들로 구성된데 비해, 사관학교 팀들은 육군과 해군 및 그 군속들까지 팬으로 흡수한다는 강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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