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릴랜드주 헴스테드 소재 곡물 창고 개조 아파트
1970년에 매릴랜드주 햄스테드의 비어있는 퀘이커 시티 제분소 건물을 사들인 마를린 어츠는 제분소 뒷편에 있는 40피트 높이의 두 개의 철제 곡물 창고를 팔려고도, 그냥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도 애를 써봤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자 마침내 곡물창고를 아파트로 개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개조한 아파트는 이 동네의 빅토리아 스타일 주택과 같은 수준도 아니며 호화롭지도 않다. 오히려 인근 연회장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외부 방문객들로부터 눈총이나 폭소를 자아내는 편이다.
하지만 12년간 이곳에서 살아온 엘머 버크맨에게 이 곡물창고를 개조한 아파트는 너무나 편안한 보금자리일 뿐이다. 71세인 버크맨은 "이제껏 아주 편하게 지내왔고 앞으로의 여생도 여기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30세의 크리스틴 스피나토는 기차길에 면한 이 희한한 아파트에 지난달 입주했다. 유틸리티를 포함한 렌트비는 월 360달러. 스피나토는 "사람들은 내가 사일로에 산다고 놀리지만 항상 이런 곳에서 살면 멋지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어떤 화가들은 공장을 개조한 스튜디오에서 살며 창작을 한다. 헛간, 학교, 훈제소등을 개조한 건물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곡물창고에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부동산 에이전트로 1970년대에 빈 건물들을 매입해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해온 어츠는 당시로선 도시계획의 귀재였을지도 모른다. 어츠는 "자동차를 타고 건물 앞을 지나다닐 때 마다 ‘여기엔 아파트가 몇채나 들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곤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이 낡은 건물을 아파트로 개조한다"고 자신의 앞선 안목을 자랑했다.
어츠는 "사람들이 이 건물을 자꾸 사료 창고인 ‘사일로’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기록에 따르면 ‘사일로’는 돔 형태의 천장이 있으며 소먹이로 쓰려고 옥수수 풀을 잘라 발효시켜 축축하게 만든 꼴을 저장하기 위한 곳이다.
어츠가 개조한 원형 아파트는 사료 창고가 아닌 곡물 창고였다. 이 창고는 50-60년 정도 된 건물로 추정되며 한때는 1960년대부터 주춤하다가 끝내 문을 닫은 바로 옆 제분소에서 가루로 빻기 전, 밀과 옥수수 낟알들을 4만부셸 (1부셸: 약 36리터) 정도 저장하던 곳이다.
이 쌍둥이 건물은 실수로 ‘사일로’로 불리는 바람에 유명해졌다. 콜리어스 백과사전이 1975년도 판 ‘재생 건물’ 항목에서 이 두 개의 곡물창고를 사료창고라고 지칭했던 것.
40여년간 부동산 중개인이자 건물소유주로 한때는 건설 회사를 소유하기도 했던 어츠는 곡물저장소 개조를 위해 노트에 대강의 평면도를 그렸다. 그는 직경 21피트, 넓이 346스퀘어피트인 원형에 파이를 자르듯 화장실, 부엌, 문, 창문, 방을 집어 넣었다.
각 곡물창고에 자리잡은 6개의 아파트 내부 구조는 동일하다. 각각의 아파트는 한쪽에 부엌, 거실/침실이 자리잡았고 넓직한 화장실에는 대형 옷장이 달렸으며 아파트마다 창문과 문은 하나씩 있다.
어츠는 일찍이 곡물저장소 개조 아파트가 일반의 시선을 끌리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코카 콜라 병공장을 소유한 친구에게 이 건물을 ‘코카 콜라’와 ‘스프라이트’ 깡통 모양으로 칠하자고 설득했다. 어츠는 "위에 빨대도 꽂을 수 있었다"며 "그랬었더라면 독특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어츠는 건물을 붉은 진흙색으로 칠했다. 현재는 초컬릿 색이다.
1980년대 어츠는 이 아파트와 병원으로 개조한 곡물창고와 제분소 건물을 두 명의 의사, 조슈와 크리스티나 라레도에게 매각했다. 제분소 1층에 세들어 있던 라레도는 아직 이 건물의 법적 소유주이다.
어쨌든 스피나토는 새 보금자리가 "너무 훌륭하다"며 "살기엔 완벽한 장소지만 단지 벽에 그림을 거는 것이 어려울 뿐"이라고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