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타크루즈섬
▶ 현대판 갈라파고스... 대륙과 격리된 독특한 생태계
57세의 린달 로프린은 평생 괴짜인생을 고집해 온 사람이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벤추라 카운티 해변에서 23마일 떨어진 산타 크루즈 섬에서 아내와 단둘이 살아 왔다.
산타 크루즈 섬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개 자욱한 태평양 상의 신비의 섬이라는 막연한 인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로프린에게는 이 섬이 삶의 터전이자 인생의 열정을 바쳐온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36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 섬을 떠날 계획이 없다.
로프린이 이 격리된 섬에서 인생을 바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생물학자로서의 그의 남다른 열정 때문이었다.
맨처음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당시 성행했던 목축업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우보이로서 시작한 섬생활은 시간이 흐르면서 생물학자의 삶으로 변하게 된다. 로프린은 카우보이 생활 중 이 섬의 생태환경에 매료된 나머지, 산타 바바라 대학에서 섬여우와 북미산 조류 모킹버드의 생태를 전공하고 생물학자로서의 제 2의 인생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산타 크루즈 섬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갈라파고스 섬의 현대판이라 할만큼 다양한 생물학적 자원의 보고다.
일찍이, 갈라파고스 섬에 상륙한 찰스 다원은 그 섬의 독특한 동식물 서식행태를 본 후 진화론을 착안했었다. 마찬가지로, 산타 크로즈 섬은 오늘 날 전세계 동식물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해마다, 이 섬을 찾는 생물학자들의 수만 해도 어림잡아 1,000여명에 이른다.
산타 크루즈 섬은 대륙에서 격리된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독특한 생태학적 환경을 발전시켜 왔다. 그 중, 망아지 크기의 매머스, 고양이 크기의 여우, 황금독수리, 비숍 소나무숲 등,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부지기수다.
현재, 로프린의 공식 직함은 UC 산타 크로즈섬 보호구역 소장이다.
이 기관은 캘리포니아주가 생태학자들로 하여금 야생상태에서 자연을 연구할 수 있도록, 주정부 차원에서 지정한 26개 보호구역 중 하나다. 별도의 연구센타에 가면 그의 사무실이 있지만, 그는 대부분 섬에서 현지생활을 한다.
처음 섬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해군의 지원이 없으면 산타 크루즈 섬까지 이동할 교통수단이 전무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비행기도 있고 관광 여객선도 수시 운항하고 있어서 출입이 자유롭다. 간혹, 경비행기를 타고 섬으로 접근하다 보면, 수면위로 부상한 돌고래나 물보라를 일으키는 바다표범 등을 구경할 수도 있다.
로프린의 섬생활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이곳을 찾는 과학자들의 연구활동과 기타 방문객들의 섬체류를 지원하는 일이다.
그나마, 이런 일은 생물학자 본연의 업무에 속한다. 어떤 날은 차량 수리공이나 시설물을 수리하는 배관공이 되기도 한다. 특히, 연구센터 건립초기에는 일손이 부족해서 거의 목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계속했다.
또, 황금독수리의 습격이 있는 날이면, 섬여우가 몇 마리나 살아 남았는지 계수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한 번은 난파를 당한 관광객을 구조하기도 했다. 또, 관광객들을 차에 태워 돌아다니며, 섬의 생태와 역사를 설명하는 관광안내원이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대학생들이 현장교육차 섬을 찾을 때는 이들을 상대로 강의도 한다.
가끔씩은 저명한 인물들이 섬을 찾기도 한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제인 폰다, 비틀즈 멤버였던 링고 스타도 이곳을 방문했었다. 또,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총리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산타 크루즈를 방문했을 때도, 관광안내원 역할을 했다.
로프린이 아내를 만난 것도 섬생활 덕분에 맺어진 인연이었다. 한번은 동료 연구자 한 명이 앤 브롬필드라는 여성 조수를 대동하고 왔는데, 로프린은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1986년에 결혼에 골인한다.
이들 부부는 생활의 80%를 이 섬의 빛바랜 집에서 단둘이 지낸다.
이곳에는 TV도 없고 요즘 흔한 인터넷도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은 기회 있을 때마다 승마와 오페라, 그리고 천문학을 즐긴다. 그리고, 간혹 세계 각지의 섬을 찾아 항해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섬지기로서 로프린의 주요업무 중의 하나로서 외교활동을 들 수 있다.
즉, 그는 산타 크로즈 섬에 연관된 여러 기관들의 관심사를 절충하고 조정하는 일을 해야 한다. 현재, 산타 크루즈 섬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자원보존국, 국립공원국, 해군, 레크레이션 사용자들, 그리고 어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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