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단 75주년 글로브트로터스, 오락일변도 탈피
올해로 창단 75번째 시즌을 맞는 시범농구팀 할렘 글러브트로터스는 살아 숨쉬는 하나의 역설이다.
이 팀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심각한 농구경기를 펼치는 코메디 곡예단’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들은 영원한 홈 팀이면서도, 정작 홈 경기는 한 번도 없고 100% 원정경기만 한다. 그리고, 이 팀은 하는 경기마다 대개 승리한다. 거의가 사전에 짜고 하는 시범경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예정된 몇몇 경기에서는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글러브트로터스 팀은 최근 덴버에서 메트로 스테이트 칼리지 팀과 실전 경기를 했다. 메트로 칼리지는 NCAA 대학농구 디비전 2부 리그의 챔피언 팀이다. 지난 주에는 1부 리그 챔피언 팀인 미시건 스테이트와 경기를, 그 다음에는 퍼듀 대학팀과 경기를 펼쳤다. 마치, 대학농구 10걸 안에 드는 팀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이 3경기는 글로벌팀이 제 2대 구단주 매니 잭슨 시대를 맞아 특별기획한 순회경기 시리즈의 일환이었다.
이번 순회경기 중, 글로브트로터스는 어떤 팀과는 사전에 짜고 경기를 하고, 어떤 팀과는 실전경기를 하도록 각본을 짰다.
구단주인 잭슨은 이번 순회투어와 관련, "우리 팀의 최우선 목표는 가족단위 팬들에게 여흥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글로브트로터스는 3개의 대학정상급 팀과의 실전경기를 통해, 초창기 지방 순회경기 시절의 전통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다. 당시, 글로벌 팀은 몇몇 경기는 관중들을 웃길 목적으로 연출했지만, 나머지 경기들은 실제 경기를 펼쳤었다.
전년도 1부리그 챔피언 팀 미시건 스테이트는, USA 투데이 및 ESPN가 대학팀 코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번 시즌 5위의 강팀으로 꼽힌 팀이다.
잭슨은 미시건 팀의 전력에 대해, "시즌개막 한 달 안에 대학리그 정상으로 올라설 것이다"고 예측했다. 이 말을 한 의도는 글로벌팀이 미시건 스테이트와의 경기에서 질 가능성이 많음을 암시하려는 것이었다. 이 경기에서 글로브트로터스는 패했다.
글로브트로터스는 단순한 하나의 시범농구팀이 아니다.
그 동안, 이 팀은 영화나 TV 드라마에도 다수 출연했고, 전세계를 누비며 유명인사들 앞에서 시범경기를 갖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출연한 영화는 애덤 샌들러 주연의 코메디영화 ‘리틀 닉키’이다.
이 영화는 배꼽을 쥐게 만드는 코메디인데, 글로벌 팀이 코메디 영화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단주 잭슨은 이 영화가 재미는 크지만, PG-13으로 분류된 사실에 거북함을 느낀다고 실토한다.
글로브트로터스의 75년 역사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90년대 초반에는 경영난을 맞아 도산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또, 1966년 팀의 창업주 아베 사퍼스타인이 사망한 이후, 현 구단주 메니 잭슨이 바톤을 이어 받기까지 또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글로브트로터스는 잭슨의 사업수완 덕분에 회생의 길을 걷게 된다. 잭슨은 그 자신, 1960년대에 글로벌팀의 선수로 활약한 바 있고, 은퇴 이후에는 22년간 비즈니스로 잔뼈가 굵은 사업가였다. 그러다가, 1993년 일단의 투자자들을 규합, 550만달러의 자금을 마련하여 부도위기에 처한 글로벌 팀을 인수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글로브트로터스의 재기의 원동력이 잭슨의 예리한 사업적 통찰력에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잭슨이 팀을 인수한 1993년 이래, 팀의 티켓수입은 193%나 급증했고, 평균입장 관중수는 매년 18%씩 증가했다.
무엇보다, 글로브트로터스의 부활 드라마 이면에는 잭슨의 예리한 상황분석의 공이 컸다. 잭슨은 70년-90년대 초반까지 글로벌 팀이 침체를 거듭한 이유가, 수준높은 경기를 도외시하고 지나치게 연예적 측면을 강조한데 있다고 분석했다.
초창기의 글로벌 팀은 단순히 시범 농구쇼나 하는 팀이 아니었다.
특히, 전성기였던 40년대에는 단일팀으로서 몇몇 세계챔피언십을 획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948년과 49년에는 당시 NBA 챔피언 미니어폴리스 레이커스를 물리침으로써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 팀은 더 이상 세계정상 선수들을 충원하지 못하고, 그에 따라 NBA 팀들과 상대해서 이기기도 힘들다.
잭슨은 NBA 바로 한 계단 밑의 선수들을 충원, 최대한 수준높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을 우선목표로 삼는다.
한편, 글로브트로터스는 오는 오늘(22일) 로마의 바티칸을 방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앞에서 시범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글로벌 팀은 50, 60년 대에도 이미 여러 교황들 앞에서 시범경기를 펼친바 있다.
이 밖에, 글로브트로터스가 자랑하는 역사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951년 베를린에서 가졌던 시범경기다.
이 경기에는 무려 7만 5,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했는데, 이는 농구역사상 최대관중이었다. 또 약간 과장된 표현이지만, 교황 한 사람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글로벌 팀만의 기록일 것이다.
바티칸 시범경기가 끝나면, 글로벌 팀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팀의 명예주장으로 지명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 팀의 명예주장으로 위촉된 유명인사로는 1976년의 헨리 키신저, 1977년의 밥 호프, 1989년의 카림 압둘 자바, 1990년의 우피 골드버그, 1999년의 재키 조이너 커시 등이 있다.
또, 내년 1월 5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글로벌 팀의 75주년 기념경기에서는 흑인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가 여덟 번째 명예주장으로 위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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