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는 금년초부터 오버타임을 계산하는 방식을 변경, ‘일일 오버타임법’을 시행하고 있다. 주정부가 새로운 법을 채택한 이유는 물론 저임 근로자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지사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복원 또는 수정돼 시행되는 ‘일일 오버타임법’은 시행후 1년 가까이 경과하면서 과연 종업원의 권익을 실제로 옹호하는 지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많은 한인 업체와 한인 근로자들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일 오버타임법’의 득실을 알아 본다.

캘리포니아주가 금년초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새로운 오버타임 계산방식인 ‘일일 오버타임법’의 골자는 원칙적으로 ‘1주일에 몇 시간 일하든 상관없이 하루에 8시간 넘게 일하면 오버타임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산 방식은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든 상관없이 1주일에 일하는 시간의 합계가 40시간이 넘을 때에만 오버타임을 인정한다’는 연방노동법 보다 훨씬 엄격하다.

캘리포니아주법에 따르면 업주는 종업원의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면 첫 4시간에 대해서는 정규 임금의 최소 1.5배 이상을 지급해야 하며, 하루 근무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정규 임금의 최소 2배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새 주법은 데이비스 주지사가 주의회를 설득해 시행된 것이나 사실상 대부분이 2년전 피트 윌슨 당시 캘리포니아주지사가 폐기시켰던 옛 노동법을 되살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새 법이 ▲노동시장이 경색되고 ▲해외의 값싼 노동력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노동자들이 갈수록 융통성 있는 근무시간대를 요구하는 현상과 맞물려 인건비 부담이 대폭 증가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많은 업체가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근로시간대를 조정하거나 ▲보다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임금을 동결함으로써 근로자의 권익옹호라는 새 법의 제정 취지를 사실상 무색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불만을 토로하는 근로자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캘리포니아주 상공회의소를 위해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줄리언 브로일리스는 "새로운 오버타임법이 너무 융통성이 없어 종업원과 업체 양측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일일 오버타임법’의 결점을 지적했다.

종업원 입장에서 받는 불이익이 무엇인가는 로즈빌에 있는 브룩필즈 식당의 웨이트리스 도나 로차의 설명을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로차는 새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하루 10시간씩 4일 일하고 1주일에 3일 쉬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 법의 시행과 함께 업주가 오버타임을 지급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똑 같은 돈을 벌기 위해 1주일에 5일간 일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새 법 아래서는 개인적 이유로 일정 시간 일하지 못한 근로자가 빠진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원래 일하지 못한 주와 같은 주에 들어있는 근무일을 택해 보충근무를 해야 한다. 이전에는 동일한 ‘급여 주기’(보통 2주)에 들어있기만 하면 보충근무를 할 수 있었으나 새 법 아래서는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라는 업주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같은 주에 보충근무를 하지 못한 근로자들은 같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연차 휴가나 심지어 월차 휴가까지 축내야 한다.

팜스프링스 북부에 있는 ‘엥크스’사의 인사과장 리사 카프는 "자녀들을 돌볼 시간을 편하게 내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자녀가 있는 우리 회사 종업원들이 새 법으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근로자들"이라면서 "주의회는 새 법을 제정할 때 새 법이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오버타임 수당의 증가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업원을 더 많이 고용하는 것도 업체가 취하는 보편적 수단이다.

가디나에 있는 수영장 및 온수 욕조 건설회사인 ‘아쿠아템프 프로덕츠’(Aquatemp Products)는 지난해까지 100명의 직원으로 움직였지만 새 법이 시행되면서 저임근로자 20명을 더 고용했다. 덕택에 이 회사는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증가했을 오버타임 수당을 예전 수준으로 묶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오버타임 수당을 묶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인 것만은 아니다.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이 회사의 게리 로첼 사장이 "생산성(총인건비 생산된 제품가)이 10% 정도 떨어졌다"고 인정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새 법이 근로자의 권익을 오히려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새 법이 제정되도록 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던 ‘캘리포니아주 노동 연합’의 대표 탐 랜킨은 "새 법은 특히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천사 같은 존재"라면서 "새 법으로 인한 유일한 변화는 오버타임 수당이 옛날에는 고용주의 주머니로 들어갔으나 요즘은 근로자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새 법이 근로자의 권익 옹호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는 논쟁과는 무관하게 많은 업체가 새 법에 대해 제대로 모르거나 또는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을 기대하면서 일방적으로 무시한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