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세인트 어거스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일찍이, 16세기 세계를 지배했던 제국주의 스페인 군대가 이곳에 도시를 건설한 것이 그 효시가 되었다.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매샤추세츠의 플리머스에 상륙한 것보다도 반세기나 빨랐다.
그런데, 요즘 세인트 어거스틴이 쿠바의 한 도시와의 자매결연 문제로 떠들석하다.
자매결연의 상대도시는 쿠바의 동쪽 끝에 위치한 바라코아인데, 이 도시 역시 쿠바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가진 도시다.
양국간 도시자매결연 시도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과 쿠바간 40년 적대관계 이후, 최근들어 양국 도시들간에는 자매결연이 붐을 이루고 있다. 쿠바의 특정 도시와 자매결연하기 위해, 미국내 도시들간 경합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여름,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오클랜드와 동부의 필라델피아는 쿠바내 제 2의 도시 산티아고와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 경합했다. 이를 위해, 오클랜드 시장 제리 브라운은 직접 쿠바를 방문함으로써 상대를 따돌렸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엘리안 곤잘레스의 고향도시 카데나스로 만족해야 했다.
세인트 어거스틴은 인구가 1만 2,000여명에 불과한 지방 소도시다. 이곳에 거주하는 쿠바인들도 2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평소에는 존재조차 미미한 쿠바인 거주자들이 이번 자매결연에는 결사반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거스틴 거주 쿠바인들의 반 카스트로 정서는 마이애미의 쿠바인들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자매결연을 추진중인 어거스틴 시장 렌 윅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처럼 심한 반발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기습공격을 받은 느낌이다"
그는 수많은 쿠바인들로부터 경제적 보이코트 및 그 이상의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받고 있다.
쿠바내 도시와의 자매결연 붐은 클린턴 행정부가 대쿠바 일반여행 및 인도적 분야의 제재를 완화한 이후 활성화 되었다.
여기에다, 연초부터 미국민들의 심금을 울린 10세 쿠바소년 엘리안 곤잘레스 사건도 큰 기여를 했다. 이 소년의 곤경스런 처지가 미국민들의 대쿠바 강경자세를 재고토록 유도한 것이다.
양국 도시간 자매결연의 효시는 1993년, 앨러배머주의 모빌시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와 느슨한 형태의 유대를 형성한 것이 처음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달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회가 쿠바의 시엔푸에고스 시와의 자매결연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도시간 자매결연은 문화적 교환 및 상호이해, 그리고 인도적 차원의 지원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갖는다.
현재, 수도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자매결연도시기구’의 회원 도시만도 125개국 2,100여 도시에 달한다. 그러나, 이 기구는 미국과 외교관계에 있는 나라 도시와의 자매결연만 자원하므로 쿠바의 도시는 예외다.
세인트 어거스틴이 자매결연 문제로 반대자들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 기구의 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
사실, 어거스틴 거주 쿠바인들의 반발 자체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워낙 소수이기 때문에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문제는 마이애미 거주 쿠바인들이 그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애미에는 무려 80만명의 쿠바인들이 거주하면서, 시정부의 많은 정책결정 기구에서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세인트 어거스틴이 자매결연을 강행할 경우, 대규모의 시위대를 파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렌 윅스 시장은 이렇게 항변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어거스틴이라는 소도시의 결정이다. 왜, 마이애미가 참견하는가. 그들은 지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어거스틴은 일찍이 16세기때, 정복자들인 스페인과 대영제국 사이의 관할권을 둘러싼 충돌 이후, 오늘날까지 평화롭게 살아온 조용한 지방도시다.
한편, 세인트 어거스틴에 거주하는 쿠바인 의사 어네스트 카라메스는 반대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직도, 플로리다 해협에는 매일 쿠바인들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들은 자유가 없는 쿠바에 살기 보다는 바다에 몸을 던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인트 어거스틴이 쿠바의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는 플로리다주 최초의 도시가 된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다"
카라메스의 아버지는 쿠바의 정치범이었고, 삼촌은 집 뒤에서 쿠바군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의 가족은 카메라스가 6세때,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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