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 가 한국영화에 지각변동을 몰고 오고 있다. 최단기간(12일) 서울 100만 명을 돌파한 <공동경비구역 JSA> 은 초반보다는 느린 기세지만 꾸준히 흥행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4일까지 기록은 서울 160만 명, 전국 330만 명. 아직 <쉬리> (전국 580만 명) 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올해 최고 화제작이 된 것 만은 분명하다.
이 한편으로 제작사인 명필름은 지난해 강제규 필름이 그랬던 것처럼 메이저 제작사로 부상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이제부터는 한 작품이 끝나야 다음 작품을 하는 단선적 제작형태가 아니라 몇 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동시제작 시스템으로 가겠다’ 고 밝혔다.
전문프로듀서를 영입해 1년에 고작 3, 4편에 불과하던 것을 10여 작품까지 늘린다. 당장 이 달10월 중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의 촬영을 시작하고, 이어 <패스워드> (감독 임순례) 와 <접속2> (감독 최인호) 도 시나리오 작업이 끝나는 대로 연말과 내년 초에 제작에 들어간다.
사실 명필름의 메이저 부상은 지난해 말 <해피엔드> (전국120만 명) 까지 `명필름 불패 신화’ 가 이어지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더구나 지난해 한국영화를 이끌어던 시네마서비스, 우노필름 등 기존 메이저 투자 및 제작사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저예산영화 <섬> 의 해외수출호조와 <공동경비구역 JSA> 의 흥행성공이 자신감을 심어준 셈이다.
여기에 강제규 필름이 <쉬리> 이후 거의 2년만인 11월에 내놓을 43억원짜리 대작 <단적비연수> 가 또 한번 성공할 경우 한국영화계는 새로운 쌍두마차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꾸준히 제작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준비해온 강제규 필름 역시 <단적비연수> 를 시작으로 <베사메무쵸> (감독 전윤수) 등 내년에 4편을 내놓는다.
두 제작사 모두 외화수입은 하지 않고 한국영화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투자사로서 CJ 엔터테인먼트의 부각도 새로운 변화이다.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의 작품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올해 한국영화에 투자한 돈은 <공동경비구역JSA> <단적비연수> 와 우노필름이 제작중인 50억원 짜리 <무사> (감독 김성수) 를 포함해 200여억원. 국내 최대이다.
흥행에서도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의 30%를 독식한 시네마서비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분투자를 한 드림웍스의 <글래디에이터> (전국192만명) <아메리칸 뷰티> (전국73만명) 의 호조로 외화 흥행에서도 12년 아성의 미국 직배사들을 무너뜨리고 정상 (전국 325만명) 에 올랐다.
멀티플렉스CGV의 전국 체인(총 65개 상영관) 으로 배급망까지 갖춘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7일 일본 배급사인 시네콰논과 계약을 체결, 한국 배급사로는 처음 일본 직배의 길을 열었다. 1차로 내년 3월 드림웍스의 에니메이션 <엘도라도> 와 <치킨런> 을 배급하지만 목표는 한국영화에 있다는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 이강복 대표는 “한국영화 투자를 10여편으로 늘려 유니버셜처럼 한국영화 메이저 스튜디오로 만들겠다. 과거 대기업이나 지금의 벤처자본과는 다르다. 우리는 영화를 떠 날수 없다. 그래서 더 제작사를 신뢰하고 <섬> 처럼 때로는 손해를 각오하고 투자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도가 <공동경비구역 JSA> 에 이어 <단적비연수> 와 <무사> 에까지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투자, 배급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 제작에서는 명필름과 강제규필름’ 이라는 새로운 구도가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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