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현이는 8학년인데 공부를 잘 합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시험점수가 아주 높은가 하면 어떤 때는 아주 낮습니다. A에서 A-나 B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C까지 떨어지기도 합니다. 어려서는 그 횟수가 많지 않아 철이 없어서 시험 때 정신을 차리지 않고 쳐서 그런가 했습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철은 더 들어가는 것 같은데 갑자기 점수가 떨어지는 횟수가 빈번합니다. 이런 비율로 나가다가는 결국 공부 못하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책은 많이 읽는데 명작은 멀리 하고 흥미본위의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지현이를 우리 클리닉에서 IQ, Learning Skills, 독서수준 등 300여가지의 테스팅을 했다. 그 결과(자세한 것은 지면상 생략함) 지현이는: (1)머리가 아주 명석한 아이였다. (2)생각하기를 싫어했다(흥미본위의 책이란 재미있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르는 것이 그 주제이므로 생각이 별로 요구되지 않는다. 사실 TV를 보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3)지현이가 모두 A를 받을 수 있었던 시험의 내용은: (a)무엇(what question)?이란 것을 묻는 질문이나, (b)어디서 일어났느냐(where question)?, (c)누구, 누구(who question)가 있었느냐?, (d)언제(when question) 일어난 일이냐? 라는 질문으로 거의 100점을 받았다.
위의 ‘언제’ ‘어디’ ‘누가’ ‘무엇’의 질문들은 단순히 기억력으로 얼마든지 답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다고 이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왜냐하면 다음의 생각이 요구되는 질문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e)왜(why question) 그런 일이 일어났었나?의 질문은 간단한 사실만 아는 것 이상으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바탕으로 하여 원인과 결과를 알아야 답을 할 수가 있다. 즉 생각의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예: (1)2차대전이 일어난 이유는?(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등을 기본으로 알아야 한다.)
(2)Venice가 바다에 매해 조금씩 침몰해 들어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위의 질문에 답하려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의 근본상식은 있어야 한다.
비교와 상반되는 일은 묻는 질문(compare & contrast question)-이것 역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느냐의 바탕으로 비교하려면 우선 생각의 정리정돈을 필요로 한다. 비교를 할 때는 비슷한 개념, 일어난 일들을 비교하는 동시에 또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상반된 것도 비교하여야 한다.
예: 고래는 바다에서 살지만 온혈동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육지에서 사는 온혈동물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답려면 ‘언제’ ‘누가’ ‘어디서’ ‘무엇’ 에 대한 근본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 근본지식을 바탕으로 생각의 정리정돈을 비교하는 동시에 상반된 점, 공통된 점 등의 많은 생각이 요구된다.
*행간의 숨은 뜻을 이해하기(inference question)
’어둡기 시작할 무렵, 어느 노인이 축 처진 어깨로, 무거운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이런 문장에서는 걱정, 우울, 문제 등이 직접 쓰여져 있지는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반면에 ‘화창한 봄 날 하늘은 푸르고 새들은 지저귀는데 뒤뜰의 아이들이…’ 이런 문장에서는 희망, 기쁨 등이 직접 쓰여져 있지 않아도 행간의 숨은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생각의 정리정돈만 해서도 안 된다. 생각의 정리가 끝난 뒤에는 어둡기 시작했다는 것과 노인 다음은 축 처진 어깨, 무거운 걸음 등이 서로 어떤 공통 된 점을 갖고 있는지 그 연결성(association ability)을 찾아내야 한다. 역시 화창한 봄날과 푸른 하늘, 지저귀는 새와 아이들과의 연결성도 찾아내야 한다.
*상징(symbol)을 이해하는 능력
Moby Dick에 나오는 고래(whale)의 상징이나, To Kill a Mockingbird에서 mockingbird가 무엇을 상징하는 지를 모른다면 그런 명작을 아무리 읽었다 하더라도 그 뜻을 모르니 읽은 것이 못 된다. 왜냐하면 그것을 이해 못했으면 그 명작의 핵심을 이해 못했기 때문이다.
상징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모두 잘 알려진 상징을 뜻한다. 즉 established symbol이다. 예: 십자가(교회의 상징), 흰색(청렴, 순진), 검은색(죽음, 우울증) 등이다. 이런 것은 생각의 정리정돈과 연결능력이 있어 알 수도 있지만 순전히 들어서, 배워서 그것을 안다고 할 수도 있다. 둘째는 독자가 읽어 가면서 그때그때 알아내는 상징(creative symbol)으로 독자의 생각의 정리정돈과 연결 능력이 없이는 할 수가 없다.
해결책-지현이는 (1)생각의 정리정돈과 (2)연결성이 약한 학생이었다. 보통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생각하기 싫어하는 학생 같이 보인다. 지현이에게 graphic organizer(GO)를 이용하여 공부하는 요령(study skills)을 가르쳤다. 이 GO는 생각을 graph를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정리 정돈하여 배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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