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화제
▶ 새, 나비 이어 잠자리 관찰 유행 조짐
메릴랜드주 로렐에 거주하는 은퇴한 국방성 분석가와 교사 부부 밥과 조앤 솔럼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조류관찰광이었다. 요즘 이 부부는 하늘을 올려다 보는 대신 지면을 향해 근접 초점 망원경을 들이댄다. 렌즈 안으로 갖가지 색깔과 종류의 잠자리들이 눈앞에서 현란하게 나타나고 사라짐을 거듭한다. 솔럼부부는 한때 과학자나 전문가의 영역이었으나 최근 일반의 흥미를 끌기 시작한 잠자리 관찰에 푹 빠져있다.
작지만 성장세를 타고 있는 잠자리 관찰 공동체에서 오가는 말은 오로지 잠자리뿐이다. ‘오뒤봉자연보호협회(ANS)’에서 부인과 함께 잠자리에 관해 공부하는 메릴랜드주 유니온 밀즈 거주 단 주엘은 "우리에게 잠자리는 독서광들에게 해리 포터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최근 출판된 그림 안내 책자 ‘망원경으로 본 잠자리(Dragonflies Through Binoculars)’의 편집자이며 뉴저지주 모리스 타운에 있는 ‘북미주나비협회(NABA)’ 회장인 제프리 글래스버그는 "사람들이 나비, 잠자리등 곤충을 처음으로 야생생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동부에서 최고의 잠자리 전문가로 불리는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의 곤충학자 리차드 오르는 잠자리 관찰이 새나 나비의 뒤를 이어 보급되는 것에 전혀 놀라지 않는다. 소년시절부터 잠자리에 매료된 오르는 잠자리를 ‘진화의 극치’이며 ‘우주의 중심’이라고 표현한다. 오르에 따르면 잠자리도 새나 나비처럼 각양 각색이다. 서로 친구인지 적인지 식별하기 위해 무지개색을 필요로 한다는 잠자리의 튀어나온 눈은 수평 및 수직으로 거의 360도를 볼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두뇌의 80%가 시력에 할당되어 있기도 하다. 이 곤충은 색채는 물론 자외선과 편광도 식별한다.
하지만 오르가 잠자리에 대해 가장 경이롭게 여기는 점은 바로 잠자리의 비행능력이다. 또 잠자리는 약탈자로서 곤충세계의 매와 호랑이며 그 민첩성은 증명되어 있다. 날개에는 특수 띠가 있고 혈액 및 신경조직까지 들어 있어 바람의 방향을 감지한다. 오르는 "무엇보다도 잠자리는 움직임의 생명체로 거꾸로도 날고 뒤로도난다. 이렇게 비행할 줄 아는 동물은 척추동물도 없고 비척추동물도 없다"고 경탄했다.
특히 아직 광범위하게 연구되지 않은 잠자리는 아마추어 연구자도 큰 성과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기도 하다. 솔럼 부부가 5년전 잠자리 관찰에 매혹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다. 이들은 언젠가는 자신들의 자료가 과학용으로 쓰이길 바라면서 메릴랜드 하워드 카운티에서 잠자리 세기를 실행중이다. 조앤 솔럼은 "우리 자료가 나중에 어떤 용도로 사용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장래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자료수집의 의도를 설명한다. 잠자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무더운 여름날이면 오전 오후로 하루 두 번씩 야외로 나가기도 하는 솔럼 부부가 현재까지 발견한 잠자리는 지난해 처음 나타난 5종을 포함, 모두 80종이다.
솔럼부부가 잠자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을 때 부부는 영어이름이 없는 턱에 라틴어 이름들을 공부했어야 했다. 다행히도 1988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 ‘미국잠자리협회(DSA)’가 북미서 발견되는 잠자리에 대한 표준 영어명이 없는 한 이 분야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이제 그룹내 200-300명의 회원들은 낯선 라틴어 대신 모양과 특징에 적합한 쉬운 이름으로 잠자리를 식별한다.
플로리다주 게인스빌 부동산 중개인이면서 실잠자리 연구단체 ‘국제오데나타연구소(IORI)’의 사무총장인 빌 모프레이는 최근 잠자리 붐에는 인터넷의 기여도 컸다고 지적한다. 이전에는 고립돼있던 잠자리광들이 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망원경으로 본 잠자리’ 외에도 최근에 지역별로 잠자리 관련 서적이 일부 출판됐다. 조류나 식물처럼 지역에 따라 잠자리도 종류가 틀리다. 플로리다, 워싱턴, 캔사스와 캘리포니아 잠자리 가이드가 출판됐으며 오하이오, 일리노이, 메인 주 잠자리 서적도 출판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미 전역을 광범위하게 다룬 서적은 ‘망원경으로 본 잠자리’가 처음이다.
’망원경으로 본 잠자리’의 저자인 시드니 W. 덩클은 1972년에 처음 잠자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자연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던 거는 아무도 찍지 않던 잠자리 사진을 찍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곧 사진작가 꿈은 버리는 대신 잠자리 자체에 매료돼 잠자리 알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덩클은 현재 잠자리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더 작은 실잠자리 관련 전국 가이드를 집필중이다. 텍사스 플라노에 거주하며 인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덩클에게 그러나 잠자리는 큰 돈을 버는 대상이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강의를 그만둘 계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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