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일하며 전 세계서 나비 채집하는 스티브 프라텔로
44세된 나비 채집꾼 스티브 프라텔로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다. 롱아일랜드의 원베드룸 아파트에는 특징없는 가구, 20년은 된 낡은 스테레오, 자동응답기도 없는 전화와 책이 가득한 책장이 덩그라니 놓였고 바깥에는 93년형 마즈다가 한 대 서있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라텔로는 현재 버거킹에 물품을 운송하는 트럭 회사에서 일한다. 그는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를 거부하는 삶을 산다.
프라텔로가 언제나 있기를 갈망하는 곳은 습도와 기온이 짜증스럽게 높은 열대의 우림 지대. 바닥에는 뱀이 기어다니고 개미가 몸 위를 돌아 다니는 오지이다. 저녁식사라고 해야 한입거리 피라미 아니면 잘 튀겨진 바삭한 감자 채가 전부지만 "늘 자연에 이끌리는" 사람인 프라텔로에게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일수록 만족감이 더해진다.
뉴기니아, 인도 네시아, 페루, 베네주엘라, 가이아나, 호주, 코스타리카의 외딴 지역 등 프라텔로가 향하는 곳은 세상에 노출되지 않은 본래의 자연이다. 그는 책을 읽다가 새로운 곳을 찾으면 바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찍은 스냅 사진에는 산맥과 계곡, 폭포, 강 바닥, 밤처럼 새까만 밀림 등이 가득하다.
롱아일랜드에서 성장한 프라텔로가 지난 15년간 열대 우림에서 보낸 시간은 대략 1,000일정도. 이중 대부분은 특이한 이끼와 나비를 찾는데 보냈다. 특히 프라텔로에게 있어 나비는 우주와 창조주의 위대함을 확신시키는 존재다. 프라텔로는 "나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며 "색채, 형태, 패턴 등이 모두 경이롭다"고 말했다. 어려서 천주교회와 장로교회에 출석하기는 했지만 결코 종교적이지는 않은 그에게 자연에 대한 친밀감이 우연은 아니다. 그는 이것이 신이 그에게 내린 미적 감각이라고 믿는 것이다.
1978년 기초 과학 전공으로 미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프라텔로는 졸업 후 6년간 공군에서 복무했다. 대위 계급을 단 B-52 조종사로서 복무기간 대부분을 괌에서 보낸 그는 공군생활에 불만이 없었지만 인생에서 폭격기를 타는 것 이상의 만족을 원했다.
전역 후 복무시 모은 돈으로 프라텔로는 오지 여행을 시작했다. 밀림에서 두서너달을 보내고 나면 다시 롱 아일랜드로 돌아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 맨해튼의 창고에서 메신저로도 일했고 빵공장에서도 일했다. 지난 7년간 프라텔로는 버거킹에 물건 나르는 일을 하고 있다. 육체노동이지만 보수도 베네팃도 좋은 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물론 전형적인 공군사관학교 졸업생의 인생 항로에서는 벗어나 있다. 사관학교 홍보담당 장교인 테리 바레타는 공사 졸업생의 대부분은 조종사나 항법사 등 비행일을 계속하거나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 퇴역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프라텔로는 "가장 특이한 경우"라고 언급했다.
증권시장보다는 자연이 훨씬 중요한 프라텔로는 관계 학위도 없이 이 분야에서 독학으로 실력과 경험을 갈고 닦아왔다. 롱아일런드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가끔 강의도 해 ‘버터플라이 가이’로 알려져 있는 그는 정식으로 이끼와 나비 중심의 인시류학을 공부할 수도 있었지만 실제 경험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은 그에게 감흥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프라텔로가 매달 곤충학부에서 자원봉사자로 근무하는 맨해튼의 자연사박물관 유전자원담당 매니저인 로버트 해너는 "프라텔로는 학계에서 진지하게 주목받지 못할수도 있는 존재지만 그의 강한 정열 덕분에 웬만한 학자보다 아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시스팀 내에서 일하지 않는데는 좋은 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는 프라텔로의 ‘나만의 길’은 어찌보면 우연하게 시작됐다. 1987년 호주 여행 중 퀸즈랜드 케언즈의 한 도서관에서 토착 나비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가 마침 그 도서관에서 프라텔로가 보던 책을 원하던 자연주의자이며 작가인 체코사람 잰 패스터낙을 만나 친해졌는데 패스터낙이 프라텔로에게 뉴 기니아에서 나비를 수집해달라고 부탁했던 것. 프라텔로는 이 일을 승낙했고 "운좋게" 자신의 길을 찾아냈다. 이후 중남미와 말레이 군도의 외딴 곳에서 그가 수집한 나비들은 플로리다, 뉴욕, 페루 등지의 박물관에 보관됐다.
해너와 프라텔로는 지난해 봄 가이아나의 고산지대로 나비 탐험여행을 떠났다. 이곳에서 프라텔로는 500여종을 대변하는 나비를 1,000마리 이상 수집했다. 그가 수집한 대부분은 탐험 자금을 지원한 스미스소니언으로 보내졌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 박물관의 곤충전문가 돈 하비는 "프라텔로는 고도가 너무 높고 외딴 지역이라 다른 사람들이 가지 못했던 곳에서 현재 과학에 생소한 나비들을 수집해 온다"고 그의 역량을 평가했다.
프라텔로는 언제고 다시 떠날 준비가 돼 있다. 그는 스미스소니언과 이야기가 잘 돼서 자금 지원을 받으면 다시 가이니아로 돌아갈 계획이다.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우주의 아름다움을 전해 주고 싶어서"가 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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