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 군단의 아시아 시장 진출이 눈부시다.
김건모와 자우림이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삿포로 도쿄 오사카를 순회하는 `슈퍼스타 프롬 서울 2000’ 투어를 펼쳤으며 오는 12월 2일에는 도쿄에서 한일 톱가수들이 한 무대에 서는 `슈퍼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이미 일본 시장에 진출한 SES와 신인가수 투야도 둥지를 틀고 있는 중이다.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는 한국 댄스 가수들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탤런트 겸 가수 안재욱의 인기는 현지에 보급된 한국 드라마 인기와 맞물려 상상을 넘어선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 최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개최 예정이던 한국 가수들의 대형 공연이 중간 기획자의 사기로 돌연 취소되는 등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 가요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과연 아시아 시장에 우뚝 설 만한 상황인가.
●미래를 본 투자, 현재로선 수익성이 크게 없다
일본의 경우 최근 활동 중인SES나 강수지는 앨범 당 최고8만~1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톱가수라도 신인 입장에서 시작해야 하는 일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지만 아직 일본 가요계에서 톱스타 반열에는 서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의미 정도이다.
중국 시장은 불법 음반 때문에 음반을 내기는 시기상조. 또 공연도 대개 팀 당 3,000만~4,000만원 정도가 지급되지만 백 댄싱, 코러스 등 기타 경비로 다 들어가기 마련이다. 우리 가수들이 최근 중국 공연을 자주 갖는 것은 13억이라는 중국 인구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미래 시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또 시장 파악도 제대로 안돼 있어 공연 취소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대만의 경우는 클론이 지난 97년부터 진출, 첫 앨범이 45만장, 두번째와 최근 발표한 네번째 앨범을 통해 각각 20만장 가까운 판매고를 올려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일본은 록, 동남아 시장은 댄스
과거 엔카 쪽으로의 진출은 많았지만 록음악의 진출은 시작단계라고 보면 된다. 특히 김건모와 함께 일본 투어를 하는 자우림, 후지 록페스티벌과 콘택트 2000등 한 일 합동 콘서트를 펼쳤던 크라잉넛, 오는 11월 일본에서 싱글 앨범을 발표하는 체리필터 등 인디밴드들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여성 로커 리아는 지난 7월 일본 신주쿠에서 `한국의 소리’를 타이틀로 한 야외공연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 댄스음악의 수준은 세계적
대만에서는 클론의 음반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섹시 댄스 뮤지션 백지영도 대만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서 보는 한국 댄스 장르는 `세계적 수준’이다. 중국, 대만에서 HOT 클론 베이비복스 NRG등 우리 가수들의 인기가 폭발적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음반의 기획 능력과 가수들의 춤과 랩, 무대 연출 실력은 아시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의 음악 팬들은 한국 대중음악을 잘 모르는 편이지만 댄스음악을 접해 본 관계자들은 무척 높은 관심을 갖는다.
HOT는 오는 11월 일본, 내년 1월에는 중국 공연을 기획 중이다. 최근 내한 공연을 가졌던 차게 앤 아스카는 “위성방송을 통해 본 한국 가수들의 랩과 역동적인 댄스는 일본 뮤지션들이 갖지 못한 부분”이라고 관심을 표한 바 있다.
●한국에 엔터테이너는 있되 아티스트가 없다
일본의 한 음악 관계자는 최근 한국의 대중음악을 `재미있다’또는 `엔토’라고 표현했다. 언뜻 들으면 칭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낮게 평가하고 있는것이다. `음악성이 뛰어나다’’감동적이다’라는 대답이 아쉬운 대목이다. 음악의 완성도나 가창력보다는 흥미 위주라는 의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가수들은 프로듀서의 지시에 따라 노래하고 춤추는 로봇이 됐다. 음악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뮤지션들이 드문 시대가 됐다. 엔터테이너는 있어도 아티스트가 없다.
●아시아 시장과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록음악을 키워야 한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70%는 록음악이 차지하고 있다. 역으로 댄스가수 일색인 국내 가요 시장을 보다 다양화해야 하며 침체된 록 시장을 키워야 한다. 그러자면 지나치게 TV위주로 흐르는 시장 분위기를 탈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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