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칼럼)
대선후보 철칙 1조: 원하던 바를 이루었을 때 조심할 것. 앨 고어가 언제 어디서라도 조지 W.부시와 토론을 벌일 수 있다고 큰소리 쳐댔던 것이 불과 얼마전이다. 모두들 토론만 벌이면 마치 고어의 승리가 굳혀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토론을 가진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제 토론이 끝나고 떨어졌던 고어의 지지도가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고어의 경우 얼굴을 덜 비치면 비칠수록 지지도가 올라가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부시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부시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미소를 짓고 어린이를 안아주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가 미리 중비한 답변 대신 즉흥적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지난주 위스컨신의 라크로스에서 행했던 연설이 대표적인 예다. 부시는 ‘가정이 희망에 찬 곳’이라는 뜻의 연설을 하는 과정에 "Families is…"라고 표현했다. 복수형 명사 다음에 단수형 동사를 사용하는 문법상의 실수를 범한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그의 캠페인 참모들은 죽을 맛이라고 한다.
고어의 인격문제와 부시의 자질문제에 대한 우려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정작 중요한 이슈에 쏠리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로 벗어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3일자 뉴욕타임스 1면 기사는 "세차례의 토론과 수개월 동안의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국 유권자들은 명확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앨 고어의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과 조지 W. 부시의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의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의심은 대통령 선거일 당일까지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 선거일이 불과 2주일도 안남았고 세차례의 토론도 끝났다. 언론들은 후보들의 인격에 대한 관심을 그만 접어두고 선거 캠페인의 진정한 이슈에 대해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안도의 한숨은 고어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캠페인 기간 고어가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면 번번히 인격문제가 튀어 나왔다. 심지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고어가 그럴듯한 후보수락 연설을 했다는 점은 인정 받았지만 클린턴행정부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언급을 고어 자신이 아닌 클린턴이 했던 점을 지적받았다.
클린턴대통령은 전당대회장에서 환호하는 대의원들에게 자신의 임기 첫해 예산안에 관해 이렇게 언급했다.
"우리 예산안은 상하양원에서 단 한표차로 통과됐다. 찬반동수의 상원에서는 고어부통령의 지지표행사로 통과될 수 있었다. 단 한명의 공화당의원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공화당 지도자들은 우리예산안이 적자를 가중시키고 일자리를 감소시키며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금와서 보면 우리의 주장이 옳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는가"
잠시후 클린턴은 "’공화당처럼 살고 싶으면 민주당에게 투표하라’는 해리 트루먼의 옛말이 정말 딱 들어맞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클린턴대통령은 그같은 메시지를 미국민에게 한차례 더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클린턴이 나설 경우 고어에 대한 지지표를 얻기 보다는 잃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취소됐다.
고어의 인격문제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멀어질 경우 며칠 안남은 대선 캠페인 기간 다음과 같은 이슈에 대한 두후보의 정견차이에 좀더 관심이 집중될 수 있을 것이다. 소셜시큐리티 개혁, 잉여예산, 세금 삭감, 대법관 임명, 낙태, 공교육에 대한 연방지원, 환경문제, 메디케어·처방약품 혜택·환자 권리의 장전등을 포함한 보건문제 등등.
토론이 열리기 전에는 TV토론에서 이같은 이슈들에 대해 충분한 시간이 할애될 것이라고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번 토론은 정치평론가들에 의해 즉석에서 승자,패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말았다. 우리는 대선토론이 유권자들에게 유익한 것이 되게 하기위해서는 앞으로 토론진행방식에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질문자가 좀더 많아져야 한다.
앞으로 며칠 안남은 대선기간 동안 우리는 앨 고어가 자신의 인격문제를 뛰어 넘어 부시와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부시가 자신의 자질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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