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생활
▶ 도입 75년만에 ‘요가’ 수련 인구 1,200여만명
매주 일요일,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레이크 슈라인(Lake Shrine)’에 가면 빛이 잘드는 사원의 고요함 속에 수백명의 요가 수행자들이 척추를 반듯하게 세우고 앉아 천천히 호흡하며 기를 모아 신에게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일요일마다 1,000명 이상이 모여 노래하고 명상하며 ‘SRF(Self-Realization Fellowship)’의 선각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선각자는 파라마한사 요가난다라는 인도의 수행자로 1920년에 이곳에 고대 힌두의 요가 테크닉을 들여온, 서양 요가의 창설자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샌타모니카의 유행의 거리인 몬태나 애비뉴에서는 이와는 다른 종류의 요가가 벌어지고 있다. ‘요가 웍스(Yoga Works)’라는 이 속세의 스튜디오는 최신 유행의 산물이다. 현대적인 멋쟁이들이 몸에 꽉끼는 옷을 입고 ‘엎드린 개’ 등으로 이름을 붙인 동작을 따라한다. 한주에 150개로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수업에는 ‘돈의 요가’서부터 선 무용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의 워크샵도 동반된다. 1987년에 생긴 이곳은 영적 수행으로서의 요가와 세속적 형태의 요가의 중간을 걷고 있다.
75년 전에 요가난다가 LA에 자리를 잡은 이래 미국인들은 전례없는 열정으로 동양 전통인 요가와 명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날 다양한 배경을 지닌 미국인 1,200만명이 요가에 심취해 있다. 유명인들은 요가를 칭찬하고 선전하며 의사들은 요가를 처방한다. 헬스클럽에서도 가르치고 대형 회사들도 요가 세션을 제공한다.
현대의 요가 열풍은 쉼없는 정보시대의 바쁜 일상에서 고요함을 찾으려는 ‘생존 본능’처럼 보인다. 요가 웍스의 강사 줄리 클라인먼에 따르면 학생중 최소 절반은 긴장 해소가 절박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나머는 태보, 트레드밀, 웨잇 트레이닝등 기존의 운동방식이 지겨워진 경우다. 이밖에 직접적으로 신을 경험하려는 갈망으로 찾는 사람들이다.
요가가 미국 주류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환영하는 사람도 많지만 일부에서는 그 세속화와 상업화를 문제화삼기도 한다. 요가 수행은 물리적 운동행위보다 훨씬 심오하며 이를 습득하는 데는 수년간의 신체적, 영적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가 연구및 교육협의회(YREC)’ 회장 게오르그 포이어스타인은 "요가는 영적 차원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려는 신성한 전통"이라며 "이를 몸매 가꾸기의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글렌데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철학과 비교종교학을 가르치는 리나 굽타는 "하타 요가의 자세는 궁극에 이르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궁극이란 바로 자각을 뜻하며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명상과 장좌, 유연한 신체가 요구된다. 하타 요가는 이같은 바탕으로 발전된 것인데 요즘은 신체적 자세가 목적이 되어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종종 ‘영과의 결합’이라고 해석되는 산스크리트어 단어인 요가는 인도 반도에서 5,000년간 성스러운 깨달음을 얻는 수도 방법이자 힌두 철학의 주요부분으로 존재해 왔으며 각각의 목적에 따라 다른 수행방법을 사용하는 6가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제 본부 설립 75년을 맞은 SRF는 명상을 통해 내부의 기를 모아 점차 자각과 신성과의 조율을 기하며 마음과 몸을 경건히 가라앉히는 ‘라자 요가’로 수행한다. 자신들의 활발한 성장과 관련한 요가 붐이 단순한 근육단련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1993년, 요가난다의 탄생 100주년에 SRF의 사원과 명상 센터는 400곳에서 500곳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회원들은 세계 178개국에 퍼져있다. 또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출석은 평균 42% 증가했다.
한편 요가난다의 가르침은 비회원도 쉽게 접할 수 있다. SRF는 최근 스페인어 서적 출판 및 기도, 성공과 명상 등 단순한 주제를 담은 단행본 영어 서적 출판을 시작했다. 매년 베스트셀로 꼽히는 요가난다의 ‘요기 자서전’은 그의 사망 6년 전인 1952년에 첫 출판된 이래 50년간 수백만권 팔렸다. ‘퍼블리셔 위클리’사의 필리스 티클은 요기 자서전을 "대중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최초의 동양 영적 수행 관련 서적"이라고 묘사했다.
이렇게 속세에서는 요가 프랜차이즈가 확장되고 있지만 영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SRF는 요가난다의 가르침을 수호하고 전파하는, 궁극의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6명의 수녀와 2명의 수사로 구성된 이사회는 "재정적 혹은 상업적 관심을 최소화하라"는 요가난다의 소망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요가난다의 오랜 제자들은 그가 회원 모집을 위해 다양한 마키팅 방법 사용을 거부했으며 군중이 아니라 순수하고 진정한 구도자를 모으기 위해 설법했다고 회고한다. 힌두 신상이나 힌두교식 예물도 없이 그저 소박한 제단위에 꽃고 선각자들의 사진 몇장을 놓고 하는 SRF의 예배는 75년간 명상, 강론과 오르간 반주에 맞춘 성가 부르기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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