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사이 남가주의 주말 한국학교에서 학생수가 33%나 감소하는 등 한글을 배우는 2세가 급감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돼 한인 2세교육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
남가주 한국학교가 지난 14일 발표한 주말한국학교 현황에 따르면, 1999∼2000학년도 등록학생이 총 4,436명으로 96∼97학년도의 5,915명에 비해 무려 1,500명이 감소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2세 학생들이 줄어드는 현상은 한인 커뮤니티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SAT시험을 치른 전국의 모든 12학년생(올해 고교졸업생)가운데 한국어를 학교 또는 학원에서 배운 바 있는 학생이 모두 5,002명으로 불과 2년전의 9,545명에서 무려 절반이 줄어들었다. 이 통계는 SAT II 한국어 시험이 도입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크게 늘어나 98년 절정을 이뤘으나 이후 관심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처음에는 한국어반을 제공하는 공립학교가 증가하는 등 한국어 교육이 다양해지고 분산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으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한국어 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줄어드는 원인과 해결책
교육관계자들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1.5세 또는 2세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성장한 2세 학부모들 자신이 한국어가 미숙한데다 자녀에게 한국어 교육을 시킬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국학교 관계자들은 특히 저학년 어린이들의 등록이 줄어든 이유로 저학년 학부모들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교육자들은 커뮤니티차원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편 한국학교 교사연수회에서 강사로 자주 활동한 수지 오 3가초등학교 교장은 "아들이 어렸을 때 울면서까지 한국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려 할 수 없이 중단시킨 적이 있다"며 한국학교의 한국적인 커리컬럼과 주입식 교육법이 2세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하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수지 오 교장은 "그러나 아들이 20대가 되어서야 한국어를 배우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한국학교에서 젊은 2세들을 강사로 모셔 한국어가 주는 도움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학부모들도 자녀에게 뿌리의식을 심어주는 등 어린이들에게 동기를 부여시켜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안건이라고 지적했다.
호프인터내셔널대학 한국어교사 프로그램의 구은희 교수는 주말 한국학교에서 한국학교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립학교의 한국어반 프로그램을 확대, 보다 많은 학생들이 정규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구교수는 한국어만 잘 알면 아무나 가르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한국어교사들의 지속적인 훈련과 전문화가 있어야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언어 교육과 뿌리의식
최근 UN에서는 오는 21세기에 급부상할 주요 5개 언어로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와 함께 한국어를 선정한 바 있다. 그 때문이 아니라도 이중언어 구사능력은 경쟁사회에서 더 유리한 기회를 준다는 장점외에도 어린이들의 지능개발과 학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많은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 97년 뉴스위크, 타임, TV뉴스 등에 일제히 발표된 두뇌개발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국어를 배운 아이들은 복잡한 문제를 푸는데 더 독창적인 사고력을 보였으며 비언어적인 문제에서도 다른 어린이들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두뇌성장에 대한 연구는 뇌세관을 연결하는 신경조직이 많아질수록 지능이 더 발달한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많은 학자들은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이 이같은 신경조직을 연결시키는데 촉진적이라고 추론했다. 한편 지난 여름 발표된 고교졸업생의 SAT성적 자료에 따르면, 외국어를 4년을 넘게 택한 학생들의 SAT I 성적은 3년을 배운 학생보다 평균이 무려 100점가량 더 높았다. 또 수학, 과학 등 수험생들이 4년이상 공부했다고 응답한 과목가운데 외국어가 평균 SAT성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교공부에 몰두하도록 한국어 교육을 소홀히 했다가 학생이 대학에서 스스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언어습득의 호기를 잃는 것이다. 사춘기이전(유아기부터 10세까지의 연령)이 가장 수월한 연령으로 이 시기를 놓치면 언어습득에 한계가 있으며 10세까지는 언어를 자연스럽게 배울수 있는 선천적인 소질이 남아있어 외국어를 10개까지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UC버클리 한미학생회(KASO)의 에디 박 회장은 "주위에 많은 한인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비로소 한국 아이덴티티를 찾기 시작해 한국 문화와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버클리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2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반을 택한 바 있는 박회장은 많은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를 배웠어야 하는 것을 대학에 와서 후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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