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쿠르니코바는 러시아 출신 여자 테니스 선수다. 방년 19세의 그녀는 테니스 실력보다는 모델·영화배우 뺨치는 외모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롤렉스시계 모델로 나와 화제를 뿌리는 등 대회출전 상금보다 모델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다. 금발머리에 푸른색 눈, 170센티미터의 늘씬한 체격은 뭇 사내들로 하여금 군침을 흘리게 만든다. 미국내 팬클럽만도 40여개가 된다. 어느 후배기자는 그녀 사진을 모아서 컴퓨터 스크린세이버로 깔아놓고 짝사랑을 불태우고 있다. 주간지 ‘피플’이 선정한 세계의 미인 50명에 포함됐을 정도니 그녀의 미모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겠다.
쿠르니코바가 참가하는 대회에는 팬들이 운집하고 매스컴이 몰린다. 경기에 패해도 승자를 제쳐놓고 그녀의 뒤를 쫓는다. 지난번 윔블던 대회에서는 경기중계를 하던 TV 카메라가 일찌감치 탈락한 뒤 관중석에 앉아 있는 그녀를 비추느라 경기중계를 소홀히 하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니 동료선수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실력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그녀만 못하다는 이유 때문에 매스컴의 관심에서 밀려나니 말이다.
쿠르니코바는 95년 10월에 프로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 5년 동안 단 한차례도 WTA 대회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국제대회 결승전까지는 4차례 진출한 적이 있고 WTA 랭킹도 10위권에 올라 있지만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곤 했다. 그녀의 전 코치는 쿠르니코바가 우승을 못하는 이유는 ‘공주병’ 탓이라고 비꼬았다. 뛰어난 미모로 상품가치가 있는 쿠르니코바에게 대회 주최측에서는 실력에 비해 높은 시드를 배정해 준다. 스폰서 계약으로 벌어들이는 돈도 연간 1,400만달러에 달한다. 가는 데마다 이처럼 공주 대접을 받으니 경기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승부근성이 뒤진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여자가 뛸 수 있는 분야는 그다지 많지 않다. 농구, 축구, 권투등 대부분은 이제 겨우 걸음마 하는 단계에 지나지 않고 테니스와 골프 정도가 겨우 제자리를 굳혔다. 상금면에서 볼 때 골프는 여자선수가 남자선수에 4분의1선에 불과하지만 테니스의 경우는 남녀가 거의 대등한 상금을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골프에서는 여자대회에 남자대회만큼 팬들의 관심이 쏠리지 않지만 테니스에서는 여자경기에도 남자경기에 못지 않은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골프팬 중에는 여자골프선수들이 파워가 약하기 때문에 LPGA 대회가 PGA 대회만큼 재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테니스에서는 여자선수가 남자선수에 버금가는 파워를 내고 있다는 말인가. 결코 아니다.
스포츠팬들이 여자테니스를 즐겨보는 진짜 이유는 짧은 스커트에 늘씬한 각선미를 드러낸 여자선수들이 땀을 흘리며 뛰는 모습이 좋기 때문이다. 섹스어필이라는 단어로 여성 독자들의 분노를 사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이 그렇다. 스포츠팬의 절대다수는 남자다. 이들이 밋밋한 여자 골프보다는 육감적인 여자 테니스 보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여자 테니스 경기 중에서도 여자산적 같은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나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의 경기보다는 쿠르니코바의 경기가 더 즐거운 것은 당연하다.
여자뿐 아니라 남자선수도 얼굴이 받쳐주어야 스타가 된다. 얼마전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서 열린 안토니오 디아스와의 타이틀 매치에서 6회 TKO로 이긴 WBC 권투 웰터급 챔피언 셰인 모슬리의 경우 36승무패 33KO의 전적에 지난 6월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경기에서 오스카 델라호야를 때려눕힌 바 있지만 인기는 델라호야에 못 미친다. 개런티도 델라호야보다 훨씬 적게 받았다. 델라호야는 영화배우처럼 미끈하게 생겼는데 모슬리는 전형적인 아프리카 출신 흑인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다.
루키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US오픈 등 통산 6승이나 챙긴 박세리보다 세련된 외모의 박지은의 인기가 못하지 않다. 시드니 올림픽 사격에서 은메달을 차지하고 울어버린 여고생 강초현은 양궁 단체전 개인전을 휩쓴 금메달 2관왕 윤미진의 인기를 능가했다. 강초현이 못 생겼더라면 팬클럽을 만든다, 장학금을 준다며 난리를 피웠을까 의문이다. 지난해 월드컵 여자축구에서 우승한 뒤 시 웃통을 벗어제침으로써 일약 스타가 된 미국여자 축구팀의 브랜디 체스데인도 시원스런 외모 때문에 떴다. 운동선수로 뜨려면 성형수술이라도 받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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