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잡지들의 문제
▶ 장 인규<소셜워커>
한국의 주간지들을 기억하는가. 기차역 간이서점이나 동네 미장원의 손님용 테이블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주간 통속잡지들 말이다. 현란한 사진과 제목에 유혹되어 자석처럼 집어들면, 누가 볼 새라 왠지 낯이 뜨거워지고 뒤적인 후에는 괜스레 기분까지 나빠지던 통속 주간지들.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청소년 잡지들을 이젠 우리 딸아이들의 방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일리노이의 청소년 상업시장을 배경으로 한 조사기구(Teenage Research Unlimited)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998년 한해에 10대의 소비는 1,410억달러에 달하며, 그중 여자아이들은 매주 평균 98달러를 소비한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상업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그중 한 분야가 청소년 잡지이다.
우려해야 할 사실은 청소년 잡지 시장의 성장이 아니라 그들이 다루고 있는 내용에 있다. 높은 판매율을 자랑하는 잡지들에는 CosmoGirl, Seventeen, YM(Young and Modern), Twist, Teen, Jump 등이 있는데 별반 차이 없이 이 모두가 3B(Boys, Beauty, and Body)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례로, 10월의 CosmoGirl은 10명의 남자 연예인들을 후보로 "성적인 매력 최고의 연예인(Sexiest T.V. Guy)"을 뽑도록 하고 있으며, 독자 보이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점수를 매기도록 하고 있는데 그 점수 방법은 1. 따듯한 남자(He’s warm), 2. 뜨거운 남자(He’s hot), 3. 불같은 남자(He’s on fire)다. 또한 이-메일의 주소까지 덧붙여 공개적으로 ‘뜨거운’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고 있다.
미용을 위한 상담란에서는 떠오르는 어느 여자 가수와 똑같이 화장하는 법에 대해서 자세히 일러주고 있으며, 배꼽을 예쁘게 장식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10월의 세븐틴 ‘사랑과 성’ 섹션에서 15세 여자아이의 "어디까지 가도 좋은가?"라는 질문에 상담을 해주고 있는데, 전문 상담가의 결론은 "원칙은 없지만, 너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와 스스로에게 옳다고 생각하는 선까지이다"라며 아직도 미숙한 청소년의 감정과 판단력에 일생의 중요한 결정을 맡기는 무가치한 조언을 달콤하게 해주고 있다. 반면, 기존의 저속 잡지들에 대항해 여성의 주체성 회복을 주창하고 나선 잡지 Eve마저도, 사실은 근거 없는 남성혐오주의 일색일 뿐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 사회단체(Children Now)의 조사가 보여주는 사실은, 청소년 잡지의 1/3의 기사는 데이트에 관한 것이고, 1/3의 기사는 외모에 관한 것이며, 단지 12퍼센트만이 학교나 직업 등을 다루고 있고, 극소수의 기사만이 약물 복용이나 흡연, 그리고 무방비 성행위에 대한 경고를 언급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과도한 체중감량에 중점을 두는 이들 청소년 잡지는 비현실적이고 왜곡되며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한 미래세계를 창조하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을 보는가, 무엇을 듣는가가 우리의 사고 체계를 형성한다. 잡지 한두권을 뒤적인 후에 머리에 남게 되는 하나의 메시지 "어서 빨리 말라깽이가 되어서 예쁘게 치장을 하고 뜨거운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 10대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상업세계의 현실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이 무엇을 읽고 있는가를 알 책임과 바른 읽을거리를 찾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 자녀들이 밖에서 무엇을 읽는가를 일일이 단속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저속한 잡지들을 집으로 들일 수 없도록 분명한 규칙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여전히 자녀들은 부모의 가치관과 도덕관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관과 도덕관을 정립하고 있으며, 저속한 잡지에 대한 분명한 부모의 태도는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의 가치관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금지의 이유들을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가 증진되고 생각의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읽을거리를 찾는 동안에, 청소년 격월간지 New Moon처럼, 여전히 이 땅의 일부 편집인들은 여성의 내면적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고 청소년의 꿈과 미래에 도전하며, 바른 이상형을 소개하고자 분투하고 있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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