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증도 유전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과거 2~3세대까지 조사되어야 하는데 중독자나 그 가족들의 거부감 등으로 이미 작고한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얻기가 어렵고 또한 중독증 문제가 대두된 지 이제 겨우 60여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못한 형편이다. 그래서 중독증을 설명할 때 통계자료나 가족의 환경을 더 중요시한다.
알콜 중독자 부모의 아들들에 대한 반응 연구에서 중독자의 아들은 42%, 그렇지 않은 부모의 아들은 8.5%만이 나중에 알콜 중독자가 된다는 조사가 있었다. 이는 중독자의 자녀들은 중독자가 될 위험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독자의 자녀들은 일반 자녀들보다 3~4배 더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고 성별로는 딸이 15% 아들이 33%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두 부모가 모두 중독자인 자녀들은 이보다 더 많은 위험이 있을 것이다.
알콜 중독자 가정에 두 자녀가 있을 경우 아들은 술을 마구 마시나 딸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양극적인 현상에서 부모의 중독증에 자녀들의 각기 다른 반응을 보게 된다. 중독자 가정에는 매사에 일관성이 없어 자녀들은 항상 안정감이 없고 불안해한다. 자녀들은 부모들의 잦은 불화로 언제 가정의 정서적 기류가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 받고 위로를 받은 순간들이 모욕과 좌절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중독증은 정서적인 병으로 성장해서도 늘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새로운 애정관계도 실패할 것 같고 직장에서 해고될 것 같은 강박관념으로 고생한다.
중독자 부모가 중독물체나 행위를 통해서 고통을 회피하려는 황홀감 의존을 계속 진행하는 동안에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하든 중독자의 중독행위를 중단시키기만 하면 가족들의 고통도 중단될 수 있다는 환상으로 중독행위 저지를 위한 각종 행동들을 하게 된다. 이렇게 가족들도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중독자를 대처하다가 의존적인 사람이 된다. 그래서 중독증을 가족 전체의 병이라고도 한다.
도박 중독자 부모 밑에서 성장한 딸은 도박을 하지 않는 남성만을 골라서 교제하며 현재 중독적 가정의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서두르기도 한다. 어쩌다 결혼한 남편이 중독적 성향으로 알콜이나 마약에 의존하게 되면 아내는 성장과정에서 이미 학습된 의존적인 방법으로 불건전한 가족 체제를 다시 답습하게 된다.
중독자 가정의 정서적 수준은 조석으로 변하며 자녀들은 수치심으로 자신의 가족을 다른 가족들과 비교할 수 없어서 어떤 것이 "정상적인 가정" 인지를 모르며 성장한다. 자녀들의 자기 의혹, 혼돈, 및 일관성 없는 생활은 중독적 성향을 부추기게 된다. 자녀들은 자신의 고통을 마비시키고 싶어져 고통을 덜기 위한 환상을 추구하게 되고 부모의 중독증을 증오하기 때문에 부모의 중독 행위와는 다른 유형의 중독적 행위나 물체와 관계를 시도한다. 성인 가족들도 중독자의 문제로 고통이 심해지면 그 처참함을 잊어버릴 수 있는 방법으로 중독 행위를 시작하기 쉽다.
아버지 도박빚 때문에 부모가 항상 똑같은 싸움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자녀들은 싸움을 말리고 싶지만 그럴 능력이 없어서 대신 TV 폭력 프로에 열중하거나 아무도 상처줄 수 없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과 마음을 닫아 버린다. 항상 위기감이 맴도는 분위기에 익숙해진 자녀들은 가정의 현실을 운명으로 생각하게 되며 좀처럼 좋은 일이 생겨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가족의 수치와 비밀을 외부에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부모의 신신당부는 자녀들이 거짓말을 내면화하고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하는 이중성, 은폐생활, 불신감, 및 거부감 등을 형성시켜 주어서 정작 그들이 중독으로 문제가 되었을 때 회복에 필요한 외부의 도움이나 회복 프로그램을 완강히 거부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공해가 심한 지역에 오래 살면 살수록 호흡기 장애가 더 심해지는 것과 같이 사회적 환경과 함께 가정에서 중독된 부모의 타락된 태도, 가치관, 신념 및 행위 등은 자녀들이 또다른 중독자가 될 수 있는 나쁜 환경이 된다. 중독증은 유전, 학습, 환경 중 어느 한 가지보다는 이들 세 가지 모두가 합쳐진 결과이며 그 중에 가정환경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