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화제
▶ 컴퓨터 갑부들의 환경무시한 건축붐에 토박이 반발
108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사상 유례없는 미국의 경제호황으로 사회 각분야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화들이 일고 있다.
미국경제 호황의 견인차가 첨단기술 분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첨단기술의 메카인 북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벨리로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 실리콘 벨리구역 내 웬만한 전망좋은 지역에는 어김없이 대궐같은 맨션들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을 위시한 첨단기술도 떼돈을 번 신흥갑부들이 주체하지 못하는 돈을 주택에 쏟아 부은 결과이다.
특히, 실리콘 밸리내 로스 알토스에서는 기존주민들과 신흥갑부들 사이에 주택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다.
이곳의 토박이들은 전통적으로, 개방적 주거환경과 자연환경 보존을 중시하며 살아왔다. 반면, 신흥갑부들은 대저택 주변으로 담장을 높게 쌓아올리고, 조경을 위해 주변환경을 파괴함으로써 기존주민들과 마찰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빌과 베티 컨스 부부는 몇 년전, 로스 알토스 힐스에 대주택을 건립하기 위해 21에이커의 부지를 구입했다.
컨스 부부는 이 곳에 건평 7,000평방 피트의 1920년대 스페인풍의 대저택을 지을 계획이었다. 언덕 위의 전망도 빼어나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은 물론 저 멀리 남쪽 샌호제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청사진은 로스 알토스 개발국에서 붉은 딱지를 받고 말았다.
개발국은 이 집이 언덕의 경관을 훼손하고, 진입로가 너무 가파르며, 보호담장이 너무 높아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이같은 갈등은 머린 카운티에서 샌호제이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첨단기술 단지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는 또, 인터넷 신흥갑부들과 토박이 주민들 사이의 생활 스타일을 둘러싼 이해관계 대립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기존주민들은 프라이버시 강박증이 있는 신흥갑부들이 높은 담장을 세움으로써, 타운의 자연경관 및 전통적인 커뮤니티의 일체감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이같은 갈등은 마침내 시의회의 의석분포를 둘러싼 팽팽한 대립양상을 초래했다. 특히, 최근에는 신흥세력이 주도권을 잡은 시의회가 타운 매니저를 해고하면서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로스 알토스 타운은 1956년에 처음 조성됐다.
당시 타운의 설립자들은 집과 집, 벽과 벽이 서로 마주보이는 개방된 커뮤니티를 꿈꾸었다. 또, 전통적인 랜치 스타일의 주택들을 경유하여, 살구나무와 참나무 숲을 통과하는 승마코스도 조성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인터넷 머니가 유입되면서 로스 알토스 힐스의 삶의 지형도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그 결과, 십년전만 해도 평균 140만달러 수준이던 주택가격이 요즘에는 340만달러선으로 치솟았다. 이 와중에서, 신흥갑부들은 전통적인 로컬정부에 마냥 당할 수만 없다고 판단, 자기들쪽 인물을 선출직 요직에 심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지난 3월에 실시됐던 로스 알토스 힐스 시의회 선거는 이 같은 대립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이 선거에서는 특히, 서로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저질 우편물들이 난무하는 추태마저 연출되었다. 결과적으로, 3월 선거에서 신흥세력은 사상처음으로 시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전체 5석 중 3석을 차지한 신흥세력은 선출된 후, 전통주의자인 타운 매니저부터 해고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앞으로도 다수의석을 고착화하기 위해 장기적 포석을 다지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지역에 몰린 돈이 당분간 다른 곳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오랫동안 시의원으로 봉직해 온 일레인 도버 여사는, 신흥세력의 기수격인 토니 케이시를 가려켜, ‘산타 클로스’ 같은 인물이라고 비난한다. 커뮤니티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 높은 담장들이 타운의 역사적인 오솔길 체계와 자연미관의 긍지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시의회에서 소수파로 전락한 이상, 힘을 쓸 여지가 없다고 한탄한다.
여하튼, 앞서 말한 컨스 부부는 지난 선거 이후 마침내 타운의 건축허가를 받아냈다. 이로써, 두 사람은 요즘 노스 알토스 힐스에 그림같은 대저택을 지을 꿈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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