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저화제
▶ 국립공원 소음문제 심각. 브라이스 캐년 최악
미국 각지에 산재한 수많은 국립공원들은 삶의 재충전 기회를 제공해 주는 휴식의 공간이다. 국립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문명생활의 피로를 자연의 정적 속에서 떨쳐버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국립공원들이 문명의 공해에 찌들고 있다.
유타주의 대표적 국립공원 브라이스 캐년을 예로들어 보자.
이 공원내 일명, ‘침묵의 도시’라고 물리는 암벽들은 정상적인 등산루트로는 접근할 수 없는 고립된 지역이다. 따라서, 공원 안내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다.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근의 말라버린 강바닥을 건넌 후, 수직처럼 가파른 코스를 타고 공기가 희박한 해발 7,500 피트 지점까지 올라야 한다.
미국 최고의 자연의 소리 감정사로 통하는 고든 헴턴은 이곳의 정적의 유혹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최근 1,500달러짜리 음향측정기를 손에 들고 이곳을 기어 올라갔다.
그러나, 헴턴을 기다린 것은 실망 뿐이었다. 그곳에서 ‘침묵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는 정적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항공기 소음이 끊임없이 들렸다. 헬리콥터 소음은 50 데시벨에 가까웠다. 크게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정적을 깨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실망감을 표시했다.
미국인들이 국립공원들을 찾는 이유는 현대 도시생활의 번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극소수의 장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립공원들은 이같은 정적을 제공하지 못한다.
가장 격리된 공원에서조차 문명의 소음들, 즉 내연기관 소음, 자동차 경적, 착암기 소음 등이 등산객들의 귀를 때린다. 그 와중에서 나뭇잎새에 부딪히는 바람소리, 평화롭게 지저귀는 새소리는 실종되기 일쑤다.
국립공원 관리국마저도, 오늘날의 국립공원들은 눈으로 감상하기는 좋으나 귀로 듣기에는 별로라고 시인할 정도다. 그 결과, 관리국은 이번 가을시즌 각 국립공원 관리소들에게 소음환경에 특별히 주의하라는 공문을 내보냈다.
지난 시즌에도, 국립공원 관리국은 공원내에서 스노우모빌 및 개인용 수상스키 사용금지 조치를 내린바 있다.
이에 대해, 관리국의 천연자원 전문가 웨스 헨리는 이렇게 말한다.
"국립공원들의 외관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소음환경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이처럼 국립공원당국의 다양한 금지조치들은 레저용 차량 운전자들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올들어 국립공원관리국이 설정한 공원소음레벨 목표치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문객이나 등산객들이 걷기만 해도 그 정도의 소음은 발생한다. 진정으로 국립공원관리국이 그런 정적을 원한다면, 국립공원의 정문을 폐쇄하고 자기들부터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 스노우모빌협회장 크리스천 저데인은 이렇게 목청을 높힌다.
자연 본연의 정적을 간직한 국립공원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보존지역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 지역은 아직도 스튜디오의 녹음실보다 더 고요한 정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립공원들은 스튜디오의 정적은 고사하고, 방문객들의 휴식을 방해할 정도로 각종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위에서 말한 브라이스 국립공원의 경우는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여기서는 글자그대로 온갖 종류의 소음이 난무한다. 자동차의 문을 꽝 닫는 소리, 디젤엔진 버스의 소음, 어린아이들 우는 소리 등은 이제 흔한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
특히, 올해는 관리소측이 방문자센터 및 진입로를 수리하면서, 공사에 동원된 각종 장비들의 소음이 어지럽게 난무한다. 설상가상으로, 브라이스 공원에서는 두 개의 회사가 운영하는 헬리콥터 및 경비행기 투어까지 있다.
헬리콥터들은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유명 포인트들의 상공을 직접 통과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기소음은 자연의 정적을 깨트리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 1998년 연방항공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 따르면, 브라이스 공원내 가장 유명한 하이킹 코스인 ‘여왕의 정원’ 코스에서는 88%의 시간대에 항공기 소음이 청취되었다. 또, 방문객의 25%는 항공기 소음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고 밝혔다.
미국내 최고의 국립공원 중 하나로 꼽히는 요세미티 공원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관광객들은 아예 파티를 할 작정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각종 캠핑장비를 가져와서 떠날 생각을 안한다"라고 요세미티 공원 캠프장 관리인 잭 샐빈저는 말한다. 그는 수시로 방문객들을 향해, 시끄러운 가정용 발전기 및 각종 전자제품 작동장치를 끄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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