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아니 더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책상 앞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데 공부를 정말 하는지? 혹은 하는 척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들어가 보면 정말 교과서나 숙제, 명작 등을 열심히 읽습니다. 어려서는 공부를 잘 했었는데 학년이 올라 갈수록 성적이 그리 썩 좋지 못합니다. 성격상으로 공부를 하는 척을 한다거나 꾀를 부리는 아이 같지는 않고 또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왜 좋은 결과가 없을까요? 머리가 나쁜 아이는 절대로 아닙니다. 어떻게 도와줘야 될지?" - 11학년 제니 어머니
우리 클리닉에서 제니를 테스팅해 봤다. 제일 먼저 제니가 필자의 시선을 끈 것은 시험을 치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한 번에 한 학생만을 상대로 하는 테스트이기 때문에 제니가 딴 학생에 비해 시간을 오래 끈다는 말이 아니고 제니가 시험 내용을 읽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도 11학년쯤 되면 독서를 할 때 어떤 것은 빨리 읽고 어떤 부분은 자세히 읽어야 하므로 오래 걸리기도 한다. 제니는 읽는 속도가 늦다기보다는 읽을 때 중요한 곳이건 아니건 간에 똑같이 비중을 두고 같은 속도로 읽었다(여기서 speed reading을 말하는 것이 아님).
저학년일 때는 이렇게 읽는 것을 오히려 더 장려해 유치원부터 2~3학년은 소리내어 읽게 한다. 이 나이엔 아직도 읽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소리로 읽기를 배우느라고 소리내어 읽기(read aloud)를 하니 문장의 in, the, under 등까지 다 읽어야했다. 그러나 3학년부터는 읽기의 역할이 달라져서 "다른 과목을 배우기 위해 읽는다(read to learn). 이 때가 되면 읽기를 익힐 때는 벌써 지났고 읽는 것은 배우는 것의 수단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3학년 때부터는 어려운 곳, 요점, 중요한 곳은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고 주요하지 않은 곳은 대강만 읽고 또 어떤 곳은 훑어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누구든지 전화번호부에서 전화번호를 찾아본 기억이 날 것이다. 필요 없는 부분은 빨리 넘기고 해당되는 이름이 가까이 오면 열심히 볼 것이다. 특히 같은 이름일 때는 스펠링이나 집 주소까지 비교해 보면서 더 자세히 읽는다. 읽는 것도 그와 비슷하다. Speeding reading이 60년도에 성황했다가 학계의 인정을 못 받은 원인의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Reading이란 전화번호부 같이 덮어놓고 빨리 찾는 것이 아니다. 이름에 가까이 가면, 즉 중요한 부분은 서서히 자세하게 읽고 덜 중요한 부분은 대강 읽든지 훑어 읽든지 해야 한다. 또 전화번호부 같이 필요 없는 페이지는 덮어놓고 껑충 뛰지 못하는 것이 독서이다. 즉 독서는 덮어놓고 빨리 읽어서도, 반대로 무작정 자세히 일일이 읽어서도 안 된다. 서론에 소개되었던 제니는 너무나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를 자세히 읽어서 공부의 능률이 안 났다. 이것이 계속되면, 고학년이 될수록(특히 대학) 공부의 양이 많아지므로 공부를 따라갈 수가 없다.
*제니의 문제 해결책- 제니에게 스키밍(skimming)하면서 읽는 방법을 가르쳤다. 스키밍이란 전화번호부 보듯 중요한 데는 자세히 읽고, 나머지는 대강 훑어 읽은 것을 말한다. 훑어 읽으니 자연히 빨리 읽을 수가 있다. 그러나 스키밍과 훑어 읽는 것과는 다르다.
*스키밍을 하는 방법
1. 스키밍으로 읽을 때 주제나, 중요한 부분이 아니면 생각하면서 대강 읽어도 된다. 읽는 것의 80%의 내용이 주제가 아닐 때는 스키밍을 해도 된다.
2. 찾고 있는 정보(날짜, 역사적인 일, 데이타)가 읽고 있는 문단이나 긴 부분에 없으면 그 부분은 그냥 넘겨도 된다. 즉, 훑어 읽지 않아도 된다.
3. 읽는 내용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면 스키밍을 해도 된다. 그러나 덮어놓고 건너뛰기보다 대강 훑어 스키밍을 하면 예상 못했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위의 3조건을 더 구체화 시켜서 제니를 가르쳤다.
구체적으로 스키밍하는 방법
1. 우선 주제(title)부터 먼저 읽게 한다. 여기서 읽으라(read to learn)는 말은 공부를 해보라는 뜻이다. 예: O’Henry의 ‘Last Leaf’는 last라는 말에 ‘마지막’ ‘죽음’ ‘병’ 등을 연상시킬 수가 있다. 왜냐하면, leaf는 ‘마지막’ 의미하고는 별로 연결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잎사귀’는 생명의 metaphor(상징)가 있다. 마지막 생명이 붙어 있도록, 즉 친구를 끝까지 살리려고 하는 사랑의 글이다.
2. 서론을 읽어야 한다. 만일 서론이 길 경우라도 처음 문장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또 문단의 첫 문장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3. Heading/sub-heading도 반드시 읽어야한다. Heading 자체가 그 글의 요점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heading이나 sub-heading의 연결이 잘 안되었다면, 스키밍을 너무 빨리 한 것이다. 다시 돌아가 읽어 봐야 한다.
4. 책 도중에 사진, 차트, 그래프 등이 나와 있으면, 반드시 읽고 이것에 연결된 설명, 내용 등을 자세히 읽어야 한다. 보통 이런 사진, 차트, 그래프는 주요점, 주제를 강조하기 위하여 삽입한 것이다.
5. 만일 heading이나 sub-heading이 없는 문장이 있다 하자. 보통 문단의 첫 문장(topic sentence)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첫 문장이 항상 그 주요 개념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가끔 작가들이 특히 문학에서는 날씨에 대하거나, 환경에 대할 때 atmosphere, 혹은 mood를 많이 쓸 때가 있다. 가장 좋은 예로써는 Victor Hugo의 작품, 전쟁과 평화나 레미제라블에는 전쟁의 배경이 여러 챕터에 걸쳐 쓰여져 있다.
6. 교과서에는 bold face, 혹은 이탤릭체로 된 용어나 문장이 있다. 이것은 스키밍의 정반대로 아주 자세히 읽어야 한다.
7. 가끔 (1), (2), (3), (4)라고 쓰고 있던지 ‘first, second, third’ 혹은 ‘major cause’ ‘another reason’ 등으로 열거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신경을 써서 읽어야 한다.
8. 가끔 단어나 문장이 대문자로 나오거나 밑줄이 쳐져 있거나, !(감탄사), ?(질문) 등이 많이 있는 데가 있다. 거기에 관련된 것은 자세히 읽는다.
9. 제일 나중 문단이나 요약이 되어 있는 데가 있으면 그것은 반드시 신경을 써서 읽어야 한다. 이것이 결론일 수가 있다.
10. 마지막으로 결론이 지어진 문장은 반드시 그 결론과 서론을 맞춰 보아야 한다. 그 결론과 서론이 맞지 않으면 어디서 스키밍을 잘못한 것이다. 예를 들면, 오늘 칼럼의 서론은 너무 늦게 읽는 제니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제니가 책을 읽을 때 스키밍을 못했기 때문으로 원인을 지적하고 결론, 문제의 해결책으로 스키밍 방법을 자세히 서술했다. 즉, 서론의 문제 제시와 그 답으로 해결책이 결론이 된 것이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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