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화제
▶ 2003년 피해 500억달러 예상... 주민대피가 최대 난제
동북부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흔히, 은퇴 후 기후가 온화한 사우스 캐롤라이나나 플로리다의 해안지역으로 이사가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한다.
이에 따라, 이들 해안지역의 인구는 지난 80년 이후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들 해안지역에서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때는 허리케인이라는 자연의 파괴자를 각오해야만 한다.
부동산 개발업자 러스티 베넷은 1989년, 허리케인 휴고 때문에 사우스 캐롤라이나 설리번 아일랜드 해변에 있던 집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더 안전한 지대로 이사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대신, 베넷은 무너진 집자리에 더 튼튼한 집을 새로 건축했다. 뿐만 아니라, 조만간 그는 폴리 아일랜드 해변에 아홉 채의 집을 더 지어서 분양할 계획이다. 성경은 모래위에 집을 짓는 자를 어리석은 자라고 부른다. 기반이 부실한 집은 폭우를 견디지 못해 붕괴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넷은 여전히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다.
대자연의 위협을 무시하는 사람은 베넷 뿐이 아니다.
해마다,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대서양 및 걸프만 해변 연안에 집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새, 이들 지역으로 이주한 미국인들의 숫자는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문제는 해변으로의 인구집중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들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 이래, 이들 해변지역의 인구증가율은 미국전체 인구증가율을 15%나 앞질렀다.
그 결과, 현재 이들 해변지역의 거주인구는 4,100만명에 달한다. 그리하여, 조용하기만 했던 해변휴양지들이 요즘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다.
인구의 급격한 증가 및 대형 허리케인의 빈발 가능성은 유사시 대재앙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1970년부터 1994년 사이에는 미국의 해변들에 강력한 허리케인들이 별로 찾아들지 않았다. 그런데, 1995년부터 갑자기 초대형 허리케인들이 빈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9년은 대형 허리케인들이 사상 유례없이 많이 찾아들었다. 문제는 향후 20년동안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만일, 이같은 기상전망이 맞아 떨어진다면, 관계당국은 유사시 엄청난 규모의 주민대피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90년대에는 연평균 50억달러에 달한 허리케인 피해액이 2030년 경에는 5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시에 미국 납세자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질 것임을 의미한다.
"향후 10년간을 예측할 때, 해변재난 대책에 투입되는 연방지원금이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이다"
연방재해관리국장 제임스 위트는 말한다.
초대형 허리케인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호리 카운티를 엄습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지역은 유명한 해변휴양지 머를 비치를 포함하고 있다. 호리 카운티는 1990년 이래, 인구가 무려 24%나 증가해 현재 2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2만여 동의 주택과 아파트가 새로 들어섰다.
만일, 이 지역에 초대형 허리케인이 강습할 경우, 수만채의 주택이 붕괴할 것이고, 수십억달러의 재산피해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미국역사상 가장 피해가 컸던 허리케인은 1992년, 마이애미 남쪽을 할퀴고 지나갔던 허리케인 앤드루였다. 당시, 이 허리케인은 17만 5,000동의 가옥을 파괴시키고, 250억달러의 천문학적 재산피해를 냈다.
허리케인 시즌은 대개 6월에 시작해서 11월 말쯤 끝난다.
그러나, 해변지역에서는 허리케인 이외에 겨울폭풍도 무시못할 위협적 존재이다.
"겨울폭풍은 보통 봄철 4월까지, 조지아주에서 메인주에 이르는 동북부 해안을 강타할 수 있다"
국립해양대기국의 기상요원 조셉 사이오니는 말한다.
해변지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허리케인 외에도 몇가지가 더 있다.
우선, 이 지역의 해수면이 지난 세기 동안 1피트나 높아졌다.
일부 기상전문가들은 21세기 동안, 이 지역 해수면이 2피트나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수면 증가는 지구온난화가 촉진되면서 바닷물의 절대량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
또, 해변침식도 무시못할 위협요인이다.
해변지역은 대양의 파도와 강풍으로 인해 항상 침식작용을 겪고 있다. 어떤 지역에는 해마다 몇 피트씩 해변이 침식되는 곳도 있다. 방풍벽 같은 침식예방 시설이 있지만, 실제로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역시, 대형 허리케인이 닥쳤을 때의 주민대피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9월 허리케인 플로이드가 엄습했을 때, 300만명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아비규환이 벌어졌는데, 이는 미국역사상 최대규모의 대피작전이었다. 당시, 사우스 캐롤리이나 주민들은 허리케인의 와중에 고속도로에서 15시간씩 갖히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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