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2억5,200만달러!"
25세의 야구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합의했다는 연봉이다. 며칠전 마이크 햄튼이 콜로라도 록키스와 1억2,100만달러에 8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벌어졌던 입이 채 다물어질 틈도 없이 찢어질 지경이 됐다. 스포츠 사상 최고의 금액이라고 한다. 레인저스가 전 구단주 조지 W. 부시의 백악관행이 굳어지고 있는데 고무 받아 이같이 엄청난 베팅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7년에 1억1,900만달러 오퍼를 거절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강타자 매니 라미레스는 10년 2억달러선의 계약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박찬호의 팀동료 대런 드라이포트도 올 시즌 12승10패에 4점대가 넘는 방어율의 ‘그저 그런’ 성적에도 불구하고 5년간 5,75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한다. 평균 연봉이 1,150만달러에 달하니 18승10패에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박찬호는 평균연봉 1,500만달러에 억대연봉 계약을 해야 당연하다. 머지않아 억만장자 박찬호가 탄생할 전망이 불을 보듯 환하다.
대런 드라이포트는 당초 박찬호와 함께 94년도에 메이저에 입문했으나 그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있던 기한이 짧았기 때문에 박찬호보다 1년 앞서 프리에이전트가 됐다. 다저스는 제3 선발인 그를 장기계약으로 묶어두기 위해 5년에 4,500만달러를 제안했으나 본인은 5년에 5,500만달러를 받아야겠다고 맞섰다.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사이 콜로라도 록키스가 드라이포트를 영입하겠다고 나서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급하게 된 다저스가 당초 드라이포트측이 제안했던 것보다도 250만달러가 더 많은 5,750만달러를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평균 연봉 1,150만달러.
통산 성적에 있어서도 박찬호가 65승43패에 방어율 3.88이고 드라이포트는 39승45패10세이브에 방어율 4.28로 맞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드라이포트보다는 마이크 햄튼이 박찬호와 곧잘 비교되는 선수다. 햄튼은 박찬호보다 한 살 많은 28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도 93년으로 1년 먼저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3게임에 나와 1승3패, 방어율 9.53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으나 94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된 뒤 95년부터 선발투수로 나섰다. 95년 시즌에는 9승에 그쳤으나 96년 10승, 97년 15승, 98년 11승으로 3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기록했고 99년 22승4패에 방어율 2.90으로 최고성적을 거뒀다. 2000년에는 뉴욕 메츠로 옮겼으나 초반 부진으로 15승10패에 방어율 3.14에 그쳤다. 통산 85승53패, 방어율 3.44.
햄튼은 물론 경력도 앞서고 20승을 기록한 투수라는 점에서 박찬호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금년 시즌 기록은 박찬호가 월등히 낫다.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대런 드라이포트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당초 로드리게스 계약에 10년 2억달러를 요구했었고, 11일 아침까지 12년 2억4,00만달러에 협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보다 훨씬 높은 10년 2억5,200만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드라이포트의 경우도 처음 불렀던 금액보다 더 받는 계약을 이끌어 냈다. 연봉협상의 귀재라는 그가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한 박찬호의 억대 연봉 계약체결도 시간문제다.
내년시즌이 끝나야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박찬호의 재계약에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1년 단기계약을 하고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2002년 시즌에 확실하게 몸값을 챙기느냐, 아니면 프리에이전트 권리를 포기하고 이번에 장기계약을 맺느냐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내년에 비싼 돈을 치르느니 이번에 장기계약으로 묶어 놓기를 원하고 있다. 장기계약을 하면 최소 팀 에이스 케빈 브라운이 2년 전에 체결한 7년 1억500만달러 수준은 받지 않겠느냐고 야구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1년 계약을 한다고 해도 최소 1,000만달러 이상은 받을 것이 틀림없고 내년에도 올 시즌 이상의 성적이 뒷받침되면 ‘부르는 게 값’으로 연봉이 치솟을 수 있다.
박찬호는 젊은 기자들, 특히 사진기자들 사이에 인기가 없다. 박찬호는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 주기를 싫어한다. 때문에 어쩌다 타운에 박찬호가 나타나면 힘들게 쫓아간 사진기자들이 허탕치기 일쑤다. 억만장자 입문을 코앞에 둔 박찬호 때문에 사진기자들 더 힘들어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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